[움트는 K-순환경제]'20년 생분해 집념' 세림B&G, 글로벌 시장서도 통할까①개념 생소한 2004년부터 에코플라스틱 개발, 내수편중 딛고 올해 미국 등 해외공략 박차
조영갑 기자공개 2023-04-20 08:20:20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8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년 동안의 고독'.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게 '백년 동안의 고독'이 있었다면 국내 포장용기 분야의 1세대로 꼽히는 나상수 세림B&G 대표에게는 20년 간의 고독이 있었다. 나 대표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개념이 생소했던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련 제품을 개발, 20년 간 외길을 감내한 에코 플라스틱의 선구자 격이다.생분해 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토양에 매립할 경우 100%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에코 플라스틱과 같은 말이다. 탄소경제 내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인 PET 등 폐플라스틱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는 순환경제 아이템으로 평가된다. 일반 쓰레기로 매립하면 흙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오염물을 남기지 않고, 기존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역시 줄일 수 있다.
나 대표가 포장용기 및 필름 시장에 처음 생분해의 씨앗을 뿌렸을 때 업계에서는 무모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PET를 비롯해 HDPE, LDPE, PP, PVC, PS 등 플라스틱 가공 소재의 단가가 생분해 원료에 비해 저렴하고, 일단 수요 시장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생분해 제품은 일반 케미칼 플라스틱 제품 대비 ASP(평균공급가격)이 약 2배 이상 높다. 이익을 따진다면 쓸 이유가 없는 제품이다.
포장용기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나 대표가)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개발해 출시한다고 했을 때 시장에서는 실패할 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20년 간 묵묵히 고독을 견디며 R&D 투자를 이어왔고, 결국 빛을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전지구적 과부하와 태동하는 '에코이즘'을 보고 나 대표가 생분해 시대의 도래를 확신했다는 전언이다.
세림B&G 관계자는 "석유 케미칼 기반 제품은 약 100년이 흘러야 자연 분해가 되지만, 세림B&G의 PBAT 제품은 플라스틱의 내구성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투기 후 매립 시 6개월에서 1년 이내 완벽하게 자연분해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 봉투, 농업 비닐, 어망 등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대표가 개발에 착수하고, 시제품이 나온지 1~2년 만인 2006년 경 첫 매출이 발생했지만, 기존 플라스틱 포장용기 사업부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과 탄소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 이슈가 대두되면서 '생분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나 대표의 선제적 투자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하던 것도 이 시기다.
세림B&G의 제품 매출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PET, PP 진공성형 제품이다. 지난해 말 138억원(26.34%), 163억원(30.95%) 등 총 337억원(64.11%)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반해 생분해쇼핑봉투 등 친환경 제품의 비중은 지난해 말 138억원(26.35%)으로 열세다. 하지만 2020년부터 매출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20년 14%(55억원)에 불과하던 친환경 사업부문은 2021년 23.14%(110억원), 지난해 26.35%로 급성장했다. PET, PP에서 생분해 제품으로 시프트(shift)하고 있는 과정이다.
올해부터 세림B&G는 친환경 소모품을 도입하는 국내 고객사들을 기반으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친환경 포장, 필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세림B&G는 이미 국내 150여 개 고객사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지만, 고객사들이 아직 생분해 포장용품의 도입 단계라 개별 매출은 크지 않다. 가장 큰 규모인 아이마켓코리아가 2021년 약 50억원의 단일 매출을 안겼다.
지난해 말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시행됐지만, 생분해 제품은 규제에서 예외인 점을 적극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수출 비중을 늘리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세림B&G는 국내 10건의 환경마크를 획득한 데 이어 독일 Din Certco, 미국 BPI 등 해외 생분해 인증을 획득할 만큼 기술력은 인정 받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적절한 해외 판로를 찾지 못했다. 내수 비중이 98.99%로 절대적이다. 현재 미국 벤더사와 공급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미국 내 생산설비를 짓는 계획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장재나 용기보다 시장이 훨씬 큰 농업용 필름이 구체적 타깃마켓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장기화 와중에 플랜테이션 규모가 큰 남미의 딜러사들과 공급협의가 진행됐으나 인력 파견, 수출 문제로 인해 무산됐다"면서 "해외진출이 진행되면 물류 비용 부담이 있기 때문에 현지에 직접 공장을 짓는 방식으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CAPEX(자본지출) 투자를 위한 유동성 조달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세림B&G 관계자는 "생분해 제품은 기존 플라스틱 용기, 필름 대비 단가가 높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각 정부의 정책적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친환경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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