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BNK운용, 엘앤에프 정관변경에 “주주 배제 우려”이사회 결의만으로 위원회 설치…"기준 높았다" 지적도
황원지 기자공개 2023-04-21 08:51:44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8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NK자산운용이 이사회 자율로 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엘앤에프의 정관 변경안에 제동을 걸었다. 포괄적으로 권한을 위임할 경우 이사회 결의만으로 위원회 설치가 가능해져 주주 의사가 배제될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해당 규정은 삼성전자 등 타 상장사에도 이미 있는 일반적인 규정으로 BNK자산운용이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BNK자산운용이 엘앤에프의 의사결정에 관심을 쏟는 건 가파른 성장세와도 무관치 않다. 엘앤에프는 최근 2년간 10배 가까이 매출이 성장했지만, 자금 조달을 위한 차입 등에 적극 나서면서 재무구조가 훼손됐다. 그만큼 이를 감시하는 이사회 및 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BNK운용 "자의적 위원회 설치, 이사회 기능 약화 우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NK자산운용은 엘앤에프가 지난달 22일 정기주주총회에 부의한 정관 일부 개정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BNK자산운용은 작년 12월 말 기준 엘앤에프 주식 2만4870주(지분율 0.07%)를 보유중이다.
BNK자산운용은 정관 변경안 중 이사회 내에 위원회를 마련 규정 변경을 반대했다. 엘엔에프는 ESG위원회와 함께 ‘기타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는데, 이중 후자가 문제가 됐다. 이사회에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경우 자의적인 위원회 설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BNK자산운용은 “포괄적으로 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경우 이사회 결의만으로 위원회 설치가 가능하게 된다” 며 “이 경우 이사회의 기능을 약화할 수 있는 위원회가 주주의 의사가 배제된 채 이사회의 결의만으로 설치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사회 내에 둘 수 있는 위원회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하지만 규모가 아주 큰 상장사가 아닐 경우 사내 및 사외이사의 수 자체가 5~6명으로 많지 않고, 이들이 중복해서 다수의 위원회에 참석해야 한다. 때문에 과도하게 위원회 개수가 많아질 경우 이사회의 감시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BNK자산운용은 내부 ‘의결권 행사에 관한 지침’에서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에 대해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반대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2019년 BNK자산운용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만들어져 2021년 7월 개정됐다.
◇삼성전자 등 타 상장사에도 있는 일반적 정관…반대표에 '갸우뚱'
다만 BNK자산운용의 이번 반대표는 기준이 다소 높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규정이 이미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준용하고 있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정관 제28조의 2항 위원회와 관련된 규정에서 ‘기타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마찬가지였고, LG전자의 경우 ‘기타 회사 경영상 필요한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뒀다.
그만큼 엘앤에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는 평가다. LCD 디스플레이 소재와 배터리용 양극재를 개발하는 회사인 엘앤에프는 최근 2년간 급격하게 성장했다. 2020년 말 3561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1년 9700억원으로 치솟았고 2022년에는 3조8872억원까지 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테슬라 등에 양극재를 공급하면서 지난해 퀀텀 점프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
문제는 높은 실적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로 차입금도 치솟았다는 점이다. 엘앤에프의 총차입금은 2020년 말 2058억원에서 2022년 말 9087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러한 자금조달 관련한 안건은 모두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권을 쥔다. 엘앤에프의 이사회는 ‘한국씨티은행 일반자금대출 200억원 차입’, ‘제이에이치화학공업 30억원 연대보증’ 등 작년 총 42건에 달하는 중요 의결사항을 결정했다. 자금조달이 활발하지 않아 거의 ‘이름만 얹는’ 정도인 여타 상장사의 이사회와는 중요도가 다른 셈이다.
엘앤에프의 이사회는 현재 허제홍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의 경우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와 허제현 새로닉스 부사장이 맡았다. 새로닉스는 엘앤에프의 최대주주다. 이외에는 이균발 대경회계법인 대표이사, 정재학 한국화학공학회 정보화위원회 위원장, 김점수 동아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번 제 23기 정기주총에서 박기선 전 LG필립스LCD 사장이 새롭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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