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21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어라." 교보생명의 창립자 대산 신용호 회장이 생전 자주했던 말이다. 기업가로서 편법을 허용하지 않고 올곧은 신념을 지켜온 신용호 회장은 민족자본형성이라는 목표의식으로 맨땅에서 시작해 대업을 일군 경영인의 모범으로 꼽힌다.그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전반부는 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 과정이었고 후반부는 많은 사람 앞에서 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 것을 실천해 보인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삶이 장애의 연속이지만 강한 의지 앞에서는 그것도 별것 아니라는 의미에서였다.
신창재 현 교보생명 회장은 그런 부친의 뜻을 이어 가업을 물려받았다.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로 10여년을 일해왔던 그다. 부친의 병환이 급속히 악화될 당시 재단 이사장을 거쳐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으나 초기부터 위기의 연속이었다.
CEO로서는 외환위기 이후 추락한 업황을 타개하고 불어난 손실을 수습해야 했다. 최대주주로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상속 과정에서 지분율은 하락하고 우호주주였던 대우그룹은 해체돼 재무적투자자들을 새 주주로 맞아야했다. 새로운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조율하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했다.
CEO 겸 최대주주의 자리에서 숱한 고민의 나날을 버티게 해 준 건 부친에게 보고 들은 기업가로서의 신념과 혜안이었을 것이다. 조금 더 편한 길을 선택할 수 있었을 수많은 기로에서 올곧은 편을 택함으로서 위기의 순간도 떳떳하게 극복해낼 수 있다는 의지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신 회장은 취임 후 불완전한 계약들을 갈아엎고 외형이 아닌 내실 강조로 혁신을 꾀한 결과 교보생명은 대형 생명보험사로서 안정적인 이익 추세를 유지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기 속에서 회사를 건졌고 공익 차원에서 기여를 계속해나가는 신 회장 역시 '생나무를 맨손가락으로 뚫어'왔음이 확인된다.
여전히 최대주주로서의 숙제는 쉽지 않아보인다. 재무적투자자들과 분쟁이 길어지고있고 신 회장이 직접 대립의 정점에 서야했다. 갈등이 지속되며 회사가치 하락마저 우려된다. 부친이 살아있다면 가업을 물려준 아들에게 지금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이같은 상황에서 신 회장은 생명보험사 최초로 지주사 전환 추진을 선언하고 나섰다. 비보험 포트폴리오를 확대,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들에게도 윈윈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그림이다. 지주 체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선진 지배구조를 만들어냄으로써 경영구조를 효율화하고 리스크를 분산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주사 전환 추진에는 최대주주이자 CEO로서 신 회장이 짊어져온 고민의 무게가 담겨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평소 "경영권은 지분의 크기가 아닌, 지속 성과를 창출하는 경영능력이 좌우한다"는 철학을 강조해왔다. 지주사 전환이 또한번 성과 창출로 이어지는 묘수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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