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 메자닌 EOD]M&A 이벤트, 페널티 삽입 운용업계 '한목소리'③기회비용 고려시 결국 손실…추가 이자 약정 필요
양정우 기자공개 2023-04-27 08:25:59
[편집자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환사채 EOD(기한이익상실)가 메자닌 투자자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시기에 대규모 현금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할증 발행의 부작용이 나타난 결과라는 시각이 나온다. 더벨은 메자닌의 고유 특성과 국내 시장 특유의 사정이 맞물려 드러난 이번 사례를 되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5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헤지펀드(일반 사모펀드) 운용업계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환사채(CB)가 기한이익상실(EOD) 발생에도 추가적 페널티가 없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EOD의 원인을 제공한 건 오롯이 발행사이지만 CB 투자자는 원금만 보전받는 데 그쳤다.이번 EOD의 트리거는 인수합병(M&A)이었다. 최대주주의 변경은 오너 리스크와 계열사 지원 이슈 등을 수반하는 탓에 크레딧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로 꼽힌다. 향후 메자닌 커버넌트(약정)에 EOD 발생시 페널티 격인 이자를 부가하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허재명 전 사장 지분매각 'EOD 트리거'…페널티 없이 원금만 보전
롯데에너지가 옛 일진머티리얼즈 시절 발행한 1500억원 규모의 CB에서 EOD가 발생한 건 최대주주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오너였던 허재명 전 사장(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은 보유 지분 53.3%를 롯데케미칼을 상대로 2조7000억원에 모두 처분했다. 주식매매계약 거래가 완전히 종결되자 CB 투자자는 대거 상환 청구에 나섰다.
다만 EOD에 따라 상환을 받은 운용사마다 모두 원금을 돌려받는 데 그쳤다. 이 C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로 책정된 데다 커버넌트상 EOD 발생시 추가적 이자 배상 조항을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리의 이례적 고공행진 시기에 1년여 간 자금이 묶였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다면 기회비용 측면에서 결국 손해를 본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이번 EOD 트리거가 발행사의 불가항력적 경영 여건의 변화가 아니라 오너가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경영 행위라는 점이다.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고 그 결과 오너가 롯데그룹으로 바뀌었다. 물론 글로벌 자산시장이 하락세를 거듭한 시기였으나 피인수 후 주가는 과거 고점인 16만5500원에서 6만원 대까지 과도하게 꼬꾸라졌다.
여기에 CB 발행과 M&A 본격화의 시기가 엇비슷한 것도 눈에 띈다. 2021년 말 1500억원 규모의 CB를 찍었고 2022년 5월을 전후해 매각이 공식화됐다. 이 때 매각주관사가 투자제안서(IM)를 잠재적 인수 후보에 전달한 만큼 CB 발행 시점부터 이미 M&A는 내부에서 기정사실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운용업계에서는 CB 인수 당시 오너 변경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잠재된 위험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운용업계에서는 M&A처럼 의도적 경영 행위에 따른 EOD의 경우 페널티 격인 이자가 추가로 지급돼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커버넌트는 기관 투자자 간 개별 약정이기에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와는 결이 다르다. 결국 CB 발행사(주관사)와 투자자인 운용사가 합의 아래 삽입해야 하는 조항이다.
◇페널티 적극 기재, 시장 여건 변화 필요…'롯데에너지 CB' 손실 펀드, 회복 무게
과거 CB를 발행할 때는 EOD 발생시 15% 안팎의 이자를 추가로 지급하고 상환 지체시 징벌적 지연 이자를 내는 커버넌트가 발행 시장의 관행으로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메자닌 투자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뒤로 발행사가 우위를 점하는 시장 구도가 구축됐고, 그 뒤로 이런 커버넌트가 없는 게 오히려 보편적인 약정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M&A에 따른 EOD 발생시 별도 이자를 지급받는 커버넌트를 적시하지 못한 건 투자사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향후 비슷한 사안에서는 반드시 페널티가 추가되는 방향으로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메자닌의 주요 이슈어인 바이오사의 경우 펀딩 악화에 따라 주인이 바뀌는 이벤트가 이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롯데에너지의 CB를 담았던 메자닌 펀드는 상장주식의 주가 급락 탓에 보유분의 일부를 손실로 처리해왔다. CB는 주식 전환과 상환 청구가 가능하기에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감안해 외부 평가기관에서 가치를 책정한다. 이들 헤지펀드의 경우 원금 상환을 받은 동시에 수익률 하락분도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에너지는 단순히 '롯데'의 이름값만으로 크레딧(부채상환능력)과 펀더멘털이 강화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모회사의 롯데케미칼이 우량 기업이지만 M&A 후 신용등급(AA+) 전망에 부정적(Negatigve)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오히려 캐시카우로 거듭났을 때 롯대건설과 지분관계가 얽힌 모기업의 자금 창고 역할을 맡는 돌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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