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 메자닌 EOD]미래에셋증권 공격적 할증 발행조건도 '한몫'②전환가, 기준주가 120% 책정…2년새 조달비용 껑충
양정우 기자공개 2023-04-27 08:25:43
[편집자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환사채 EOD(기한이익상실)가 메자닌 투자자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시기에 대규모 현금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할증 발행의 부작용이 나타난 결과라는 시각이 나온다. 더벨은 메자닌의 고유 특성과 국내 시장 특유의 사정이 맞물려 드러난 이번 사례를 되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4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이하 롯데에너지)의 제1회차 전환사채(CB)는 매우 공격적 구조로 발행된 메자닌이다. 할증 발행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전환가액을 최대치로 끌어올렸으나 주가는 근처에 접근조차 못한 채 3분의 1 수준으로 꼬꾸라졌다.전환가액이 높게 형성된 건 롯데에너지 입장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같은 액수로 발행하더라도 보통주 전환시 새롭게 찍을 신규 주식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픽싱 조항마저 투자자에 불리한 방향으로 조정됐다. 이런 구조가 미래에셋증권이 CB 주관사로 낙점받았던 배경이다.
하지만 발행사에 유리한 구조였던 메자닌은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지나치게 높은 전환가액과 불리한 리픽싱 조항이 맞물린 탓에 CB 투자자가 고민의 여지없이 너도나도 상환 청구를 단행했다. 롯데에너지가 단번에 1000억원 대 유출에 직면하게 된 단초로 여겨진다.
◇'할증' 전환가액 16만원, 주가 5만원 대 추락…괴리차로 너도나도 상환 청구
롯데에너지는 2021년 12월 말 1500억원 규모의 제1회차 CB를 발행했다. 당시 전환가액이 주가의 120%인 할증 발행을 단행해 최종 단가가 16만5500원으로 확정된 게 특징이다. 메자닌 발행을 비롯해 신규 주식 발행이 전제된 조달의 경우 유통시장의 주가보다 기준 가격이 할인되는 게 일반적이다. 시가총액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추가 상장이 이뤄지면 주가는 하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메자닌의 할증 발행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유동성 여력이 풍부한 우량 기업의 경우 CB 등을 할증 발행하는 방향으로 조달에 나설 때가 종종 있다. 이들 회사도 단기적으로 자금 수지의 미스매치가 발생해 시장성 조달에 나서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롯데에너지의 경우 CB를 발행한 뒤 최고 주가가 14만8000원에 불과하다. 할증 발행된 최초 전환가액보다도 11% 낮은 가격이다. 이 최고점 이후의 주가 향방은 더 드라마틱하다. 숨가쁘게 급락 추세를 이어가더니 5만원 대 아래로 하락했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하락세를 감안해도 낙폭이 두드러졌다.
현재 주가는 6만원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올들어 2차전지 섹터의 주요 기업은 과거 고점을 회복한 건 물론 시장의 뭉칫돈을 끌어모으면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2차전지 소재 관련 동박을 생산하는 롯데에너지의 주가는 유독 부진하다.
운용업계에서는 롯데에너지 CB의 전환가액(리픽싱 후 14만8950원)과 현재 주가의 괴리가 너무 커 한동안 주식 전환의 타이밍이 도래할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당분간 6만원 대인 주가가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폭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CB 투자자마다 줄줄이 상환을 요청한 것이다.
◇최상의 조건 '부메랑'으로 돌아와…금리 급등에 메자닌 상향조정 의무화
만약 이번 CB가 일반적 메자닌의 구조로 발행됐을 경우 상황은 정반대로 뒤바뀌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CB의 전환가액은 주가보다 20%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된다. 여기에 전환가액에 붙은 리픽싱 하향 한도도 70%가 통상적 수준이다. 제1회차 CB에서 책정된 90%보다 훨씬 낮다.
미래에셋증권이 공격적 영업과 함께 제시한 메자닌 구조가 아니었다면 CB의 전환가액은 9만원 대 안팎으로 수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가격대는 이미 지난해에도 몇 차례나 도달했던 주가다. 게다가 2021년 발행된 메자닌의 경우 리픽싱 가액의 상향조정 의무화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하향 리픽싱으로 고정된 전환가액을 주가 회복시 고스란히 누릴 수 있어 현재와 같이 CB 투자자의 일방적인 상환 청구 릴레이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롯데에너지 CB는 EOD(기한이익상실) 충족과 동시에 상환을 청구하는 데 논의의 여지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메자닌을 주관하고자 공격적 구조를 짜지 않았다면 주식 전환의 기회를 기다렸을 수 있다"며 "물론 발행 당시 시나리오가 이뤄졌다면 롯데에너지가 조달 비용을 크게 낮췄겠으나 이제 1000억원 대 상환을 소화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롯데에너지가 추가 조달에 나선다면 과거와는 다른 시장 여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회사채의 경우 'AAA' 3년물의 금리가 3% 대, 'BBB+' 3년물이 8% 대에 달하고 있다. CB를 다시 한번 발행하기로 결정해도 조달 비용이 대폭 늘어난 상태다. 리픽싱 상향조정 의무화에 표면이자율도 더이상 0%로 찍기 어렵다. 무엇보다 또다시 1500억원을 조달할 경우 신규 발행해야 할 주식 수를 2021년보다 3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과감한 영업의 명암…주관사 너무 믿었나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메자닌 딜에 전폭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기자본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동시에 총액인수 후 셀다운 루트로 영업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CB 주관 딜에 미래에셋캐피탈 등 계열사가 함께 투자하는 것도 이런 수순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당시 발행사 입장에서는 할증 발행 등 공격적 구조와 주관사의 리스크테이킹이 매력적 조건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양날의 검이었던 셈이다.
롯데에너지는 오는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현재 규모의 5배 정도(연산 23만톤)로 키운다는 방침 아래 대규모 자금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장치 산업 특유의 끊임없는 자본적 지출(CAPEX)은 물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대대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26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상태다.
하지만 이 와중에 주식 전환을 기대하고 발행했던 CB가 일제히 상환을 청구받게 되면서 일시적인 자금 유출이 불가피 한 상황이 됐다. 적어도 헤지펀드(일반 사모펀드) 운용사가 보유했던 1100억원은 EOD 요건 충족 후 모두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재무구조상 빚부담이 과한 수준은 아니지만 캐시플로우 측면에서 현금 유출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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