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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복수의결권' 취지 공감…'안전 장치'도 마련해야 무능한 창업주 도덕적 해이 경계…투자자 희생 강제, 반대급부 있어야

이명관 기자공개 2023-05-04 15:46:12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09: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안 발의 3년만에 '복수의결권 발행'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 하면서 투자유치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벤처기업 창업자들에게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엔 시행령이 나오기까지 남은 시간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장선에서 정책 취지를 살리려면 투자자 입장에서의 안정장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영능력이 입증된 창업자에겐 복수의결권이 실효를 거둘 수 있겠지만, 무능한 창업자의 경우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년 만에 국회 통과, 필요성 공감…구체적 시행령에 쏠리는 '관심'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3년여 만의 결실이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OECD 가입 36개국 중 17개국이 이미 복수의결권주식제도를 도입 중인데, 한국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 2020년 6월 최초 발의됐다. 이후 다수의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 하면서 시장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의원 시절 발의에 동참했다. 사실 복수의결권 제도는 법안 발의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갈리면서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한 논쟁이 있어왔다.

복수의결권은 벤처기업 창업주가 보유한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다. 1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 확보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보완해야할 지점이 많다고 평가했던 이재명 전 대통령 후보와 달리 윤석열 당선인이 적극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내용이다.

이번 법안 발의 이후 시장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에 대해 복수의결권 제도는 현 정부가 벤처기업의 IPO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도입하기로 약속한 내용이다.

일단 정책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VC업계 관계자는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대표이사 지분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육성은 국가 산업 발전에도 중요한 지점"이라며 "도입 취지대로면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주는 사실상 스타트업의 처음과 끝이다. VC는 대개 창업주의 가치관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투자의사결정을 내린다. 초기엔 밸류도 낮고 금액도 그리 크지 않다보니 어느정도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까지 도달하는 데 수월한 측면이 있다. 다만 성장기로 접어드는 시리즈B 라운드 이후로 접어들면 VC도 선별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투자금 회수를 고려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상장(IPO)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IPO에 이르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숫자가 나와야 한다. 혹은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숫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성장기에 접어든 스타트업들 중 이에 부합하는 곳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중·후기 라운드로 접어들면 투자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경영권을 지닌 창업주의 지분율이 희석된다.

IPO 과정에서 지배구조 변동성은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거래소 상장 심사 문턱을 넘어서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컬리도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을 때 거래소로부터 대주주 지분과 관련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의 최대주주는 김슬아 대표로,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25%에 불과하다. 이에 컬리는 투자자들의 보호예수를 '2년 6개월'로 설정하는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복수의결권을 활용하게 되면 지배구조 변동성 이슈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투자유치를 받는데 부담이 덜해지는 셈이다. 스타트업은 자생할 수 있을 정도의 성장에 다다르기 위해선 지속해서 외부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복수의결권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 해이' 경계, VC "투자자 안전 장치 필수"

다만 이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수의결권 제도의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된 내용이기도 하다.

VC업계 관계자는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했지만, 경영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보호해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며 "이미 사적 계약을 통해 투자를 받은 만큼 창업주를 무조건 약자로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오너 리스크가 있는 경우 주주들이 주주권을 발동해 목소를 내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복수의결권을 창업주가 활용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오너 리스크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리스크를 온전히 투자자가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실제 최근 메쉬코리아 사례를 통해 보면 창업주의 의사결정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메쉬코리아는 한때 유니콘을 노렸던 배달대행 플랫폼이다. 창업주의 잘못된 판단으로 법정관리까지 밟았다.

이 같은 문제점에 정부도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 뒀다. 주주총회 '4분의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행사요건도 까다롭게 설정했다. △창업자가 설립 당시 발기인이어야 한다 △복수의결권주식발생당시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여야 한다 △최소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등이다.

여기에 복수의결권 기간 또한 발행일로부터 10년의 제한을 뒀다. 보유기간 내에 상장한다고 하더라도 3년의 유예기간은 보장해주는 것으로 했다. 상장을 하게 되면 보호장치가 필요 없어져서다.

그럼에도 안전 장치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VC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며 "현재 대로면 투자자에게 희생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에게도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목은 투자자와 창업자 간 협상의 영역이다. 이를테면 △대표이사의 복수의결권을 허용한다고 했을 때, 대표이사 지분에 대해 시가보다 할인해 콜옵션을 투자자가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 △청산 잔여 재산분배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혹은 M&A 등이 되었을 때 대표이사가 받아갈 몫에서 일부를 투자자에게 배분 한다는 등의 내용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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