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음...이번에 자금 조달 잘해서 경영을 정상화시키면 그간 미뤄둔 사업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구조조정을 하든 M&A(인수합병)를 하든 아니면 둘 다 하든 말이죠. 애초에 그게 제 역할이었고요."최근 LCC(저비용항공사) 업계에 몸담은 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만났다. 미팅이 한두 차례 연기되고 목적이 담소 정도로 바뀐 까닭에 당일 다소 불안했다. 연락을 잘하다가 갑자기 연락을 끊는 CFO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쪽의 배려가 부족한 탓도 있고 기자와 만남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도 한 이유일 터다.
미팅에 나온 CFO는 생각보다 표정이 좋았고 제스처도 편안했다. 목소리 톤도 높았고 여러 질문에 어려움 없이 답했다. 이런 때 많은 언론에선 '자신감'이나 '여유'라는 단어들을 꺼내는데, 이 형용사들 말고는 그를 설명할 길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잊고 있지만 LCC 업계의 '고난의 행군'은 2020년이 아닌 2019년부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닌 일본의 수출규제로 발발한 '노 재팬(No japan)'이 근원이다. 실제 LCC 업계 빅3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는 2020년이 아닌 2019년에 모두 영업손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그 이후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매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영업 적자가 3년간 이어졌다. 생존만이 목표인 기업에 선택지는 단 하나밖에 없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무조건·최대한 줄인다. 그리고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무조건·최대한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몇몇 LCC는 '피와 살(보유 지분)'까지 내줘야 했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여행객 증가세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사 실적의 선행지표인 선수금도 늘었다. 여행객들이 탑승 전 구입한 티켓의 요금은 먼저 선수금(부채)으로 잡힌다. 이후 실제 탑승이 이뤄지면 이익(자본)으로 바뀐다. 지난해 말 빅3의 선수금 총합은 5083억원이다. 1년 전보다 무려 6배 늘었다.
그럼 생존 이후는 어떨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선 2019년과 비교해 봐야 한다. 그 당시 LCC 업계는 포화 상태였다. 4년이 지난 2023년에도 이 상태는 변하지 않았다. 단적으로 항공사 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익은 낼지 모르지만 새로운 시장을 찾거나 타사 점유율을 가져오지 않으면 성장은 힘들다는 점이 같다.
난기류 통과는 난기류를 만났을 때 일시적인 목표일 뿐이다. 항공기 운항의 목표는 난기류를 만나기 이전과 이후에도 안정적인 목적지 도착으로 같다. 2019년 LCC들의 목적지는 생존이 아닌 성장이었다. 노 재팬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생존으로 바뀌었을 따름이다. 최근에 만난 CFO가 일깨워준 게 있다면 바로 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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