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의 제주항공 EB, 투자자까지 '윈-윈-윈' 1300억 EB 중 30억 주식교환 청구... 전액 교환해도 지배력 ‘이상 무’
강용규 기자공개 2023-02-24 08:21:53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2일 1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K홀딩스가 발행했던 제주항공 주식 교환사채(EB)에 첫 주식교환 청구가 들어왔다. 제주항공 주가가 교환가액을 넘어서면서 수익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분석된다.AK홀딩스는 교환사채를 통해 제주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자금을 마련했고 제주항공은 이 자금을 통해 신예기 도입을 준비할 수 있었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수익화도 시작된 만큼 유상증자와 맞물린 교환사채 발행은 AK홀딩스-제주항공-투자자 모두 이득을 보는 결말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22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AK홀딩스를 포함한 특별관계자 지분율이 직전 보고일인 2022년 11월21일의 51.83%에서 2023년 2월17일 51.57%로 0.25%p 낮아졌다고 밝혔다. AK홀딩스의 지분 보유량이 17일자로 19만9335주 줄었다. AK홀딩스 측에서는 교환사채의 주식교환 청구에 따른 주식 수 감소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2173억원을 조달했다. 이에 앞서 2022년 9월 AK홀딩스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교환사채의 교환대상은 제주항공 주식이며 교환가액은 1만5050원, 교환 청구기간은 2022년 12월6일~2027년 8월6일이다. 1300억원의 발행금액 중 30억원 규모의 주식교환이 이뤄진 것이다.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3%의 낮은 이자율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주식교환에 목적이 치중된 교환사채였다. 이번에 교환 청구가 들어온 2023년 2월17일의 제주항공 주식의 장 마감가는 1만7080원이었다. 투자자는 13.5%의 수익률을 본 셈이다.
지난해 10월 일본의 완전한 자유여행이 가능해진 것을 계기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여객 비중이 높은 LCC(저비용 항공사)들의 실적도 2022년 4분기 턴어라운드가 시작됐다. 제주항공의 경우 연결기준 영업이익 187억원을 냈다. 2019년 2분기 이후 15분기만의 흑자전환이다.
국제선 여객의 회복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항공사 실적의 주요 변수인 환율이나 유가 등의 지표 변동에 맞춰 AK홀딩스가 발행한 제주항공 교환사채의 추가 교환 청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투자자들의 교환사채 투자는 성공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교환사채 발행사인 AK홀딩스에게도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는 최종 발행가액이 신주 1주당 7980원이었다. 즉 AK홀딩스는 교환사채의 주식 교환가액인 1만5050원에 제주항공 주식을 팔고 7980원에 제주항공 신주를 산 셈이다. 심지어 당시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의 유상증자의 120%의 초과청약을 냈다.
물론 추후 추가 교환청구가 들어올 시 지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분 50.56%를 보유하고 있다. 발행 교환사채 전액에 주식교환 청구가 들어오더라도 지분율은 40% 수준까지 낮아질 뿐이다. 3분의 1 이상 지분율의 유지가 가능한 만큼 경영권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교환사채 발행계획을 준비하던 2022년 2분기 말 기준으로 AK홀딩스의 별도기준 현금 보유량은 45만원에 불과했다. 제주항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었다.
제주항공 역시 수혜자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전액 신예기인 B737-8MAX 도입 준비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B737NG 기종을 주력으로 꾸려진 기단의 현대화를 위해 2018년 보잉과 B737-8MAX 기종을 최대 50대(확정 40대+옵션 10대)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올해 4기를 시작으로 순차 도입이 시작된다.
B737-8MAX는 B737NG 대비 운항거리가 1000km가량 길고 연료 효율이 14%가량 높다. 제주항공은 신예기의 도입을 통해 중앙아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그간 LCC들의 취항이 많지 않았던 국가에서 신규 노선을 발굴하고 연료비를 절감해 실적 개선에 고삐를 당긴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제주항공은 이전 5개 분기 동안 꾸준히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이 훼손됨에 따라 2022년 3분기에는 부채비율이 2000%에 육박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지난해 4분기의 유상증자와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경영 정상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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