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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장기화' 눈높이 낮춘 김창수위스키, 투심 여전히 냉랭한 이유는 1000억 기업가치 500억 대로, 브랜드 파워 지속 가능성 제시 등 관건

김예린 기자공개 2023-05-04 08:15:4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생산업체 ‘김창수위스키증류소(이하 김창수위스키)’가 작년 하반기부터 펀딩 작업에 돌입했지만 투자자들의 냉랭한 반응에 고전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낮추고 투자자 측에 유리한 조건도 내건 상황에서 분위기 전환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창수위스키는 1000억원을 고수하던 기업가치를 최근 500억원 대로 낮췄다. 투자자들의 ‘드래그얼롱(drag along·동반매각청구권)’ 조건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래그얼롱이란 투자가가 보유 지분을 팔 때 대주주(또는 창업주) 지분까지 끌어와 다른 투자자에게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

태세를 전환한 이유는 작년 하반기부터 100억원에서 최대 200억원까지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투자자들과의 밸류에이션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가장 먼저 딜을 소싱했던 이지스투자파트너스와 파운트자산운용도 고밸류 이슈에 투자 검토를 중단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재무적투자자(FI), 전략적투자자(SI)들과 협상해왔지만, 정중동 상태만 이어지고 있다.

출처=김창수위스키증류소

눈높이를 대폭 낮췄음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주류시장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다. 소주 등 증류주들의 저도주와 제로 슈가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가 와인, 다시 위스키로 유행이 옮겨가고 있다. 당장은 하이볼 열풍과 함께 위스키가 뜨고 있다지만 회수 시기가 도래할 수년 뒤 상황은 확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밸류 산정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내놓는다. 현재 김창수위스키가 밸류 측정 기준으로 삼는 포인트는 창고에 쌓아둔 오크통으로 전해진다. 위스키 판매 시 얻을 매출을 근거로 밸류를 주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각종 주세와 부가세가 더해져 최종 소비자가격이 책정되기에, 판매에 따른 매출에서 세금 등을 제외한 수치가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이 된다. 재고까지 감안하면 밸류 500억원은 여전히 높다는 주장이다.

브랜드 파워의 지속 가능성도 입증해야 한다. 김창수위스키는 작년 4월 출시한 한정판 제품이 완판을 기록하면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당시 새벽부터 줄 서는 ‘오픈런’ 돌풍이 일었고, 출고가 20만원대인 위스키 300여병이 판매 열흘만에 매진됐다. 리셀 가격은 200만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브랜드 인지도는 인정할 만하다는 평가다.

다만 그간에는 소량 제품만 판매했기 때문에 희귀성이 컸다. 앞으로 물량이 대량으로 풀릴 경우 김창수위스키를 경험해본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현재의 주목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당한 밸류 산정 기준을 제시하고 브랜드 인지도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펀딩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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