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우량기업 리뷰]이장규 대표, 텔레칩스 미래와 지배력 맞바꾼 '결단'②지난해 LX세미콘 투자로 지분율 20% 하회…공동창업자 서 전 대표 떠난 뒤 8년 만
서하나 기자공개 2023-05-18 12:46:44
[편집자주]
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1632개 코스닥 상장사 중 473개사(28.9%)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86개사가 신규로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1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 팹리스 1세대 경영자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LX세미콘을 외부 투자자로 맞이한 일은 꽤나 큰 관심을 모았다. 공동 창업자인 서민호 전 대표가 2013년 경영에서 손을 뗀 후 이 대표의 지분율이 20%대 아래로 내려간 건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이 대표는 자율주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 신사옥 이전 등 과감한 투자 없이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봤다. 급한 불을 끈 이 대표는 지난달 텔레칩스 지분을 재매입했다. 그만큼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이 대표가 지난해 변화를 감수하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텔레칩스 최대주주인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이사는 지난달 중순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약 42만5000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지난해 말 19.07%(264만2695주)를 보였던 지분율은 다시 21.17%(302만9193주)로 20%대를 회복했다.
이 대표는 2014년부터 줄곧 20%를 넘는 지분율을 유지해 왔다. 2018년 중 무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236만주(22.2%)로 낮춘 것을 제외하면 약 8년 동안 22.2%의 지분율에 변동이 없었다. 이는 2013년 말 공동 창업자인 서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위임한 이후 이 대표의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그러던 이 대표가 지난해 5월 LX세미콘에 지분 151만주(10.93%)를 매각한 건 이례적인 일로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칩을 개발하고 판교사옥으로 이전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결단이 필요했다.
사실 이 대표는 2021년경부터 ADAS 칩,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칩 등 개발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자금 마련 경로를 모색해왔다. 자회사 지분이나 자사주 매각, 정책자금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회계법인 등 투자업계를 통해 LX세미콘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라며 "LX세미콘과 텔레칩스는 겹치는 아이템이 없으면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영역을 갖고 있어 자연스럽게 투자자로 관계를 맺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LX세미콘은 LCD 드라이버를 잘하고 텔레칩스는 인포테인먼트를 개발해 디스플레이에서 연계되는 부분들이 많다"라며 "아직 명확한 사업적 시너지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LX세미콘이 모터 등 드라이버 IC를 개발하는데 텔레칩스의 MCU와 연계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또 텔레칩스는 2020년부터 판교 신사옥(지상 12층, 지하 5층 건물) 건설을 위해 부지 매입과 건축비 등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다. 오랜 기간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던 텔레칩스가 2020년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30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한 것도 관련 투자의 일환이었다.
텔레칩스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적용한 ADAS 칩 등에 미래를 걸고 있다. ADAS는 운전 중에 발생하는 돌발 상황을 차량 스스로 인지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레벨이 높아질수록 자동차가 취합한 각종 이미지와 영상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야하는데 이런 고성능 칩이 바로 텔레칩스에서 개발한 ADAS 칩 '엔돌핀'이 하는 역할이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반도체 응용 제품 확대를 통해 자동차 시장에서 매출 증대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팹리스 1세대 경영인으로 꼽힌다. 텔레칩스는 1998년 말 공동 창업자인 서 전 대표와 함께 발신자의 번호를 나타내주는 핵심장치인 '콜러아이디칩'을 개발한 벤처기업에서 출발했다.
창업 당시 7명으로 출발한 텔레칩스는 현재 국내 완성차 회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해외에 BMW와 폴크스바겐, 도요타에 오디오·디스플레이 등의 칩을 공급하는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거래소로부터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춰 '우량기업부'에 재편입됐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 줄곧 서 전 대표와 2인 체제를 유지하다 2014년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 대표의 단독 경영 체제에서 텔레칩스의 의사결정이 전보다 훨씬 신속하고 과감해졌다는 평가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테블릿 PC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카오디오와 AVN, 셋톱박스 등에 주력하기로 한 일이 대표적이다.
텔레칩스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우호적인 파트너십 관계인 LX세미콘을 제외하고 눈에 띄는 외부 투자자가 없다. 지배구조에 따른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대표의 지분율(21.17%)은 LX세미콘 지분율(10.93%)의 약 두 배 정도다.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외부 자금을 적절히 유치하고자 하는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이 묻어난 전략적 결정이라는 게 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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