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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신NCR]신평사가 '구NCR' 미련 못버리는 까닭은②"신NCR은 자기자본 클수록 유리, 리스크 상대비교 어려워"…구NCR 조정지표 병행

최윤신 기자공개 2023-05-16 13:25:20

[편집자주]

증권사 자본규제 완화의 상징과도 같은 ‘신NCR(순자본비율)’이 기로에 섰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위험자산의 부실화가 현실화하며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해온 증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로 하여금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끔 만든 신NCR과 이를 기반으로 한 규제가 진짜 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벨은 기로에 선 신NCR이 증권업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청취했다. 이를 통해 어떤 방식의 규제가 합리적일지 고민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2일 0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NCR 규제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는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여전히 구NCR 지표를 더 중요시 여긴다.

이런 분위기의 중심엔 기업의 리스크를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들이 있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회사들은 당국이 규제지표로 도입한 신NCR을 증권사의 자본적정성 평가에 반영하길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모든 신평사가 신NCR을 평가지표로 반영하긴 했지만 여전히 구NCR에 대한 미련을 버리진 못하는 모습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선 여전히 신NCR이 가진 한계가 명확하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의 실제 위험을 적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규제와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신·구 지표의 어쩔수 없는 공존

금융당국은 2014년 4월 증권회사의 NCR 제도 개편방안을 통해 ‘신NCR’이란 개념을 꺼내들었다. 증권업의 자본 활용도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가 주 목적이었다. 이 뿐 아니라 구NCR 지표가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손실흡수 능력을 적절하게 표시한다는 도입 논리가 덧붙여졌다.

대형사의 유휴자본규모가 소형사보다 훨씬 더 큼에도 구NCR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는 게 문제로 지목됐다. 특히 당시 자본잠식에 빠진 증권사들의 구NCR 지표가 대형사보다 높게 나타나는 ‘착시 현상’을 제도 개선의 명분으로 삼았다.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신NCR이 의무적용된 2016년부터 이를 자본적정성 판단의 주요 지표로 삼았다. 다만 한국기업평가가 이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자본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구NCR이 더 적합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한기평은 2016년 3월 증권업신용평가 방법론을 개정하며 “총위험 규모 대비 대응가능한 자본력의 비율이 회사의 위험성향과 위험에 대한 대응력을 평가하는데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해 구NCR을 평가지표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물론 결국 당국이 규제지표로 활용하는 신NCR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한기평도 이듬해 개정에서 신NCR을 자본적정성 평가지표로 삼았다. 다만 신NCR만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구NCR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한기평에서 시작된 구NCR과 신NCR의 공존은 다른 신평사의 평가기준으로 이어졌다. 한신평이 2018년 평가방법론을 수정하며 구NCR을 다시 불러와 신NCR과 동일한 비중으로 반영했다. 리스크부담 여력의 절대적 크기 뿐 아니라 상대적 크기의 반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나신평도 2020년 다시금 구NCR을 불러들였다. 신NCR의 산출식 기준 상 자기자본 규모가 클수록 지표가 크게 상승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재 3곳의 신평사의 증권사 자본적정성 평가에는 신NCR과 구NCR이 공존하고 있지만 구NCR을 더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다. 실제 한기평의 경우 2020년 비율 조정을 통해 구NCR의 반영비율을 높이기도 했다. 다만 2022년부턴 다시 동일한 비중을 반영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지표 자체가 중요한 팩터이기 때문에 신NCR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방법론 지표는 규제를 위한 게 아니라 상대적 변별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이기 때문에 규모에 따른 착시가 적은 구NCR이 더 합리적인 수단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 구NCR 지표 가공해 사용 "한계 분명해"

물론 신평사들이 구NCR 지표를 신봉하는 건 아니다. 과거 구NCR에서도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모순이 나타났던 만큼 2020년 들어선 각 사별로 조정된 값을 적용한다. 분자에 해당하는 영업용순자본과 분모에 해당하는 총위험액 산정 방식을 가공하는 방식이다.

각 사별로 고안한 조정방식은 세부적으론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현실성을 고려해 각자 조정방식을 산정했는데, 조정의 목적은 사실상 같다”고 설명했다.

먼저 분자에 해당하는 수정영업용순자본은 기존 영업용순자본 산정 시 자기자본에서 차감되는 유형자산과 대출채권 등을 차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공된다. 유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영업용순자본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의 구NCR이 자본 활용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반면 분모에는 잔존만기 3개월을 초과하는 대출채권 등 기존 총위험액 산정에서 제외되는 위험을 포함시킨다.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리스크를 반영하려는 취지다.

가장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기준으로 가공지표를 만들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않다.결국 자본적정성에 대해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규제지표가 마련되는 게 최선이란 게 업계의 의견이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세부수치 확보가 불가능해 대체지표로 구NCR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당국 차원에서 신뢰할만한 규제지표를 마련해주면 평가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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