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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K-가전 기술]경동나비엔, '콘덴싱 신화' 북미 넘어 유럽으로온수기·퍼네스 신제품에도 적용…47개국 맞춤 설계, 5억달러 수출 비결

평택(경기)=손현지 기자공개 2023-05-22 10:48:02

[편집자주]

가전업계가 소비 절벽에 부딪혔다.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뚝심 있게 개발해온 '기술' 경쟁력과 오랜 기간 다져온 '제조 공정' 노하우다. 불황 속 고군부투하고 있는 국내 생활가전·보일러 10곳 업체를 선정해 생산현장과 연구개발(R&D) 현장에서의 생생한 노력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8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동나비엔은 살아있는 보일러 신화로 통한다. 1950년대 손도익 고(故) 명예 회장 시절 연탄사업을 시작, 에너지 불모지였던 한국이 난방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수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콘덴싱' 기술을 연마해 가스보일러, 기름보일러, 온수기 등 난방시설의 끊임없는 발전을 주도했다.

명실상부한 수출 기업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창립이래 32년간 줄곧 해외 진출을 도모해온 결과, 국내에서 5억불 이상 수출을 한 기업에게만 부여하는 '5억불 수출의 탑' 수상패를 거머쥐었다. 지난주 경동나비엔 보일러 생산 중추인 서탄공장을 찾아 차별화된 기술력과 45년의 발자취를 들여다봤다.

◇생산기지 일원화…수출 중심된 '서탄공장'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1층 홍보기념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건 '수출의 탑' 수상패다. 지난 2020년 3억불 수출의 탑 수상 이후 2년 뒤 2022년 5억불 수출의 탑을 우뚝 세웠다. 작년 5억달러 수출 기록을 세운 국내 기업수가 20곳 남짓이었다는 점을 비춰보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1층 기념관. 사진=손현지 기자

현장에서 만난 배형민 경동나비엔 관리부문장(상무)는 "보일러 업체들 중 1억달러 이상 수출 기록을 세운 기업도 찾기 어렵다"며 "경동나비엔은 중국, 미국, 캐나다, 러시아, 영국,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등 총 7개 해외법인을 운영하며 수출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의 생산기지는 현재 국내 서탄공장 한 곳으로 일원화된 상태다. 전세계 47개국에 수출되는 보일러나 온수기 등 제품들이 모두 이 곳 서탄공장에서 탄생하는 셈이다. 평택 공장 라인도 서탄 공장으로 이전 작업 중이다. 해외 현지공장은 중국 한 곳에만 있다.

생산역량을 국내로 몰아둔 이유는 '품질' 보증을 위해서다. 배 상무는 "아직 해외는 국내 만큼이나 서비스망이 촘촘하진 않다"고 말했다. 가전제품 중 TV만 하더라도 고장난다 해서 당장 생활에 타격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보일러는 다르다. 이상이 생긴다면 씻는 것 부터 차질이 생긴다. 보일러업 특성상 바로 바로 점검할 수 있는 서비스 여건을 갖추는게 중요한 이유다. 부품 수급 측면의 이유도 있다. 해외에선 원하는 물량을 조달받기 어렵고, 단가도 비싸다.

◇네덜란드에서 전수받은 콘덴싱 기술, 세계 제패

안쪽으로 들어서자 역대 경동나비엔의 제품들이 차례로 전시돼 있었다. 1979년 국내 최초의 기름보일러 '코로나 KDB-202' 부터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콘덴싱 기술이 접목된 가스보일러 '터보(TURBO)', 가스보일러 1위로 우뚝설 수 있게 한 최대 히트상품 'GOM', 그리고 미국 진출의 계기가 된 콘덴싱 가스 온수기까지. 그간의 성장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특히 전매특허 '콘덴싱 기술'의 변천사가 한 눈에 보였다. 콘덴싱이란 배기가스 속에 숨어 있는 열을 회수하는 기술이다. 보일러는 통상 가열하면서 만들어진 배기가스를 방출하는데, 콘덴싱은 이를 그냥 내보내지 않고 숨어있는 열을 흡수해 한번 더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즉 열을 두번 활용하는 만큼 효율은 배가 시킨다.

콘덴싱 기술의 시초는 네덜란드 네피트사다. 경동나비엔은 1988년 네피트사와 기술 제휴를 체결했다. 네피트사는 콘덴싱 기술을 전수해주고 경동나비엔은 자체 열교환기 제조 기술을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양방향 교류를 이어갔다. 그 결과 경동나비엔은 아시아최초로 콘덴싱 기술이 접목된 가스보일러 '터보'를 출시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콘덴싱을 접목시킨 여러 제품들을 출시하며 진화했다. 그 중엔 눈길을 사로 제품 이름도 있었다. 지난 1997년 출시된 따르릉 가스보일러(GM)다. 전화로 외부에서도 보일러를 원격제어할 수 있도록 한 혁신 제품이다.

배 상무는 "휴대전화로 보일러를 켰다, 껐다 할 수 있어 당시 신기하다는 평가 등 많은 호응을 얻은 제품"이라며 "집을 오래 비워둘 경우에도 원격제어로 난방을 조절할 수 있어 에너지 절약에 효과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경동나비엔 최대 히트상품인 'GOM' 제품도 눈여겨볼 만 했다. 90년대만 하더라도 가스보일러 규격이 일본 지수에 맞춰져 있던 터라 사고 위험이 많는데, 국내 규격에 맞춰 개선한 상품이다. 2중 안전 규격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보일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국가별 맞춤, 현지화…수출 1등 비결

옆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자 전세계로 수출 중인 제품들도 볼 수 있었다. 겉보기엔 네모난 박스 모양으로 모두 비슷해보였지만 제어 사양과 기능은 제각각이었다. 미국, 러시아, 영국, 중국, 멕시코 모두 안전장치나 규격 등이 모두 다르다. 사용 패턴이나 문화도 상이하다.

경동나비엔은 국가별 특색에 맞춰 현지화 작업을 거쳤다. 예컨대 북미와 유럽만 하더라도 차이점이 뚜렷하다. 북미에선 가스보일러를 주로 외부에 설치한다. 2~3층 층고가 있는 대형 주택이나 전원 주택이 많기 때문에 집 내부가 아닌 외부 지하창고에 설치하기 때문에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반면 유럽은 보일러를 주로 주방이나 거실에 둔다. 유럽인들이 보일러를 선택할 때 소음이 적은가를 보는 이유다. 배 상무는 한 켠에 비치된 유럽형 NCB700, NCB500 모델을 가리키며 "소음 최소화, 가스 밀폐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안전을 강화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유럽에 납품하는 콘덴싱 기름보일러도 주방 싱크대 사이에 쏙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였다.

◇퍼네스의 진화, 콘덴싱 적용

경동나비엔은 북미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퍼네스와 온수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북미에선 가스보일러 보다도 온수기와 퍼네스 사용 비중이 훨씬 높다.

퍼네스는 배기가스 열과 실내에 있는 차가운 공기를 맞교환해 난방을 하는 시스템이다.약점이라 하면 열교환기에 구멍이 생길 경우,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돼 질식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고온의 배기가스로 예열을 하다 보니 건조해진다는 단점도 있다.

경동나비엔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자체 콘덴싱 기술을 접목해 온도를 세밀하게 제어하고, 일정한 온도의 공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열교환도 기존처럼 배기가스가 아닌 뜨거운 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구멍이 생겨도 누수 정도에 그칠 뿐 질식 등 인명사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올해는 냉방 뿐 아니라 환기, 제습, 청정 등 총 4가지 기능을 소화할 수 있는 '콘덴싱 하이브리드 에어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생활환경 파트너'라는 새로운 비전에 맞춘 공간도 볼 수 있었다. 주방에 있는 후드부터 거실 공조 덕트를 모두 연동시켜서 환기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요리할 때 미세먼지가 대량 발생된다, 이때 펜(fan)을 틀어버리면 주변으로 확산된다"며 "경동나비엔이 만든 주방렌지후드는 에어커튼을 자동으로 형성해주고, 거실의 공조 덕트와 연동해 미세먼지의 실내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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