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K-가전 기술]'10초에 제습기 한대씩' 위닉스 초고속 공정시스템④다품종 소량생산 최적화…효율공정 고민, '용접·포장·품질검사' 3개 TFT 가동
화성(경기)=손현지 기자공개 2023-03-29 10:44:44
[편집자주]
가전업계가 소비 절벽에 부딪혔다.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뚝심 있게 개발해온 '기술' 경쟁력과 오랜 기간 다져온 '제조 공정' 노하우다. 불황 속 고군부투하고 있는 국내 생활가전·보일러 10곳 업체를 선정해 생산현장과 연구개발(R&D) 현장에서의 생생한 노력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4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닉스 화성공장 1층에 들어서면 10m가 넘는 높은 층고의 창고가 눈앞에 펼쳐진다. 아파트 높이로는 3~4층 수준이다. 지난 17일 현장에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나설 제습기 완제품들도 벌써부터 높게 쌓여있었다.고경천 제품제조사업부장(전무)는 "이 높은 층고의 창고를 제습기로 가득 채워놔도 성수기인 7~8월 시즌이 지나면 어느새 썰물처럼 빠져나가져 있다"며 "제조회사 창고가 왜 이렇게 크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계절상품을 많이 취급하는 회사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정시기에 급격히 몰리는 수요에 대응해야 하다보니 국내에서 가장 빠른 생산 시스템도 갖추게 됐다. 앞선 관계자는 "10초에 한대씩 생산할 수 있는 라인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고사양 품질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양적으로도 캐파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화성공장은 총 4층 높이, 8000평에 달하는 구조다. 1층은 생산라인, 제품창고, 부품창고 등이 속해있고 2층은 연구소(신제품 개발), 3층은 생산라인, 소음측정실, 인정실험실, 제품, 부품창고, 4층은 제품 창고, 옥상은 장기내구성 실험실이다.
공장 전체 규모에 비해 창고가 많은 편이다. 사실상 1·3층 생산라인과 2~3층의 연구소, 품질시험 공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부품과 제품 창고로 활용된다. 화성공장에서 만드는 제품군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제습기, 공기청정기, 가습기, 온풍기 등 계절성 제품이 주를 이루는 만큼 재고를 적재해둘 넉넉한 공간이 필요하다.
넓다란 1층 제품 창고를 구경하며 막다른 구간에 이르니 메인 생산라인이 등장했다. 이 생산라인 위에서 모든 위닉스 제품들이 탄생한다. 위닉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타사들이 냉장고, 에어컨 등 제품군 마다 전용라인을 갖춘 것과 달리 한 라인에서 모든 제품 제조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일명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에 최적화된 체계다.
지난주 17일 화성공장 방문날은 19리터(L) 용량의 제습기가 생산되는 날이었다. 작업자들은 라인 위에 자체 제작한 열교환기에 컴프레셔 등을 올려 냉각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
위닉스는 3일 간격으로 라인 생산계획을 확정한다. 월간 단위로 생산 로드맵을 구상하지만 자재조달, 품질 오류 등의 급작스런 변수를 고려해 협력사들에겐 3일 간격으로 구간을 확정해 납품을 준비시킨다. 다음날 18일은 10리터급, 그 다음날은 12리터급 제습기 생산계획이 짜여있었다.
고 전무는 2020년 이후로 생산능력(캐파)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루생산 제품수는 11시간 근무 기준 3000대 수준"이라며 "13초에 한 대씩 생산하는 셈인데, 실제 라인 패드로 보면 10초에 한 대 구현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생산했을 땐 하루에 1만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며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규목 품질경영팀장은 "생산속도는 대한민국 1등"이라며 "좋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게 강점인데, 실제 제습기 품질 보증 기간을 5년으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의 설명을 듣는 동안 벽을 따라 큼지막하게 붙은 글귀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품질의 첫번째 기준은 고객의 눈', '많이 만들었다 자랑 말고 불량 방지하자' 등 작업자들에게 품질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영방침을 증명하는 듯 했다.
19리터 제습기는 순식간에 완성돼 마지막 포장 단계 라인에 있는 로봇에게 도달했다. 로봇은 무거운 완제품을 들어올려 바로 뒤쪽으로 부품창고로 연결되는 컨테이너 라인 위에 옮기는 역할을 수행했다.
부품창고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가니 또 하나의 생산라인이 있었다. 일본으로 수출할 냉온수기가 제조되고 있었다. 펌프, 컴프레셔, 열교환기, 냉각시스템 등 기본 부품은 제습기와 비슷해보였다. 직접 물을 넣어 물이 새는지 안새는지 등 확인 작업을 세차례나 진행하는 게 독특했다. 품질 검사 컨테이너 박스로 제품을 통과시키며 소비전력 이상여부, 부품 파손 여부, 누수 여부를 수차례 검증했다.
위닉스 화성공장은 공정효율화를 위한 여러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관련 태스크포스(TFT)만 3개를 가동 중이다. 세개 TFT는 각각 '용접공정 자동화', '생산품질 검사 자동화', '포장 완전 자동화' 등을 검토 중이다.
위닉스 관계자는 "부품은 150~200명 정도로 많다, 그런데 생산라인에 서 있는 작업자가 150명이 아닌 40명 정도인 건 모듈화가 상당 수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조립을 간단히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제품 버튼 작동 이상여부 확인 등 비교적 간단한 작업은 로봇이 대체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로봇이 무거운 완제품을 대신 옮겨주는 정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수준이다.
위닉스가 공정 효율화를 고민하게 된 건 글로벌 진출과도 연관이 있다. 해외 매출의 90%가 미국향 공기청정기에서 비롯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창고를 두고 미국 시카고에는 판매를 위한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이유다. 제품 생산은 태국공장에서 담당한다.
다만 낮은 인건비로 대량생산체제가 가능한 중국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미국 공기청정기 시장은 허니웰, 레보잇, 일렉트로룩스 등 글로벌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공장(화성, 시흥)의 경우 다품종 소량생산 기반을 구축한 상태다. 태국공장을 지원할 수 있으려면 오는 2025년까지 각 생산거점을 스마트화하여 리드타임을 40% 단축 등이 절실하다. 생산혁신 TFT를 꾸려 부품표준화, 모듈화, 검사자동화를 3대 중점 사항으로 정했다.
위닉스는 국내에선 제습기 1위다. 최근 새롭게 밀고 있는 제품은 4kg 컴팩트 건조기다. 이미 소형시장에선 마켓셰어 1위를 차지했다. 1인가구, 주거공간도 베란다가 따로없는 작은 공간으로 바뀐 소바라이프 패턴 변화에 맞춰 기획한 제품이다.
올해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인버터 제습기 개발에 집중을 하고 있다. 오는 9월 에너지 효율등급이 변동됨에 따라 고효율가전 개발이 기업의 주요 경쟁력인만큼 위닉스 역시 열교환기 효율개선에 집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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