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도전과 과제]관료 20년, 민간 40년…시대 따라 진화한 지배구조②대의원제로 민간 금융사 자리매김했지만 지역금고 비리 견제엔 '취약'
김형석 기자공개 2023-05-31 07:09:13
[편집자주]
새마을금고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경남 작은 시골마을에서 시작한 새마을금고는 60년 만에 조합원 수 866만명 총자산 자산 284조원 규모 대한민국 대표 금융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금융시장 악재 속에서도 지역 기반 금융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더벨은 새마을금고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새로운 60년을 전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구 새마을금고연합회)는 1973년 결성된 이후 20년 이상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수장을 맡았다. 창립 초기 재건국민운동이라는 정부 주도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영향이 컸다. 그만큼 초기 새마을금고중앙회 내 정부의 입김이 강해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이후 1995년 처음으로 내부 출신인 류준향(11대) 회장이 선출되면서 민간 금융사로서의 독립성 확보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이후 막강한 권력을 가진 중앙회장의 권한 축소를 위해 중앙회장을 비상근직으로 전환하는 등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혁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개선하고 대의원수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 대의원제 활용한 간선제 28년째 유지
새마을금고중앙회 운영의 정점은 대의원제도다. 전국 지역금고 이사장 중 선출된 350여명의 대의원은 4년에 한 번씩 치루는 중앙회장 선거의 투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1996년부터 대의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출된 대의원은 중앙회장 선출 권한과 더불어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중앙회에서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선출된 대의원의 대다수는 각 지역 금고 이사장 출신으로 총회에도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수장인 중앙회장의 권한은 최근 축소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018년부터 중앙회장을 상근직에서 비상근직(명예직)으로 전환했다. 중앙회장의 막강한 권한을 전문성을 갖춘 신용공제대표이사와 지도감독이사, 전무이사 등이 나눠 맡게 해 책임경영체제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 초기 재건국민운동 중심 중앙회 지배구조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초창기부터 각 지역금고 이사장과 대의원의 권한이 강했던 것은 아니다. 새마을금고 초창기는 정부가 주도한 사업이었다. 초창기에는 정부출신 낙하산 중앙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이어졌다.
1973년 설립된 새마을금고중앙회 초기 중앙회장을 포함해 다수의 임원과 이사회 인물들은 정부 측 인사들로 꾸려졌다. 1대 중앙회장은 초대 문교부장관을 지낸 안호상 씨다. 안 중앙회장은 1960년 제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국제 특사로 발탁됐다. 1969년에는 마을금고 사업을 관할하는 재건국민운동중앙회장을 맡기도 했다.
중앙회장 외에도 초기 임원들 역시 대다수가 정부 측 인물로 채워졌다. 부회장에는 전 체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 장관을 역임한 곽의영 씨가 맡았다. 이사 5명(김의형, 이인성, 김상술, 박윤갑, 김병호) 역시 모두 전 도지사와 재건국민운동 도 위원장들이 배치됐다. 감사 2명 역시 전 재건국민운동 강원도 위원장인 황규석 씨와 안건일 재건국민운동 부산시위원장이 선출됐다. 안건일 감사의 경우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도 겸직했다.
이후에도 중앙회 수장들은 대부분 군인 등 정부 측 관료 지속적으로 배치됐다.
2~3대 중앙회장을 맡은 김희종 회장은 시사통신 사장을 지낸 언론인이다. 하지만 1981년 정부 주도로 설립된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현 민주평통)의 자문위원으로 발탁되는 등 정부 관련 업무를 지속적을 맡아온 인물이다.
4대 회장인 김유복 씨와 5, 6, 7대 회장을 지낸 이두학 씨는 군부 출신이다. 김 회장은 1959년 4·19 혁명 당시 계엄연대장을 지냈다. 6대 장원찬 회장과 9, 10대 이규이 회장은 관료 출신이다. 장 회장은 서울지검 검사와 서울시 제2부시장을 역임했다. 이 회장은 경찰대 부교장을 시작으로 대구시장과 경기도부지사, 내무부 지방행정국장, 제주도지사 등을 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상호금융권에서도 민선 출신 중앙회장이 탄생했지만 새마을금고의 경우 1995년에서야 민간 출신 회장이 탄생했다"며 "초기 재건국민운동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조직 구성과 이후에도 행안부 등 정부와의 관계로 타 상호금융권보다 지배구조 면에서 독립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의원제도 개혁…조합원 권한 강화로
1995년 민간 중앙회장이 당선된 후 대의원제도가 정착됐다면 최근에는 일반 조합원(회원)의 권한 강화로 지배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중앙회장 선출 방식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1973년 출범이후 50년간 중앙회장 선출권한을 대의원(지역금고 이사장)에게 부여해왔다. 하지만 2025년 치러질 19대 중앙회장 선거부터는 직선제가 도입된다. 사상 처음으로 지역금고 회원들이 직접 중앙회장 투표권을 보유한다.
대의원제도도 대폭 바뀔 예정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현재 350명가량인 대의원 수를 최소 100명까지 3분의 1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배구조의 핵심인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대의원제도를 개편하는 데는 그간의 내부통제 부실 원인이 대의원제도에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회장 선출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보니 지역 이사장이 비리와 부패를 저질러도 중앙회 차원에서 징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거 때마다 부정·금권 선거도 반복됐다. 리더십과 실적 등 구체적인 이력보다는 조직력이 앞선 후보가 회장에 선출됐다. 이렇게 선출된 중앙회장은 전국 일반 회원보다는 대의원들의 권익 보호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상호금융권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배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강했던 경험은 1995년 최초 민간 출신의 류준향 중앙회장이 당선되면서 빠르게 지역 금고 이사장과 대의원의 권한 강화로 변한 계기가 됐다"며 "그 결과 대의원제도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앙회장 직선제와 대의원제도 개편은 금융조합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개혁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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