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은 지금]본사보다 더 풍족한 자회사…그룹 현금창고 역할③순현금만 2조 이상, SME 대금정산 목적…대규모 M&A 때도 손 안대
원충희 기자공개 2023-06-02 10:47:40
[편집자주]
2019년 11월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이 4년차에 접어들었다. 출범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년여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테크핀 업계에 우뚝 섰다. 2025년 결제액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이제는 간편결제 사업을 넘어 마이데이터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로 외연을 확장 중이다. 테크기업이 하는 금융사업은 어떤 것인지 스스로 이정표를 만들어가는 네이버파이낸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0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본사보다 현금부자다. 차입금도 거의 없어 순현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만 2조원이 넘는다. 네이버클라우드나 스노우 계열사 등 급전이 필요한 곳에 돈을 빌려주며 유동성 지원 역할도 톡톡히 한다. 언뜻 보면 그룹 현금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돈의 대부분은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중소상공인(SME)들의 정산대금 목적으로 쌓아놓은 것이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가 51만명에 이르는 데다 주문 후 약 3일 만에 정산한다는 '빠른정산'을 추구하면서 상당량의 현금을 비축해두고 있다. 네이버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네이버파이낸셜 현금을 쓰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가용 유동성 2조 이상, 차입금은 43억 불과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은 8870억원, 단기로 굴리는 환금성 높은 금융자산(단기금융상품)이 4717억원, 복합금융상품이나 채권·펀드 등으로 굴리는 자산(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743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1년 내로 현금화할 수 있는 가용 유동성이 2조1147억원에 이른다. 이는 네이버 본사 1조3558억원(별도재무제표 기준)보다 더 많은 규모다.
차입금은 43억원 정도로 거의 없다시피 해 순현금으로 따지면 2조1100억원이 넘는다. 네이버 본사의 경우 차입금이 현금보다 많은 순차입금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그룹 계열사 중 가장 현금부자다. 현금흐름도 상당히 좋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이 지난 한해 4407억원에 달한다. 투자로 4822억원의 현금 순유출(-)이 있지만 대부분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 취득에 쓰였다.
유동성이 풍부한 덕에 계열사 지원도 나서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에 빌려주고 있는 500억원을 최근 만기 연장해줬으며 스노우에도 250억원을 대여해주고 있다. 리셀 계열사 크림에도 500억원을 운영자금 목적으로 지원한 뒤 상환 받았다. 급전이 필요한 계열사가 생기면 네이버파이낸셜이 나섰다. 그룹 현금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박상진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2025년까지 결제액을 100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제휴와 투자도 적극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금이나 사업 등을 고려해보면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를 받을 이유가 없고 전략적투자자(SI) 투자 역시 현재는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외부 투자유치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 풍족한 곳간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을 위한 조달이 크게 필요치 않다는 자신감이다.
◇SME 긴 정산주기 고질병, 빠른정산 위해 막대한 현금 비축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영세상공인들의 고질적인 어려움은 긴 정산주기다. 오프라인 소매분야에서는 구매 즉시 대금정산이 이뤄지지만 온라인에서는 제품 등록→배송→판매대금 정산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정산주기가 길어진다. 유통채널별로 차이가 있지만 카드 거래를 통해 일어난 매출은 현금화하는데 40~70일 걸리는 경우도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한 SME들도 영세한 규모 탓에 현금유동성 부족으로 흑자도산 리스크를 안고 있다. 금융권에서 매출채권 등을 유동화해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요즘은 금리가 높아져 이 또한 부담스럽다.
네이버는 이 같은 SME의 니즈를 파악해 빠른정산이란 이름의 선정산 서비스를 2020년 12월부터 시작했다. 집화처리 다음 날 100% 정산을 제공하며 올해 3월까지 누적 2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무료로 선정산했다. 빠른정산을 경험한 사업자 중 SME 비중은 85%에 이른다. 이를 제대로 하려면 51만명이나 되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정산을 받쳐줄 막대한 현금을 상시 비축해두고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해 네이버파이낸셜의 풍족한 유동성의 상당부분은 네이버 커머스의 대금정산에 묶여 함부로 꺼내 쓰기 어려운 돈이란 뜻이다. 네이버가 조 단위 M&A를 진행할 때 외부차입이나 보유자산 처분으로 자금을 마련할 뿐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현금은 손대지 않았던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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