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코인거래소 면허제'…국내 중소형 거래소에 기회될까 이달 1일부터 신규 가이드라인 시행…거래소 설립·개인투자 허용 등 핵심
노윤주 기자공개 2023-06-09 10:31:21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7일 14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콩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 산업을 다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17년까지 아시아 가상자산 허브 역할을 했던 홍콩은 중국 본토의 정책에 맞춰 허가된 소수의 거래소에서 전문투자자만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제한했었다.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개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이다.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해 가상자산거래소의 홍콩 사업 진출을 허가하고 제도권 내에서 소매거래를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도 홍콩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서는 사실상 사업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일부 기업들은 지금부터 홍콩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서는 홍콩 진출을 양날의 검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기회임은 분명하나 국내 사업 재개 시 제약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가상자산 투자 단계적 허용…'차이나 런' 극복 위한 시도
홍콩은 지난 1일부터 가상자산사업자 면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위원회(SFC)가 지난 5월 23일 발표한 '디지털자산 거래 플랫폼 운영자 라이선스' 사이드라인에 따른 조치다. 앞으로 홍콩에서 가상자산업을 하거나 마케팅을 진행할 시 면허를 필수 취득해야 한다. 무면허 사업을 지속할 경우 규제 당국의 제제를 받고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
홍콩은 2021년 이후 100만달러(약 13억원)이상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전문투자자에게만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한 바 있다. 이는 홍콩 전체 투자인구의 상위 7%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 본토의 가상자산 투자 전면 금지에 동조했던 것이다. 중국은 2018년 ICO를 금지한 후 2021년부터 모든 가상자산거래를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한 동안 막혀 있던 홍콩의 가상자산 사업이 이번 면허제 도입으로 풀린 것이다. 거래소의 홍콩 진출이 가능해지고 개인투자도 허용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홍콩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윤창배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애널리스트는 "홍콩이 아시아 금융 허브로 재도약하려는 시도"라고 판단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국가보안법 시행 등으로 발생한 '차이나 런' 이후 다시 옛 위상을 되찾으려는 의도라는 풀이다.
다만 SFC는 추이를 살피며 단계별 규제 완화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개인이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 종류를 제한한다. 토큰증권(ST)에 해당하는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투자자 매매를 허용하지 않는다.
또 거래소는 시가총액이 큰 가상자산 위주로 상장해야 한다. 해당 가상자산이 발행 후 최소 12개월의 운영기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상장 기준도 제시했다. 또 최소 두 가지 이상의 가상자산 지수에 포함된 종목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마련했다.
홍콩 현지에서도 '가상자산컨소시엄(HKVAC)'을 조성하고 시총 상위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HKVAC 라지 마켓캡 인덱스'를 출시했다. 향후 상장 검토 시 해당 지수 역시 지표로 활용할 예정이다.
거래소의 의무도 강화한다. 면허를 취득한 거래소는 홍콩 증권선물법과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 의무 등을 준수해야 한다. 거버넌스 체계 구축, 가상자산 실사와 정보 공시 강화 등 SFC의 투자자보호 방안도 따라야 한다.
◇빠르게 움직인 중국계 거래소들…국내 거래소도 검토 중
홍콩 리오프닝에 글로벌 거래소들은 이미 지사를 설립하면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국계 거래소의 반응이 빠르다. 후오비는 지난달 26일 후오비 홍콩을 설립했다. 게이트아이오와 오케이엑스(OKX)도 홍콩 투자자 대상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출시했다.
국내서도 홍콩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도 과거 수차례 해외 진출을 타진한 바 있다. 다만 거래소 설립 목적의 해외 송금이 어려워 현지 자금조달 또는 파트너십 구축 등 형태에 그쳤었다.

두나무는 업비트APAC을 통해 업비트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운영 중이다. 빗썸은 브랜드 임대 계약을 통해 '빗썸 글로벌'을 운영했지만 2021년 하반기 중단했다.
업계는 이번 홍콩 리오프닝이 대형 거래소보다는 중소형거래소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서는 원화거래를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자금력이 되고, 기회가 있다면 해외 진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의견이다. 해외 자금 송달 등 문제도 대형 거래소보다는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홍콩 리오프닝에 맞춰 해외 진출 전략을 짜는 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며 "현재 중소형거래소들은 '뭐라도 해보자'는 기조가 강하기 때문에 검토 가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해외 진출 시 국내 사업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가 있다"며 "특히 중국 자본에 대한 금융당국의 비선호 기조가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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