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드는 지금]사연 있는 적자, 증자 통해 충분한 운영자금 확보①지분투자는 법인, 가상자산 투자는 경영진 개인 명의로…중단기 투자 회수 기대
노윤주 기자공개 2023-06-13 08:54:12
[편집자주]
해시드는 국내를 대표하는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이다. 2018년 설립 후 굵직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발굴하며 업계 영향력을 키웠다. 목표는 전통금융과 가상자산의 융합이다. 이를 위해 해시드벤처스, 해시드오픈리서치 등 자회사도 설립했다. 신생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를 자처하며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이를 계기로 내실을 다졌다. 일보후퇴 후 이보전진을 노리는 해시드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8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시드는 '가상자산 전문 VC'라는 새로운 투자 영역을 열었다. 2017년 팀을 꾸리고 2018년 법인 등기를 마친 해시드는 개인 위주의 투자가 이뤄지던 ICO 붐 당시 가상자산계 기관투자자 역할을 자처했다.가상자산 VC는 초기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한 후 그 대가로 해당 프로젝트가 발행하는 코인을 받는다. 출자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적인 벤처투자와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아이콘, 클레이튼, 링크 등 가상자산 투자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프로젝트들이 모두 해시드의 포트폴리오다.
설립 초기 투자를 집행한 아이콘, 메디블록 등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해시드의 위상도 덩달아 커졌다. 2020년에는 자매 회사격인 해시드 벤처스를 설립하면서 에쿼티 투자도 집행하기 시작했다. 해시드벤처투자조합1호와 2호는 각 1200억원, 240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그러나 재무제표상의 숫자로만 보면 해시드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기업이다. 해시드 성적이 부진하게 보이는 배경에는 가상자산 투자의 특수성이 있다. 가상자산 투자를 경영진 개인 명의로 집행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투자이익을 내고 있지만 법인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제도가 완비되기 전까지 해시드는 이와 같은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은 충분히 쌓아놓은 상태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는 운영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경영진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가상자산 투자 제약 때문
지난해 해시드는 47억496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2년 해시드 영업손실은 64억7883만원, 당기순손실은 219억원이다. 적자는 지속되고 있고 투자 지분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순손실 폭도 커졌다. 그러나 매출만 두고 보면 직전 회계연도와 비교했을 때 10배 넘게 증가했다. 2021년 매출은 4억4273만원이었다.
해시드는 공동설립자 김서준, 김성호, 김균태 세 명의 회사다. 김서준 대표가 82.23%, 김성호 파트너가 11.23%, 김균태 파트너가 6.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해시드의 매출 대부분은 이 세명의 주주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으로부터 발생한다.
이런 매출 구조가 형성된 것은 가상자산 투자 특수성 때문이다. 해시드는 투자금을 출자하고 코인을 받는 일명 '가상자산 투자'를 할 때 법인이 아닌 경영진 개인 명의로 투자를 집행한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법률 규정이 모호했고 이에 따른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분투자의 경우 해시드 법인 또는 자매사인 해시드벤처스를 통해 이뤄진다.
매출은 해시드 법인과 경영진 간의 계약을 통해 나온다. 법인이 경영진에게 투자를 위한 컨설팅, 자료 등을 제공하고 경영진은 이에 대한 대가를 법인에 지불하는 격이다. 경영진 개인이 투자하는 셈이기 때문에 해시드 재무제표에는 보유 중인 가상자산이 명시돼 있지 않다.
◇차입금 출자전환 완료…법인의 투자 성과도 나타날 것
가상자산 투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크리나 △윗유 △논스 △라인넥스트 △DSRV △플루토랩스 등 상당수 웹3 스타트업에는 해시드 법인으로 지분투자를 했다.
해시드 자체에서는 블록체인과 웹3 등 신생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모든 투자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왓챠 △노드브릭 △플라브△코인매니저 △투스타 등은 완전자본잠식, 폐업 등 이유로 장부가액을 전액 손상차손처리했다.
해시드는 법제도가 완비될 때 까지 지금과 같은 투자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투자는 경영진 개인, 블록체인 스타트업 지분투자는 해시드, 그 외 포괄적인 스타트업 분야 투자는 해시드 벤처스를 통하는 형태다.
경영진의 자금 수혈도 계속되고 있다. 해시드는 지난해 주요 경영진 차입금 818억원이 있었으나 이를 모두 주식으로 출자전환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5000만원에서 456억원으로 증가했고 주식발행초과금도 9억5000만원에서 485억원으로 늘어났다. 2022년말 기준 해시드 자본총계는 795억원이다. 가용 가능한 현금성 자산은 9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해시드 관계자는 "향후 법인의 비용발생이 과거 대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단기적으로 법인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해당 기간 동안 법인명으로 출자한 해시드 투자자산의 회수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투자를 집행한 프로젝트의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 해시드는 가상자산 투자 결정 시 엔젤, 시드 등 매우 초기 단계에 진입한다. 이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프로젝트의 가상자산을 취득하고 이 프로젝트가 성장하면 좋은 성적으로 엑싯할 수 있는 구조다.
△엑시인피티니 △디센트럴랜드 △월드코인 △더 샌드박스 등이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다. 이미 고점을 기록하고 가격이 하락한 프로젝트도 있지만 해시드는 투자 대가로 받은 토큰 대부분을 여전히 보유 중이다. 해시드 관계자는 "일부 포트폴리오는 유동화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토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샘 알트만(Sam Altman) 오픈AI CEO가 진행하는 월드코인이 해시드 포트폴리오로 공개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알트만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해시드와 월드코인 밋업 행사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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