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 Credit]'베트남발 리스크' 효성화학, 자산 80% 웃도는 차입차입금의존도 84%, 신용등급 A- '강등'…지난달 약 1500억 자본확충
고진영 기자공개 2023-06-14 07:39:15
[편집자주]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기업의 크레딧은 자금 조달의 총괄자인 최고재무관리자(CFO)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핵심 변수다. 크레딧이 곧 조달 비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THE CFO는 기업 신용등급의 변천사를 조명하는 동시에 특정 시기에 어떤 CFO가 있었는지, 해당 CFO들이 어떤 활약을 보였는지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9일 13: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화학은 차입금의존도가 국내에서 손꼽히게 높은 기업이다. 13억달러가 들어간 베트남 대규모 투자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베트남법인 영업손실이 계속되면서 생산능력 확대 효과도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회사 출범 5년 만에 신용등급 하락을 마주했다.최근 효성화학의 유효 신용등급은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떨어졌다. 유효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 2곳 이상이 매긴 신용등급을 말하는데 이달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연이어 등급 강등을 결정했다. 지난해 아웃룩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렸을 때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효성화학의 가장 큰 재무적 이슈는 차입금 부담에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결 총차입 규모가 2조7936억원에 이른다. 자산이 3조3000억원 수준인데 대부분이 빚인 셈이다. 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는 84.4%로 계산됐다. 2018년 59%를 기록한 이후 6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처음 80%를 상회, 올해도 악화 흐름이 이어졌다.
차입금이 불어난 가장 큰 배경은 대규모 설비투자에 있다. 효성화학은 2018년 베트남법인(Hyosung Vina Chemicals)을 세우고 대규모 화학단지 조성에 들어갔다. LPG저장소와 부두, PDH(프로판탈수소화), PP(폴리프로필렌)공장까지 순차적으로 준공해 'LPG→DH공정→프로필렌→PP'로 이어지는 PP생산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려는 목적이다. 효성화학의 첫 해외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한 전진이었다.
투자는 2017년부터 2021년에 걸쳐 진행됐으며 총 누적금액은 12억8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효성화학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훌쩍 웃도는 자금을 투자에 쏟았다.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이 쭉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유다. 사업을 해서 들어오는 돈보다 지출이 더 크니 씀씀이를 차입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효성화학의 PP 생산능력이 2023년 3월 말 기준 122만톤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로 산업시설 셧다운이 반복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 PP 수요 회복이 더디게 이루어진 탓에 베트남법인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최근 LPG 가격이 하락 안정화된 덕분에 올해 베트남법인의 1분기 영업손실(-301억원)은 전년 1분기(-406억원)보다 축소됐으나 수급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효성화학의 연결 영업손실이 -453억원을 기록한 것도 베트남 영향이 컸다.
현금창출력이 좋지 않은 와중에 부채만 계속 늘어나면서 효성화학은 베트남법인의 신디케이트론(8억7800만달러)에 대한 지급보증 약정사항을 위반하기도 했다. 신디케이트론은 2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신디케이션)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차주에게 융자해 주는 대출을 말한다. 베트남법인의 순부채/EBITDA 비율을 4:1로 유지해야한다는 약정이 걸려있었는데 지키지 못했다. 대주단으로부터 권리포기증서(waiver consents) 증서를 수령하긴 했으나 비율유지 조건이 올해 3:1, 내년부터는 2:1로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에 안도하긴 이르다.
다만 투자가 마무리된 만큼 올해부터 효성화학의 CAPEX(자본적지출) 부담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에 238억원을 썼으며 연간 1000억원 지출이 예상된다. 2020년 약 5600억원, 2021년 3400억원이 CAPEX로 나간 것과 비교하면 대폭 축소된 규모다. 지출이 줄었을뿐 아니라 지난달 울산 등에 보유한 토지재평가를 통해 자산이 2000억원가량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법인세 효과를 빼면 1500억원 수준의 자본확충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효성화학은 재무실장인 윤보영 상무가 베트남 투자부터 후유증의 회복까지 재무적 과제를 책임지고 있다. 윤 실장은 분할 전인 2008년 효성에서 상무보로 승진해 효성그룹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재무본부 임원으로 계속 경력을 쌓았으며 2011년 상무로 승진했다. 2018년 효성의 분할로 효성화학이 탄생하면서 효성화학 재무실장으로 발령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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