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주가 반등' 서남, 막차 탄 CB '꽃놀이패' 되나① 주요 임원진 콜옵션 발판 지분율 확대, 경영권 안정화 도모 '해석'
정유현 기자공개 2023-06-15 08:16:19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3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온초전도 선재 제조업체 서남의 창업주가 코스닥 상장 후 첫 발행한 전환사채(CB) 콜옵션(매도청구권)을 발판삼아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CB 발행 후 주가가 부침을 이어가며 전환가가 최저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가 고심했지만 최근 주가가 반등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엑시트 기회를 노려 차익 실현을 노릴 수 있으나 취약한 지배구조를 보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그동안 리스크로 떠올랐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부담도 해소되고 자본 확충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서남 입장에서는 주가 흐름에 따라 1회차 CB가 꽃놀이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승현 대표 콜옵션 행사로 지분율 5%대로 확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남의 문승현 대표(25만836주), 이호엽 부사장(25만836주), 이복형 부사장(4만1806주)이 1회차 CB의 콜옵션을 행사했다. 행사 물량은 총 54만3478주로 투자자로부터 CB 인수 후 바로 보통주 전환을 신청했다. 발행 주식 총 수의 2.52%에 해당하며 신주는 오는 23일 상장한다.
이에 따라 문승현 대표이사의 지분율은 기존 4.65%에서 5.67%로 오르며 5%대 주주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호엽 부사장은 0.79%에서 1.91%로 오르고 이복형 부사장은 0.1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절차를 마쳐도 1회차 CB의 콜옵션 행사 물량은 8만3612주 정도가 남아있다.
서남은 2세대 고온 초전도 선재, 자석 등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업체다. 서울대학교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LG전자기술원을 거친 문승현 대표가 2004년 설립했다. 초전도 선재 공정에 필요한 소재와 자석 관련 기술을 구축하며 성장했다. 초전도선재는 국내에 생소한 분야였지만 한국전력이 세계 최초로 초전도 송전을 상용하며 서남 사업에도 탄력을 받았다. 2019년 7월 흥덕-신갈 구간 초전도 케이블에 서남의 초전도선재 약 100킬로미터가 공급됐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수익이 나지 않은 만큼 ‘소부장 패스트 트랙’ 제도를 통해 2020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상장 후 1년만에 50억원 규모로 1회차 CB를 찍었다. 이 CB는 증발공 규제를 피한 일명 ‘막차 CB’로 전환가액 상향 조정이나 콜옵션 행사 비율 제한 등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표면과 만기 이자율도 0%로 설정되며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대주주 아닌 주요 임원진 콜옵션 행사, 지배구조 개선 의지 해석
서남의 외형은 커졌지만 매출원가 상승 등으로 지난해도 적자가 이어졌고 주가도 힘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1월 3일 종가 기준으로 3825원에서 연말인 12월 29일 2075원으로 45.8% 하락했다.
CB 전환가액은 당초 3416원이었지만 주가 하락에 따라 최저한도인 2392원으로 조정했다. 흑자 전환을 통한 주가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12월 전환 청구기간이 개시됐지만 주가가 전환가를 하회하며 투자자들이 보통주 전환을 통한 차익실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근 우주항공 테마주 등으로 분류된 영향 등을 받아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상승했지만 전환가 상향 조정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조만간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 행사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서남의 창업주는 문승현 대표이사지만 최대주주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9.35%)다. 문 대표가 사업 지속을 위해 지배력을 포기하고 외부 투자를 받으며 재무적 투자자를 다수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 당시 FI 중심 지배구조가 취약점으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22%에 불과했다.
서남이 증발공 규제 적용 전 CB를 빠르게 발행한 것은 콜옵션 카드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콜옵션 비중이 최대주주 측 지분율로 제한이 되지만 규제 전에는 발행사가 자유롭게 설정했다. CB를 사올 수 있는 현실적인 수준인 30%를 설정해 지배력 안정화를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가 아닌 주요 임원진에게 배정하며 사업 추진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이 된다.
주가가 상승하며 서남은 막차 CB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다. 콜옵션으로 지배력을 확대했을뿐 아니라 풋옵션 대응에 따르 현금 유출의 부담을 줄였다. 전환가 상향 조건도 없는 만큼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타도 최저 전환가인 2392원이 유지된다. 만약 콜옵션을 받은 임원진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다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서남 관계자는 “콜옵션을 대주주가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며 "임원진의 콜옵션 행사 관련 사항을 통보를 받았고 이 외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자산 2조 미만 휠라홀딩스, 사외이사 평가는 체계적
- [2024 이사회 평가]'대표이사=의장' 체제 아모레G, 참여도는 '강점'
- 바이오 손보는 CJ제일제당, 실적 변동성 낮추나
- [thebell interview]지앤지유니버스 강예 대표 "3년 내 그룹 매출 500억 목표"
- [캐시플로 모니터]애경산업, 4년만 영업활동 현금흐름 순유출 전환
- [thebell desk]삼양식품 '라면 원조'와의 경쟁
- [2024 이사회 평가]'참여도 강점' 롯데지주, 아쉬운 경영 성과
- SPC삼립, '미래 성장' 방점 투자 전략 전면 수정
- '미국 신사업 추진' 농심미분, 신승열 선봉장 나섰다
- [쿠팡 실적 리뷰]이커머스 1위 굳히기 돌입, 돌파구 보이는 '성장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