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체제 1년]KDB산업은행, '한국형 테마섹' 추진 드라이브걸까⑦강석훈 회장 "해외 지분투자 주도적 역할"…역외유가증권 1년새 41%↑
김서영 기자공개 2023-06-26 07:06:16
[편집자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을 매듭지으면서 취임 당시부터 강조했던 '신속 매각' 방침을 실천했다. 다만 국정 과제로 손꼽았던 본점 부산 이전 작업이나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순손실에 따른 자본적정성 경고, 대한항공을 포함한 항공빅딜 마무리 등 산적한 문제들은 여전하다. 더벨은 강 회장의 지난 1년간 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1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이 '한국형 테마섹(Temasek Holdings)'을 산은의 다음 역할로 지목했다. 국책은행으로서 해외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통해 미래 국가자본 형성에 기여하겠단 구상이다.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 후반에 새로운 경영 메시지를 내놓으며 임팩트를 줬다는 평가다.강 회장은 지난 20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간의 주요 성과와 앞으로의 경영 과제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이 이뤄진 뒤 마무리발언을 이어갔다. 눈길을 끌었던 건 강 회장의 마무리 발언이다.
강 회장은 최근 아이디어 차원에서 구상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과거 오일 머니에 의존하던 산유국들이 석유가 필요 없어지는 시기를 대비해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통해 국가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테마섹이라는 국가 투자 지주회사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고수익·고위험 투자로 미래 국가자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이 필요하다"며 "해외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산은, 한국투자공사(KIC), 국민연금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한국형 테마섹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산은은 자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딜 소싱 능력을 활동해 한국형 테마섹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을 앞으로 산은의 롤모델로 삼은 셈이다. 강 회장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국가와 투자 협력에 나서는 과정에서 석유의 대안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이들 국가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강 회장의 한국형 테마섹에 관한 마무리발언을 두고 취임 1주년을 위한 '임팩트' 있는 메시지가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금융업계에서는 강 회장이 본점 부산 이전 등 민감한 사안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을 우려해 이목을 끄는 메시지를 내기 위해 고심 중이라는 얘기가 전해진 바 있다.
이날 밝힌 강 회장의 경영 비전대로 취임 2년 차에는 해외 직접투자에 드라이브를 걸지 주목된다. 산은의 지분 투자를 포함한 해외 직접투자 현황은 연결 감사보고서에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유가증권'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산은의 외화/역외유가증권 규모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외화/역외유가증권의 공정가치(장부가액)는 총 46조9807억원으로 나타났다. 외화/역외 유가증권 규모는 2019년 31조9927억원, 2020년 34조9207억원, 2021년 39조6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년 새 20.3% 증가했다.
지난해 역외 투자 규모는 주식 60억2500만원, 채권 11조7415억원이다. 이외에 기타 항목으로 구체적인 투자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계정이 포함돼 있다.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외화/역외유가증권 취득원가는 총 45조8415억원이다. 전년(32조5022억원)과 비교해 41.04% 늘었다. 취득원가는 2019년 31조7296억원, 2020년 32조916억원으로 매년 규모가 커졌다.
산은이 UAE 등 중동 지역과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미 산은은 지난달 UAE의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체결한 '국가간 투자파트너십'을 구체화하고, 에너지나 ICT 등 6대 우선 협력투자 분야를 공동 발표했다. 또 20억달러의 잠재 투자 기회를 발굴했다고 산은 측은 밝혔다.
강 회장은 UAE와 투자 협력에 대해서 "조만간 UAE 측이 투자계획을 정리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UAE 투자자금이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투자 협력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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