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26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의 정기신용평가가 한창이다. 매년 이즈음 진행되는 정기평가의 결과에 따라 업종과 기업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시기에 호실적을 내며 등급이 상향 조정된 곳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 등급을 유지한 것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올해도 신용평가 결과에 가장 마음을 졸이고 있는 곳은 아마 건설사들이다. 작년 하반기 부동산 PF발 위기가 시장을 휩쓸며 건설사 신용등급에 칼바람이 한차례 몰아치긴 했지만 올해 정기평가에서도 어김없이 등급 강등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신용등급에 변화가 생기면 가장 먼저 우려하는 건 자금 조달이다. 신용등급을 토대로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에게 등급 강등은 곧 자금조달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등급이 떨어졌더라도 무리해서 원하는 금액만큼 발행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 금리를 크게 양보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건설업에 대한 전망이 급격히 악화한 탓에 회사채 발행은 더 이상 건설사들의 선택지에 없다. A~AA급 대형 건설사들이 용기 내 간혹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는 하지만 수요를 모으기에는 역부족이다.
백번 양보해 부족한 자금은 높은 금융비용을 감수하거나 계열사의 힘을 빌려 조달한다 치더라도 건설사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건 말 그대로 '신용' 그 자체다. 이미 작년 온갖 부도위기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건설사들에게는 시장의 이목이 더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신용평가사 홈페이지의 인기 검색어에는 주요 건설사들의 이름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내리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목록을 보면 위기 기업을 대강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검색어에 자주 등장하는 기업들의 IR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등급이 낮아졌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이로 인해 시장에서 붙을 꼬리표가 더 무섭다고들 한다.
해당 건설사들은 직전 평가에서 신용평가사가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각종 지표들을 개선하기 위해 리스크 높은 사업장들을 정리하고 도급액 증액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등급 강등을 마주했다.
신용평가사도 등급 평정 사유를 공개하며 해당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노력을 짧게 언급하기는 했으나 원가부담 확대, 미분양 리스크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까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반기부터는 분양성과와 운전부담 수준, 프로젝트별 사업성에 따른 PF 우발채무 리스크 수준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한다.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한 번 떨어진 등급을 회복하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독 건설사에게 길게만 느껴지는 이 가혹한 시기를 부디 잘 견뎌내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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