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용 덕우전자 대표, 용인술에 담긴 함의는 공신 우수택 대표 읍참마속, 세대교체 신호탄…신사업 탄력 예상
조영갑 기자공개 2023-07-03 08:00:15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7일 13: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신사업 진출을 공언한 덕우전자가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이준용 대표가 단행한 '용인술'에 재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년 넘게 덕우전자의 모바일 사업을 담당한 우수택 대표를 지난해 해임하고, 서울대 교수 출신 김기범 대표를 선임하는 등 이른바 '읍참마속'과 쇄신을 통해 신사업 진출 의지를 시장에 공표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국내 나노 및 금속소재 연구의 권위자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덕우전자에 합류한 김기범 사장은 덕우전자의 중앙연구소를 관장하면서 2차전지 및 반도체 신사업을 이끄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덕우전자는 올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에 △2차전지 부품, 장비 제조 판매업 △ 반도체 부품, 장비 제조 판매업을 추가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초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를 끝으로 덕우전자의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합류했다. 서울대 금속공학 대학원을 거쳐 미국 스탠포드대 재료과학 및 공학대학원에서 박사를 취득한 국내 나노공학의 권위자다. 세계 최초로 '질화탄탈륨(TaN)'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공정사에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질화탄탈륨은 반도체 증착과정에서 산화막을 구성하는 물질로 전 세계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김 사장에 대한 예우로 회사 합류 직후 사내이사와 사장 직함을 부여하긴 했지만, 김 사장이 발휘하는 영향력은 R&D(연구개발) 파트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그간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기존 모바일 및 전장사업과 신사업 발굴에서 분업과 협력을 추구했던 이준용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면서 스스로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 오랫동안 랩(연구실)을 이끈 나노소재 및 금속재료 공학 권위자로서 앞으로 반도체 신사업을 비롯해 덕우전자의 2차전지 사업에 폭넓게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덕우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MEMS 소자 개발기업 엠엔텍과 관련한 반도체 신사업에서 김 사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업계에서는 우수택 전 대표의 해임에 주목하고 있다. 우 대표는 1998년 덕우전자에 입사한 이후 덕우전자의 모바일 정밀부품, 자동차 전장사업의 실무를 총괄한 장본인이다. 글로벌사업본부장 등을 맡으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았다. 이 대표의 부친인 이재민 회장(창업주)의 가신 중 한 명으로, 덕우전자의 성장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2021년 말 공동대표의 한 축이었던 우 대표를 대표에서 해임했다. 당초 우 대표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였으나 사내이사 직을 유지하되, 대표이사 해임이라는 안을 꺼내들면서 '읍참마속'을 택했다. 우 대표는 김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난해 3월 사내이사에서도 해임되면서 회사를 떠났다. 당시 일부 주주들은 조선 태종이 선대의 공신들을 쳐내면서 왕권을 강화한 사건에 빗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 전 대표는 LG전자에서 12년 간 근무한 현장 실무자 출신으로 생산부터 기술영업, 개발, 품질 등 전반적인 경험을 갖고 있던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면서 "특히 신제품 디바이스 초안을 디자인하는 데 전문성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뛰어난 업무능력으로 창업주의 인정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용인술은 부친의 시대에서 본인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976년 생인 이 대표는 포항공대 생명과학부, KAIST 경영대학원, Ernst&Young Advisory 등을 거친 인물이다. 바이오 산업 및 소재산업, 자본시장에 식견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원가율 싸움인 제조업보다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하이테크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우 전 대표가 본 사업(모바일, 전장)을 총괄하고, 본인은 바이오 및 소재 등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는 등 협업이 이뤄졌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모든 사업을 총괄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했다. 바이오 등 신사업 발굴에는 속도가 더 붙을 전망이다. 덕우전자는 올 1분기 매출액 396억원을 올렸지만, 11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충격의 적자전환을 기록했다. 채산성이 점점 하락하는 본 사업 대신 신사업을 통해 발전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노림수다.
이 대표는 2015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신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2017년 미국 바이오테크 큐리바이오(Curi Bio)에 출자한 데 이어 MEMS 센서 제조사 엠엔텍 인수(120억원), 옵토리브 출자, 신약 개발업체 와이투솔루션 인수(236억원) 등 바이오, 반도체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출자한 법인들이 지속적으로 순손실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투자의 선구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덕우전자가 출자한 타법인에서 발생한 손실은 총 123억원이다. 큐리바이오가 41억원, 와이투솔루션이 21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투자한 바이오테크 LCI의 출자 지분을 1년도 안 돼 처분하는 등 곡절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출자한 회사들이 R&D 중심의 테크사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대량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 구조"라면서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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