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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경쟁]삼성-현대차, AP 협력 넘어 '파운드리' 시너지 낼까④이재용, TSMC 추격 안간힘…정의선에 ADAS 칩셋 등 공정 계약 선제안

손현지 기자공개 2023-07-07 13:10:59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위축 등 각종 변수가 불어닥치며 산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들마다 실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나선 가운데 타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I 반도체, 전장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순간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5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차량용 반도체 칩 협력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수주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오토V920' 칩셋을 납품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해당 제품을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하는지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에 현대차와의 계약에 파운드리 공정협력도 포함돼 있는지 묻자 "고객사 관련 내용이라 비공개"라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외신과 반도체 관계자들로부터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삼성전자는 작년말부터 현대차와 파운드리 협력을 논의해왔다. 삼성이 파운드리가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의 공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12월 27일 6대 기업 총수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청와대

◇현대차, 10년 만에 찾은 삼성 파운드리

2021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6대 기업 총수들을 초청했다. 당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먼저 다가가 차량용 반도체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율주행 기술에 활용되는 초미세 회로 프로세서(AP) 칩 설계 뿐 아니라 삼성 파운드리 공정 협력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날 두 총수의 만남을 계기로 실행방안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바로 한 달 뒤인 2022년 1월, 삼성 반도체 칩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현대차 제품 연구개발(R&D)을 맡은 고위 실무진이 만나 협력 방법과 시기를 논의했다. 전력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크게 4개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시절 반도체 쇼티지 등을 겪으면서 차량용 반도체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고성능 칩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삼성은 5나노 이하 공정 양산 경험이 있는, 파운드리 분야에선 경쟁력이 높은 회사다. 글로벌 팹리스사인 엔비디아도 세계 1위 TSMC 외에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삼성전자와 차량용 칩 내재화를 위한 장기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2년 전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미래차·반도체연대·협력협의체'를 통해 토종 파운드리, 팹리스사들과 회동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올해 3월부터 양사간 칩셋 설계, 파운드리 협력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초 현대차로부터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분야에서도 5나노 공정에서 수행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며 "최근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에 장착된 인포테인먼트시스템용 SoC인 돌핀플러스도 삼성 파운드리사업부가 14나노미터 공정에서 제조한 칩셋"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파운드리 2030' 1위 목표…고객사 확보 사활

양사의 반도체 협력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양사는 '자동차-반도체 상생협력 양해각서'를 맺고 반도체를 공동 개발한 적도 있다. 2012년 현대 그랜저 HG의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란 장치에 삼성이 만든 반도체 칩이 탑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양 그룹의 라이벌 구도가 심화되며 무산됐다.

삼성이 10여년 만에 다시 손을 내민 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30년 파운드리 1위'를 목표를 내걸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미래차 시장을 노려야 했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반도체는 2000개 이상, 전기차는 1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탑재된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필요한 반도체 수가 200~300개에 불과했던 것과 차원이 다른 셈이다.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결정적이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세계시장 점유율은 TSMC가 60.1%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는 16%로 2위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사장도 지난 5월 KAIST에서 5년 안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고 했지만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TSMC는 '패키징' 분야에서 만큼은 삼성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 자체 패키징 기술인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을 접목시키면 칩 성능을 50% 이상 향상시킬 뿐 아니라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AI용 칩의 높은 기술 난이도를 충족시킬 수 있다. 팹리스사들의 수주전에서 선진화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애플, AMD 등 팹리스사들 마다 TSMC가 지닌 패키징 기술 없이는 자사 핵심 제품을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따라가려면 현대차라는 우군이 간절히 필요했다. 고객사를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엔비디아, 모빌아이, 암바렐라 등 주요 기업들의 차량용 반도체를 도맡고 있으며 올들어서도 엔비디아로부터 8나노 자율주행 관련 차량용 반도체 생산위탁을 따내는 등 활발한 고객사 유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테슬라와의 기술 동맹도 공고히 했다. 테슬라는 차량용 반도체 AP 설계를 자체 설계하는 회사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에 지난 2019년부터 14나노 기반 완전자율주행(FSD)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향후 파운드리 시장은 3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공정을 얼마나 선진화하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 4일에도 파운드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5년 모바일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해 2027년까지 고성능 컴퓨팅(HPC), AI로 응용처를 단계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계획대로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최근 파운드리 수장을 교체하며 경쟁력 제고 의지를 다졌다.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정기태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장(부사장)을 선임했다. 파운드리포럼 등 삼성전자의 고객사 대상 주요 행사에서 기술 로드맵 설명을 맡을 정도로 파운드리 공정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인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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