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그룹 '자금순환 허브' 롯데물산①핵심 수익원 '롯데타워' 계열 임차비중 55%…2년간 1.9조 그룹사로 유출
고진영 기자공개 2023-07-06 07:24:46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07:1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물산은 그룹 핵심자산인 롯데월드타워 단지를 소유하면서 임대운영으로 수익 대부분을 벌어들인다. 롯데 계열사들이 주요 테넌트(임차인)기 때문에 이렇다할 불확실성 없는 안정적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다만 그만큼 계열사로 다시 흘러가는 금액도 만만치 않다. 최근 2년간 지분거래 또는 자금대여, 출자 등의 형식으로 그룹사에 밀어준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한다. 계열사가 낸 임차료가 롯데월드타워에 모였다가 필요할 때 방출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금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물산의 매출은 크게 시그니엘 레지던스 분양수익, 롯데월드몰·월드타워 임대수익, 주차장이나 단지공용관리 등과 연계되는 기타수익으로 나뉜다. 롯데월드타워 포디엄과 오피스 전체 임대면적 가운데 롯데 계열사가 55%를 쓰고 있기 때문에 그룹 내부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502억원을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였으며 전체 연결 매출의 35.5%를 차지했다. 분양수익을 제외한 매출에서 비중을 따지면 49.4%에 이른다. 지난해 레지던스 분양이 끝났고, 올해 분양수익 인식이 완료된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이제 매출 절반가량은 계열사에서 나온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구체적으로 명품관(에비뉴엘), 마트, 하이마트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1분기에만 178억원을 롯데물산에 임차료 등의 명목으로 줬다. 호텔과 면세점 사업을 하는 호텔롯데는 128억원을 지급했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 지분 33.83%를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밖에 롯데케미칼(41억원), 롯데문화재단(33억원) 등이 롯데월드타워 단지의 주요 임차인이다. 연환산할 경우 롯데물산은 연간 약 2000억원을 계열사에서 임대료 등으로 받고 있다. 덕분에 큰 공실 걱정없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한다. 연결 기준 연간 2000억원에 가까운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내는 중이며 올 3월 말 기준 EBITDA는 713억원을 기록했다.
상당부분을 그룹사에 기대는 수익구조를 갖춘 셈이다. 그만큼 계열사로 밀어주는 자금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 롯데물산은 롯데건설이 지급보증한 자산유동화 단기사채 매입을 위해 설립된 메리츠증권과의 공동펀드에 1500억원을 대여해줬다. 내년 3월 회수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차입한 돈 3751억원에 대해서도 롯데물산이 자금보충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 중 3000억원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와 하나은행에서, 751억원을 케이비그린에너지제일차에서 대출했다.
또 올 초 진행된 롯데케미칼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2353억원을 출자했다.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 지분 20%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이밖에 소규모 딜로는 롯데물산이 2021년 5월 롯데자산개발로부터 자산관리용역(8개 사업)과 공유오피스 사업(1개점)을 약 77억원에 양수한 건이 있다.
지분거래 형식으로도 계열사에 조단위 자금이 흘러갔다. 롯데물산은 2021년 6월 롯데쇼핑(15%)과 호텔롯데(10%)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 및 월드몰 지분을 전부 인수해 단일 주주가 됐다. 롯데쇼핑에 8313억원, 호텔롯데에 5542억원 등 총 1조3855억원을 거래대금으로 지급했다. 이 딜로 인해 롯데물산에는 거래대금 만큼의 유형자산, 약 333억원의 매출이 증가하고 리스자산과 리스부채는 각각 약 4500억원, 4600억원 감소하는 영향이 있었다.
또 작년 7월엔 롯데물산이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코랄리스(Coralis S.A.) 지분 77.5%를 장외취득하면서 1353억원을 썼다. 코랄리스는 베트남 초고층 롯데센터하노이를 소유한 해외법인이다. 당초 호텔롯데(45%), 롯데쇼핑(22.5%), 롯데자산개발(10%) 등이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었다. 지분 매입에 따라 롯데물산이 현금으로 지급한 대가는 1679억원이며, 취득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하면 1593억원의 순현금이 유출됐다.
2021년부터 약 2년간 롯데물산에서 계열사로 흘러간 자금을 셈해보면 대여금을 포함해 약 1조94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롯데지주가 지분투자로 계열사에 지원한 금액보다 많다. 물론 롯데물산 역시 롯데월드타워와 코랄리스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수익기반을 넓혔지만 계열사 입장에선 자산 유동화로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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