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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유통업 리포트]'전국구 벌크업' 지오영의 복잡한 지배구조 만들었다블랙스톤 최대주주인 '지주사', 10년간 지오영 배당 1000억…블랙스톤 엑시트 추진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10 10:22:04

[편집자주]

리베이트·약가·편의성·규제.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다툼은 수십년간 첨예했다. 누가 유통의 중심에 서야 하느냐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정답이 없다. 다만 도매상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던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된 지 12년, '온라인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맞서 덩치를 키우는 도매상과 온라인몰을 활용해 틈새를 파고드는 제약사들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더벨은 의약품 유통업계를 들여다보고 이슈를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조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는 지오영의 오너십은 표면적으로는 분명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복잡하다. 공동 창업자인 두 회장의 지분율은 확실한 격차를 보이고 있어 누구에게 권한이 쏠리는 지는 명확하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I)가 최대주주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잇딴 인수합병(M&A)의 재원을 FI로부터 확보했다. 몇차례 FI의 손바뀜이 이어졌고 또 진행 중이다. FI와 공동창업자의 동거, 공동경영 스토리가 20여년간 이어지는 특이한 지배구조가 마련됐다.

◇2019년 블랙스톤 투자하며 지주사 체제, 경영은 조선혜 회장

지오영의 지배구조는 겉보기에는 단출하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지오영→지오영네트웍스 및 자회사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가 지오영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가 지오영을 지배하는 형태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는 2019년 설립된 지주사다. 블랙스톤을 FI로 끌어들이면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블랙스톤측 지분인 SHC Golden L.P가 71.25%로 최대주주고 조선혜 회장과 이희구 회장이 각각 22%, 6.8% 보유 중이다. 공동창업자인 두 회장이 최대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지오영을 온전히 지배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당초 지오영의 지배구조는 동업자인 조 회장과 이 회장이 각각 45%, 44.9% 지분율로 단순했다. 그러다 2009년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PI)으로 4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FI가 개입된 복잡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지분율로 따지면 25%, 이사회 의석 한자리가 FI 몫이 됐다. 이후 지분은 45.4%까지 확대됐다.

골드만삭스는 2013년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 넘어가며 엑시트(Exit) 수순을 밟았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1550억원을 투자했고 이 자금으로 지오영은 또 한번 덩치를 키우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이 지분은 2019년 블랙스톤 및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또 한번 넘어가며 지주사가 설립, 현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이 과정에서 지오영의 기업가치는 1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FI와의 맞손은 누가 진짜 오너인지를 불분명하게 했다. 표면적으로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블랙스톤으로 해외투자사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의 대표이사 역시 조 회장이 아닌 외국인이다.

◇글로벌 선진시장은 몇개 도매상이 독점…IPO보단 지분 재매각 전망

3번의 손바뀜이 있었지만 지오영에 외국계 자본이 들어온 이유는 우선 미국·일본 등과 다른 의약품 유통 시장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시장과 다르게 기형적으로 많은 도매상들이 난립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까지만 해도 140개사였던 도매업체가 현재 37곳으로 집약됐고 이미 약 90%가량의 점유율이 상위 5개사에 쏠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3개 도매업체가 유럽 전역의 의약품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일본 역시 5대 도매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시장 역시 글로벌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특정 도매상이 장악하는 시장이 될 거라는 판단으로 해외 투자사의 베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3500여개의 도매상이 난립하고 있다.

해외 투자사들이 지오영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볼 수 있는 요인은 배당에도 있다. 지오영은 설립 이후 꾸준히 배당을 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배당 총액만 955억원이 넘는다.


2019년 지주사 설립 이후엔 조선혜지와이홀딩스를 대상으로 배당을 한다. 이 때를 기점으로 배당이 대폭 상향됐다. 다만 전액 모두 지급하지 않고 유보해 놓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주사에 미지급한 배당금은 작년 말 기준 22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조선혜지와이홀딩스는 설립 이후 단 한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등 기존 다른 FI들은 배당 수익과 더불어 매각차익을 내고 엑시트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시장에선 지오영이 국내 의약품 유통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유출한다고 지적하지만 실제로 조선혜지와이홀딩스가 지오영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블랙스톤에 배당한 적이 없다.

◇기업가치 및 시장여건상 IPO 불가, 블랙스톤 매각 추진

조 회장, 이 회장 그리고 FI의 동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구조적으로 볼 때 FI가 지배구조에서 완전히 빠지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

FI의 엑시트 방법은 IPO(상장)나 재매각이 있다. 지오영의 조단위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상장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재매각에 무게가 실린다. 조 회장 등 기존 오너가가 되사갈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지만 이 역시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금액적인 부담이 상당히 커서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현재 시장에선 블랙스톤의 지오영 지분 매각이 개시될 시점으로 보고 있다. 투자한 지 이미 4년여가 흘렀기 때문에 펀드 투자 주기 상 회수 시점이 임박했다는 의견이다. 블랙스톤이 입찰제안서(RFP)를 국내외 대형 IB 등에 발송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과 함께 2조원대라는 가격까지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랙스톤 관계자는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게 없다"며 "투자 시점이 5년 정도 되면 어느 사모펀드라도 회수를 고민할 시점이고 이에 대한 검토 단계일 뿐 무언가 진행된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의 재무구조도 주목할만 하다. 지오영을 지배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사업이 없기 때문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설립 후 3년간 누적 적자는 630억원, 누적 순손실은 2000억원에 달한다.

NH투자증권·신한은행 등으로부터 지오영 주식 및 토지를 담보로 6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고 있기도 하다. 현금성자산은 단 9억원이다.

지오영 관계자는 "그간 상장보다는 다른 FI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 이어져 왔다"며 "블랙스톤의 매각은 주주들간 협의 사안이기 때문에 그 무엇도 지금으로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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