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07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벨롭(Develop)이라는 영어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발전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17세기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펼쳐 보이다'라는 프랑스어와 어원이 맞닿는다. 이 단어가 19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사용됐다는 점을 비춰보면 인류 발전과도 관련이 깊다.흔히 비즈니스 용어로 쓰이지만 분야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사진학에서 디벨롭은 피사체가 찍힌 필름이나 백지를 사진으로 바꾸는 작업을 일컫는다. '백지'를 디벨롭하면 그 안에 감춰진 새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건설업에서 디벨롭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의미하는 용어다. 쉽게 말해 땅 매입부터 기획과 설계, 조달, 시공, 건물관리까지 총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서울 중구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적자 1745억원을 남기며 83년만에 폐원을 결정하자 서울시와 중구청은 그 자리에 반드시 새로운 의료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며 용도변경 금지안을 추진했다. 백병원이 구내 유일한 대학병원인 만큼 도심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사유재산 매각과 폐원 결정을 막고 정상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디벨로퍼가 악마스러운 단어로 묘사된다. 성스러운 병원이 적자를 견디지 못해 떠난 자리를 탐욕스러운 디벨로퍼가 비싼 값으로 부풀려 특권층과 나눠갖는 스토리 말이다.
하지만 당초 적자가 난 곳이라 새로운 의료시설이 들어온다고 흑자경영을 달성할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외부 전문기관은 경영컨설팅을 통해 타용도로 변경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내 유동인구는 많지만 거주인구가 적어 의료수요와 주말환자가 적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면적과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다.
시가 이 부지를 매입해 공공병원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미 적자경영을 알아버린 터라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물론 지자체가 의료공백을 우려하고 대안을 고심하는 일은 칭찬할 만하다. 중구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를 수용해야 하는 의료시설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엄연히 상위법이 존재하고 대학재단의 사유재산 매각을 반대할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개입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백병원 입장에선 적자경영을 견딜 수 없어 사유재산을 매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백병원 자리는 의료시설로선 다소 부족했지만 중앙업무지구(CBD)에 위치해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림잡아도 3000억원 이상 가치를 지닐 것으로 추산된다.
어떤 백지라도 디벨롭하지 않으면 새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없다. 백지를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디벨롭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인가.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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