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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바이오 분쟁'을 보는 자본시장의 눈 [thebell note]

구혜린 기자공개 2023-06-29 08:24:38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8일 08: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주가 본인 지분율은 망각하고 '오너'로 살아온 게 일을 키운거죠."

한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코스닥 바이오사는 왜 이리 경영권 분쟁이 많냐"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이 CFO는 증권사와 프라이빗에쿼티(PE)를 두루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다. 장기간 건드리지 않은 업종이 없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제약·바이오사는 투자가 어렵다고 했다. 최근엔 피투자사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이오기업의 잦은 경영권 분쟁 원인은 보통 사업 특성 탓으로 돌려진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바이오기업 대주주는 지분율이 낮다. 지배력이 견고하다고 판단하는 잣대인 33.3%는 차치하고 20%도 못 넘는 기업들이 허다하다. 파이프라인을 장기간 끌고 가다 보니 당장 수익은 못 내고 연구개발(R&D) 자금이 급하다 보니 유상증자를 반복하면서 지배력이 희석된 결과다.

지배구조가 취약해 먹잇감이 되기 좋다. 우선 '회사 좀 제대로 경영하라'며 제동을 거는 소액주주가 있다. 또 분쟁 주체는 소액주주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일명 'M&A꾼'들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파나진, 애니젠, 씨티씨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디엔에이링크 등 근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기업들을 보면 자세한 내막은 다르지만 상황은 피차일반이다.

하지만 대주주의 안일함이 상황을 악화시켰단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기업 투자자들 일부가 내놓는 공통된 불만은 "창업주가 조언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특히 돈을 버는 일에 대해서 어떤 고집이 있다. 한 코스닥 제약사 창업주가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면 어떻겠느냐는 투자사의 조언에 "우리가 그런 일을 하는 건 창피하다"는 반응을 보인 게 한 예다. 그러다 엉뚱한 곳에 지분투자를 해서 손실을 늘리기도 한다.

안일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일부 투자자들은 연구원 출신 창업주의 제왕적 권력을 원인으로 꼽는다. 보통 연구원 출신이 벤처를 차리면 내부 연구원을 같은 대학원 랩(Lab)실 후배들로 구성한다. 동고동락을 사회생활까지 이어가는 아름다운 관계로 볼 수도 있겠으나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명확한 위계질서가 지속되는 셈이다. 창업주의 기술력이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최우선 요소인 까닭에 권력 쏠림이 강화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바이오산업을 속속들이 모르는 사이드의 잔인한 인상평가일 수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해 밤낮으로 매진하다가 피 같은 지분을 내준 속내를 주주들이 어찌 다 알겠나. 다만 공통된 지적이 나온다면 한 번쯤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PE의 오래된 기법 중 하나가 'divide and conquer(분열시키고 정복하라)'라고 한다. 분열의 책임을 외부에만 물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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