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회계 가이드라인]가상자산 주석공시 의무화, 유보물량 운영 투명성 확보규모·활용 계획 등 상세 내용 공개, 가치하락 부추긴 무분별한 보조금 등 제동
이민우 기자공개 2023-07-18 11:44:11
[편집자주]
혼란스런 가상자산 회계·공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당국이 나섰다. 가상자산별 성격과 공시 범위, 매출 포함 여부 등을 정리한 회계 지침을 마련했다. 기업의 회계 명확성을 개선할 뿐 아니라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의 부채 인식, 리저브(준비금) 물량 주석공시 등이 의무화되면서 투자자 보호 효과도 기대된다. 새로운 회계 가이드라인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사 등 공시대상 기업은 앞으로 보유 가상자산에 대한 규모와 수량, 활용계획 등을 상세히 보고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회계·공시 지침이 기업 보유 가상자산의 재무제표 주석공시를 의무화한 영향이다.이번 주석공시 의무화는 발행사 유보물량에도 적용된다. 유보물량은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발행사에서 보유중인 가상자산을 말한다. 발행사는 유보물량의 기중 보유 현황과 사용내역, 활용계획 등 세세한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보물량 정보 공개는 투자자에게 비판 받은 무분별한 유보물량 지원에 제동을 걸 전망이다. 그간 일부 개발사, 프로젝트는 발행사로부터 유보물량을 지급 받고 이를 사적 유용 또는 과도 유통해 가상자산 가치하락에 일조했다. 발행사의 기준 없는 지원도 이를 부추긴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장사 가상자산 주석공시 의무화, 발행사 유보물량도 사용처 등 상세내용 밝혀야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자산 회계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국제회계기준(IFRS) 범위에서 감독 업무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다. 개별 상황에 따라 기업은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해 회계처리를 달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준 만큼, 상당수 기업이 이에 따를 것이 유력하다.
가이드라인에서 주목할 부분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업의 재무제표 상 주석 공시 의무화다. 해당 조치는 발행사와 보유회사, 사업자 등 가상자산을 개발했거나 소유·위탁 중인 기업 모두에 적용된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나 가상자산 특성과 수량 등 기본정보, 적용된 회계정책 등을 모두 상세히 기재하게 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번 주석 공시 의무화와 함께 유보물량에 대한 자산성 여부를 밝히는 한편, 가상자산 발행사에겐 유보물량 역시 상세 주석을 적도록 요구했다. 유보물량은 시장에 가상자산 발행사 내부에서 보유중인 미유통 물량을 의미한다. 업계에선 ‘리저브(Reserve)’ 등으로도 불린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보물량은 직접 원가가 발생한 소수 상황을 제외하면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더불어 발행사는 유보물량의 기말 수량과 사용 내역, 매각 수익 인식 등도 기입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발행사의 백서에서 관련 공시를 다뤘으나 신뢰성 담보나 정보불균형 문제를 겪은 만큼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금융당국의 지난해 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발행사 중 상장된 5개 기업의 유보물량은 254억개로 추산됐다. 이는 발행물량 310억개의 81.7%에 해당한다. 지난해까지 이들 상장사에서 유보물량을 유상 매각한 가상자산은 8종에 매각 누적 금액은 798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가치하락 부추긴 퍼주기식 운영 ‘제동’, 개발사·프로젝트 지원 검증 철저해진다
업계는 유보물량에 대한 의무화 가이드라인으로 그간 논란을 낳은 그랜트 프로그램(Grant, 보조금)의 투명성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랜트 프로그램은 코인, 토큰 생태계 확장을 위해 유보물량을 지급하는 것이다. 발행사가 유보물량 일부를 자사 가상자산 생태계에 기반한 디앱(Dapp) 등을 제작하는 개발사, 프로젝트에 건네주는 형태다.
유보물량이 발행사의 가상자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이자 투자금으로 활용된 셈이다. 이런 그랜트 프로그램은 국내외 발행사의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문제는 유보물량을 지급받은 개발사나 프로젝트 중 일부가 이를 유동화해 시장에 물량을 과도 유통했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가상자산 가치하락에 일조했다. 이에 발행사의 무분별한 집행과 낮은 지급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일례로 카카오에서 개발한 블록체인 클레이튼(KLAY)은 클레이튼 성장 펀드(KGF), 클레이튼 기여 리저브(KIR) 같은 그랜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70억개 지나친 유보물량과 불투명한 KGF, KIR 활용이 KLAY 가치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클레이튼 재단은 52억개 유보물량 소각과 KGF, KIR 일시 중단·기결정된 지급 내역 공개 등 개선에 나섰다. 그럼에도 2021년 개당 최고 5000원에 근접했던 KLAY 가치는 과거 여파로 여전히 200~300원대 머무르고 있다.
주석공시 의무화와 상세내역, 활용계획 보고는 유보물량 남용을 막고 엄격한 지원 기준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시에서 발행사의 유보물량 지급 과정과 성과, 적절성 여부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행사에서 진행하는 가상자산 개발사,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한 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보물량이 초기처럼 생태계 강화에만 기여하면 좋았겠지만, 러그풀과 사적 유용 프로젝트로 의미가 퇴색됐다”며 “몇몇 발행사가 지급을 중단하고 사용 내역을 게시했지만, 여전히 투명성에 대한 의심을 받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은 제도권 조치라 의구심 해소에 도움을 주고 기준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의무적으로 공시를 하는 상장사 등에 적용된 조치라 유보물량을 이미 지급받은 GC나 프로젝트의 미유통 물량에 관여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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