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08: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대 중반 범용 화학사들에게 봄날이 찾아왔다. 원재료 부담 완화와 우수한 원가경쟁력, 타이트한 수급 조건까지 모두 화학사 실적에 날개를 달아줬다. 특히 국내 화학사들 중생산능력 최상위권에 있었던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주어진 열매는 더욱 컸다. 롯데케미칼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기록한 영업이익만 무려 10조원 넘는다.황금기가 끝날 무렵인 2010년대 후반, 화학사들의 행보는 갈라졌다. LG는 배터리에 승부수를 걸었다. SK이노베이션도 뒤따라갔다. 한화는 태양광과 수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롯데 화학의 다음 스텝을 요구하기 시작할 2019년 무렵 시장에는 KCFT라는 동박 기업이 매물로 나왔다.
KCFT는 LS그룹이 가지고 있던 동박 사업부였다. 이 사업부가 사모펀드 KKR에 3000억원에 팔렸다가 KKR이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결국 최종 인수자는 SK의 화학사 SKC였다.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에 사갔다. 이 KCFT는 현재 SKC를 이끌고 있는 SK넥실리스다.
롯데는 KCFT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2015년부터 5년 동안 맛봤던 초호황기의 열매가 너무 달콤했을까. 오히려 기존 사업인 범용 화학 사업 규모를 늘리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 초대형 유화단지를 짓는 'LINE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물론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고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에 투자하는 등 스페셜티로의 전환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경쟁사에 비해 그 정도가 미미했다.
롯데와 달리 기존 사업구조를 파괴하고 포트폴리오를 뒤집은 기업들은 2023년 현재 비교적 순항 중이다. 넥실리스를 인수한 SKC는 인수 직후 대비 주가가 2배가량 뛰었다. LG화학의 기업가치 상승분은 최고점까지는 아니지만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이전 대비 상승 폭이 뚜렷하다. 이 와중에 초호황기 주당 45만원까지 갔던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최근 15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은 언제나 냉정하다.
롯데케미칼의 답은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였다. 그런데 그 답이 명쾌하다기보다는 장고 끝에 내린 궁여지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분 100%도 아니고 53%를 2조7000억원이나 주고 산 그 판단 자체가 주는 느낌이다. 롯데가 만약 100%의 KCFT를 샀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동박을 내세울 거였으면 2020년대 포문을 열면서 새롭게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경영 판단을 내리는 롯데의 거버넌스가 왜 매번 시장의 지적을 받는지 되새김질 하게 된다. 옆 동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의 근간이자 상징인 NCC 매각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또 한 번의 자발적 '셀프 파괴'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케미칼 C레벨 임원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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