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ing Watch]회사채 안 찍는 대한전선, 신용평가 계속받는 배경은호반그룹 인수 후 재무건전성 '자신감'…고객 신뢰 높여 수주 확대 노려
이정완 기자공개 2023-08-02 07:51:24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8일 16:2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전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신용등급(ICR)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6년 만에 처음으로 신용평가를 받았지만 시장성 조달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앞으로도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은 낮다. 대한전선은 2021년 호반그룹에 인수된 후 개선된 재무건전성을 드러내고자 ICR 평가를 받았다. 고객에게 전보다 높아진 신용도를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주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2011년 이후 공모채 발행 전무
2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ICR 평가를 받았다. 두 신평사는 대한전선에 'A-,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매겼다.
대한전선의 ICR 획득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6월 두 신평사로부터 올해와 동일한 등급과 전망을 받았다. 2016년 이후 6년 만의 ICR 평가였지만 지난 1년 동안 특별한 조달 행보를 보이진 않았다.
통상 ICR을 받으면 공모채를 비롯한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채권에 대한 본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에 앞서 ICR로 신용도를 확인해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ICR은 신용등급 결정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실제 대한전선은 2011년 초 25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한 뒤 10년 넘는 기간 동안 공모채 시장을 찾은 적이 없다. 당시 1년물과 1년 6개월물로 1250억원씩 나눠 발행했다. 이 회사채는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현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다. BBB급이었기에 금리도 연 7~8%대로 정해졌다.
올해도 이 같은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 ICR 획득 후 오랜 만에 공모채 시장에 등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ICR 유효기간이 1년인 만큼 이를 연장한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호반그룹 인수 후 부채비율 100% 밑으로
오랜만에 획득한 ICR을 연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021년 호반산업에 인수된 후 큰 폭으로 개선된 재무건전성을 고객에 알리려는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부가 사업인 초고압 케이블 수주를 확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전선업계 1위였던 대한전선은 이 무렵 레저, 의류, 건설 등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펼친 탓에 자금난이 발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결국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 대한전선은 결국 2015년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됐다. 매각 직전 해였던 2014년에는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452%에 달했다.
IMM PE는 전선업과 무관한 비핵심 자산 정리를 비롯 부동산 우발채무 줄이기에 나서며 부채비율을 200%대로 낮췄다. 주력인 전선업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압 케이블 해외 수주를 늘렸다. 결국 2021년 호반산업이 2500억원에 대한전선 경영권을 인수한다.
호반그룹은 재무건전성 확보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호반그룹은 인수 첫 해 계열사를 통해 2000억원을 빌려 기존 만기 도래 차입금을 리파이낸싱했다. 2021년 말에는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투자금 마련을 위해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 4900억원이 유입된 후 차입금을 대거 상환한 덕에 대한전선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4567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350억원으로 급감했다. 2021년 말 266%였던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말 96%까지 낮아졌다.
재무건전성 개선 후 대한전선은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 확대를 꾀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사에게 안정성을 알리는 목적도 있다. 대한전선은 수익성 높은 초고압 케이블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대를 노린다. 5월 쿠웨이트 수전력청이 발주한 860억원 규모 초고압 전력망 턴키 프로젝트를 따냈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충남 당진에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다.
대한전선은 해외 고객사나 투자자 등에게 ICR 획득 관련 내용을 적극 알리고 있다. 지난해 영문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에 'A-' 등급으로 평가 받은 것을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식, 지배구조 평가 등과 함께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수주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은 앞으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신뢰를 쌓기 위해 신용평가를 받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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