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아시아 최초 '가상자산 보험' 나왔다…1호 가입자도 '곧'김억 KP보험서비스 대표 "최대 보상한도 1조원…국내 가상자산 생태계에 꼭 필요해"
노윤주 기자공개 2023-08-02 14:03:43
이 기사는 2023년 07월 31일 15: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KP보험서비스가 아시아 최초의 '크립토 패키지 보험'을 준비했다. 패키지 내에는 아시아권에서는 전무했던 '가상자산 손해보험'이 포함돼 있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전자지갑이 해킹, 손상 등 사고를 당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을 한도 내에서 보상해 준다. 가상자산거래소 임원의 경영판단 과실 등을 보상해 주는 임원배상책임보험도 나온다.지난달 국회에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통과되면서 보험을 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가상자산사업자의 보험 가입 또는 준비금 마련을 법으로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1년 전부터 관련 상품을 준비했던 KP보험서비스는 빠르게 행동하며 다수의 가상자산사업자와 접촉 중이다. 이르면 내달 중 1호 가입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 중이다.
더벨은 지난 26일 경기도 판교에서 김억 KP보험서비스 대표(사진)를 만나 가상자산 보험과 출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보상 가능한 '현물'로 인정 받는 가상자산…글로벌 최대규모 재보험사 설득
그동안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사업자는 개인정보배상책임(손해)보험, 전문인배상책임보험 등 테크 기업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만 들고 있었다. 금전적 손실을 직접적으로 배상해 주는 보험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보험시장에서는 빗장을 조금씩 풀어주는 추세다. 블랙록이 미국서 비트코인 ETF를 신청하는 등 기관들이 움직이면서 가상자산이 배상 가능한 현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국내서도 보험 가입 의무가 법제화됐고 KP보험서비스가 빠르게 나섰다.
KP보험서비스의 크립토 보험 패키지는 영국 재보험사인 '로이즈'를 설득한 데서 시작됐다. 1년 넘게 꾸준히 이야기가 오갔고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대한 재보험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김억 대표는 "가상자산 전문기업인 펀디언트와 업라이즈가 상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상품 설계를 마치고 재보험사까지 구하니 국내 원보사들도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크립토 패키지 보험 상품은 국내 대형 보험사를 통해 출시하고 KP보험서비스가 독점 판매한다.
그는 "코인도 하나의 현물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크립토 패키지 보험을 만들 수 있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자지갑에 대한 보험을 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서는 이미 사례가 있다. 가상자산수탁사 빗고(BITGO)가 1조원 한도의 보험에 가입했었다.
◇'가상자산사업자 지갑 속' 가상자산 탈취시 손해 보상
크립토 패키지 보험은 △범죄및사고에 따른 손해보험(Crime & Specie) △전문인배상 책임보험(INT E&O) △임원배상책임보험(D&O) △개인정보배상책임보험 등 네 가지 유형의 보험으로 구성돼 있다.
각 개별보험의 한도는 다르지만 패키지 전체의 최대 보장한도는 1조원 가량이다. 김 대표는 "1000억원대 한도는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가능한 높은 보장한도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금은 사고발생 시점의 가상자산 기준가를 책정해 지급한다"며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크립토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지위를 획득한 기업으로 제한된다. 수탁, 업무제휴 등을 통해 코인을 가상자산사업자가 제공 중인 지갑에 보유하고 있다면 비 가상자산사업자도 가입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비 가상자산사업자가 협력사 지갑을 사용하는 경우 어떻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가입자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 만큼만 보험 적용을 하는 것"이라며 "LP들이 펀드에 대한 보험을 들 때 자신이 출자한 부분에 대해서만 보장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에 존재하던 보험 형태를 가상자산 시장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 가입을 두고 논의 중인 기업은 약 30곳이다. 이용자 보호법에서는 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고객 자산에 대한 보험 또는 공제가입 혹은 준비금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KP손해보험은 가상자산사업자 대다수가 공제회가입이나 준비금 마련 대신 보험 가입을 선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 대표는 "공제도 다른 형태의 보험이고, 재보험을 들게 돼 있다"며 "그러나 통계가 없어 당장 재보험사가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크립토보험이 시장에 안착하고 나면 선례와 데이터가 생기고 재보험사도 나올 것"이라며 "재보험율을 낮게 책정하고, 국내 플레이어들로만 꾸려진 보험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개인 보험도 상품 구상 중…보험과 서비스 결합 형태
개인을 위한 예금자보험도 개발한다. 가상자산거래소의 파산 혹은 예치 중단 발생 시 묶여 있는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는 목적이다.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온체인데이터 업체와 법률상담을 해줄 법무법인과도 협업을 논의 중이다. 목표는 연내 출시다.
김 대표는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개인 투자자 중 대부분이 500만원 이하 소액투자를 하고 있다"며 "보상한도를 500만원까지만 풀어줘도 대다수 고객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 보험료는 개인 가입자들이 부담 없을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개인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겪을 수 있는 피해를 '보험+서비스' 형태를 통해 100% 커버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보험으로 보상할 수 없는 유형의 사고에서는 법률자문,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온체인 제공 등 서비스 쪽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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