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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활용법 분석]빅썸바이오 기존주주에 넘겨준 옵션 행사 우선권박지예 대표 풋옵션 행사시점, 롯데칠성 콜옵션에 선행…경영권 보장 염두

이민호 기자공개 2023-08-08 07:09:41

[편집자주]

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2일 17:2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건강기능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빅썸바이오 경영권을 전격 인수했다. 회사 설립자이자 기존 최대주주인 박지예 대표를 2대 주주로 남겨 공동경영 의지를 드러내면서 경영능력에도 신뢰를 보냈다.

올들어 롯데칠성음료는 박지예 대표와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박지예 대표 보유지분에 대해 롯데칠성음료의 콜옵션 행사보다 박지예 대표의 풋옵션 행사가 선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지예 대표의 경영권을 사실상 보장한 결과로 풀이된다.

◇건강기능식품 포트폴리오 확대 겨냥…박지예 대표 2대 주주 영향력 행사

롯데칠성음료가 빅썸바이오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빅썸바이오 경영권 지분(구주·12만2005주) 52.93%를 95억원에 사들였다. 구주 매입 이후 추가로 투입한 자금은 없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별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3515억원이고 현금성자산이 304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빅썸바이오 경영권 인수에 투입한 비용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인수대가 95억원 중 영업권이 90억원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책정한 만큼 빅썸바이오에 거는 롯데칠성음료의 기대는 크다. 빅썸바이오는 지난해 매출액이 36억원, 영업이익이 2억원이었던 만큼 당장 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롯데칠성음료가 빅썸바이오 경영권을 인수한 이유는 건강기능식품 경쟁력 강화를 노렸기 때문이다. 대웅제약과 KGC인삼공사(정관장)에서 근무했던 박지예 대표가 2016년 6월 설립한 빅썸바이오는 건강기능소재와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업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2조6423억원)에서 탄산음료(33.4%), 주류(합산·29.3%), 커피(11.6%)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롯데칠성음료 IR자료 '2023년 1분기 경영실적 및 사업전략 방향'(2023.05.02)

하지만 지난 5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올해 음료사업 추진전략으로 기능성표시·기능 음료와 건강기능식품 사업 확대를, 중장기 전략으로 맞춤형 건강기능소재 확보를 각각 제시할 만큼 건강·헬스케어 포트폴리오 구축에 적극적이다.

앞서 2021년 3월 미생물(비피더스균) 연구와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비피도 지분 1.61%를 17억원에 사들여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도 건강기능소재 확보를 위한 선택이었다. 빅썸바이오 경영권 인수 이후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빅썸바이오와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 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에서도 경영권 인수 의도가 잘 드러난다.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최대주주인 박지예 대표에게 그대로 대표이사 자리를 맡기면서 경영능력에 신뢰를 보였다. 이외 사내이사 자리에는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들을 겸직시키는 방법으로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박윤기 대표이사 부사장과 임준범 전략기획부문장 상무보가 빅썸바이오 사내이사에 올라있으며 송효진 재경부문장 상무보는 빅썸바이오 감사에 올라있다.


이는 박지예 대표가 여전히 주요주주로 빅썸바이오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롯데칠성음료가 빅썸바이오 지분율 52.93%로 최대주주이지만 박지예 대표가 37.09%(8만5480주)로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9.98%(2만3000주)는 기타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지분 분포를 보더라도 롯데칠성음료의 박지예 대표와의 공동경영 의지가 묻어난다.

◇박지예 대표 지분 매도 우선권 획득…태그얼롱 조항도 확보해 엑시트 용이

롯데칠성음료는 경영권 인수 당시였던 지난해 9월에는 옵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에 이르러 박지예 대표를 포함한 빅썸바이오 잔여지분(합산 47.07%) 보유주주와 주주간계약(SPA)를 체결하면서 옵션이 신설됐다. 잔여지분 중 박지예 대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사실상 박지예 대표와의 옵션계약으로 봐도 무방하다.

박지예 대표는 보유지분에 대해 풋옵션을 가져갔다. 풋옵션 행사시기는 주주간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간으로 박지예 대표가 롯데칠성음료에 자의로 보유지분을 매도할 수 있는 시기가 2028년 1월까지라는 의미다. 옵션 행사가격은 특정 가격으로 고정되지 않고 행사시점의 공정가치로 명시됐다. 옵션 행사시점에 변화된 기업가치에 따라 박지예 대표는 지분 매각시 현재 주당가격보다 높게 받을 수도 낮게 받을 수도 있다.

옵션 행사가격을 행사시점의 공정가치로 정하면 롯데칠성음료로서는 옵션 잔존에 따른 별도 기준 재무건전성에 영향이 없다. 공정가치와 행사가격간 차이가 발생하지 않아 옵션 관련 금융자산이나 금융부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박지예 대표가 풋옵션을 쥐고 있는 동안에는 롯데칠성음료가 박지예 대표 보유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없는 점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풋옵션 행사기한이 종료된 2028년 1월 이후에야 풋옵션이 행사되지 않은 잔여지분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콜옵션 행사기한은 명시되지 않았다.

결국 보유주식 매각 여부를 박지예 대표가 우선 결정할 수 있는 형태다. 롯데칠성음료가 경영권 지분을 확보했지만 대표이사 자리에 더해 옵션 행사 우선권까지 내주면서 박지예 대표의 경영권을 사실상 보장해준 셈이다. 다만 롯데칠성음료의 콜옵션 행사 가능일이 2028년 1월 이후이므로 성공적인 인수 시너지 효과로 기업가치가 상승한다면 콜옵션 행사에 따라 부담해야 할 매입금액은 최초 경영권 지분 인수 때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박지예 대표는 풋옵션에 더해 태그얼롱(tag along) 조항도 가져갔다. 롯데칠성음료가 빅썸바이오 보유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박지예 대표가 보유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롯데칠성음료 보유지분과 동일한 조건으로 함께 매도할 수 있는 조항이다. 박지예 대표로서는 풋옵션에 더해 엑시트 통로를 전방위로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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