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회장 후보군 분석]이현승 KB자산운용 사장, 관료 출신 '대체투자' 전문가⑩행정고시 패스·재경부 재직, 대표적 외부 인재…운용자산 '200%' 성장 성과
김서영 기자공개 2023-08-08 08:02:54
[편집자주]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내부 시스템을 통해 발굴한 롱리스트를 대상으로 심층·다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견제가 강화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CEO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은행 금융지주를 흔들림 없이 이끌 적임자는 누굴까. 더벨은 후보군으로 부상한 인물들의 경력과 그들이 보여온 역량, 경영성과,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7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이사(사진)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인정한 외부 인재 가운데 하나다.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에 몸담았던 관료 출신으로 리스크 관리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직에서 내려와 여러 금융사를 경영하며 전문성을 키워왔다.대체투자 부문에 강점이 있는 이 사장은 KB자산운용 단독 대표이사를 맡으며 상장지수펀드(ETF)와 위탁운용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채권형 ETF 상품을 출시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다.
자산운용업계의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꼽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관심이 많다. KB금융 경영 승계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가운데 이 사장이 차기 회장 후보에 지명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그간의 경력과 쇄신이란 명분 면에서 이 대표의 행보를 주목할만하다.
◇윤종규 회장과 '닮은꼴'…관료 출신 외부 인재
이현승 사장이 걸어온 커리어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행정고시를 통과했다. 이 사장은 1988년 최종 합격해 2001년까지 재정경제부 사무관과 서기관을 지냈으나 윤 회장은 필기시험에서 차석으로 통과했음에도 과거 시위에 참여했던 경력이 문제가 돼 최종 임용은 취소됐다.
KB금융에 합류하기 전 다양한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것도 비슷하다. 윤 회장은 1973년 외환은행에 입행했으나 1980년 공인회계사에 합격, 삼일회계법인으로 이직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상무, 전무, 부대표까지 지냈다. 이 사장도 마찬가지로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AT커니, 메릴린치, GE 코리아 등에서 각각 이사, 전무, 사장직으로 재직했다. 2008년부터 6년간 SK증권 사장을 맡았다.
이 사장이 KB금융그룹과 인연을 맺은 건 2015년이다. KB자산운용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2015~2017년 동안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업지배구조위원회 위원, 코람코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7년에는 현대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맡았다. KB금융그룹이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 현대자산운용이 편입됐다.
윤 회장은 당시 두 곳의 계열 자산운용사 경영을 외부전문가 두 명에게 각각 맡겼다. KB자산운용 대표에는 액티브 펀드 운용에 능했던 조재민 전 사장을, 현대자산운용 대표에는 대체투자 부문에 강한 이현승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다만 2017년 6월 키스톤사모펀드가 현대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이 사장은 KB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겨 조 전 사장과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이뤘다.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 건 2021년부터다. 조 전 사장이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에서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데 따른 변화다. 이 사장은 이때부터 대체투자 대상을 확대해 고객에게 다양한 투자처를 제공하고 수익성 확보에 주력해왔다. 2022년부터는 KB금융지주 AM부문장도 겸직하고 있다. 또 올해부턴 관료 출신이란 경력을 살려 금융투자협회 비상근부회장,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독 대표체제' 전환 후 경영 드라이브, 대체투자 전문성 발휘
이 사장은 KB자산운용의 운용 자산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이 사장 부임 후 운용 자산은 2018년 63조원에서 최근 130조원으로 20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위탁운용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2009년 국내 최초로 채권형 ETF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채권 ETF를 개인에게까지 확산시키는 데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23종의 국내 채권형 ETF 라인업을 운용 중이다. 또 업계 최초 국채 30년 레버리지 상품인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 ETF'를 상장한 데 이어 연내 만기 채권형 ETF를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KB자산운용이 ETF 부문에서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사장의 드라이브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자마자 ETF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운용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지난해 5월 ETF&AI본부를 전략과 상품을 담당하는 '마케팅본부'와 AI솔루션을 포함한 솔루션 운용을 담당하는 '솔루션운용본부'로 나눴다. ETF 상품의 전략적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ETF 시장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구도로 굳어진 상황에서 KB자산운용이 점유율 약 8%로 안정적으로 3위를 지키고 있다.
이 사장의 드라이브에 힘입어 KB자산운용의 실적도 나날이 성장해나갔다. 이 사장이 부임했던 2018년 KB자산운용의 영업이익은 545억원이었다.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2021년 영업이익 1079억원, 순이익 799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지난해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의 대내외 상황이 악화돼 자산운용업계 실적이 대폭 줄어들었다. KB자산운용도 이를 피해 갈 순 없었다. 전년과 비교해 급격한 실적 감소를 겪었다. 작년 말 영업이익은 838억원, 순이익은 593억원으로 2020년과 비슷한 수익성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KB자산운용은 영업이익 425억원, 순이익 316억원이었다.
최근 이 사장은 취임 6년 차를 맞아 자산운용업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I 기술을 기반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다이렉트인덱싱'을 운용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자동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비용을 줄이고 수수료 수익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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