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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차기 리더는]외부 후보 '비공개' 두고…공정 경쟁이냐, 관치냐탄탄한 내부 후보 라인업에 '불이익' 최소화 vs 이복현 원장 '개선 의견' 전달에 절차 개편

김서영 기자공개 2023-08-10 08:16:45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숏리스트를 발표하자 금융권의 관심이 외부 후보자 2인에 쏠린다. 익명을 원하는 외부 후보자의 뜻에 따라 비공개 방침을 내린 것을 두고 '공정 경쟁이냐, 관치냐'라는 상반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KB금융 회추위가 발표한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모두 6명의 후보자가 이름을 올렸다. 내부 후보자 4인과 외부 후보자 2인이다. 내부 후보자 4인은 △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박정림 총괄부문장(KB증권 사장) 등으로 명단이 공개됐다. 반면 외부 후보자가 누군지는 비공개에 부쳤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외부 후보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며 "향후 숏리스트를 6명에서 3명으로 압축 시 3명의 명단은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은 왜 외부 후보자를 비공개하는 옵션을 둔 것일까. 윤종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했던 2020년 회장 승계 프로세스에선 숏리스트 4인을 모두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윤 회장을 비롯해 이동철·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그리고 외부 후보자로는 김병호 하나금융그룹 전 부회장이 명단에 올랐다.

이를 두고 한 마디로 내부 후보자와 외부 후보자 사이의 '공정 경쟁'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의 경영 승계 프로그램이 정교하게 설계돼 있어 내부 후보들의 라인업이 탄탄한 상황이다.

결국 KB금융은 경합 전부터 외부 후보자들의 참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비공개'란 옵션을 내세웠다. 6인으로 추리는 1차 숏리스트까진 익명성을 포장해 외부 후보자들이 자유롭게 본인의 역량을 회추위에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특히 내부 후보자를 선호하는 KB금융의 히스토리도 외부 후보자의 실력 발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이 선임되기 직전 관피아 문제로 거버넌스가 흔들린 전례가 있어 외부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KB 사태'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의 내분으로 촉발됐다. 이들을 징계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맞물리며 관치 금융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소통과 조직 융합에 탁월한 윤 회장이 사태를 수습할 적임자로 높은 평가를 받아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외부 후보자 비공개가 공정 경쟁이 아니라 '관치'를 위한 장치가 아니냐 하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숏리스트에 오른 외부 후보자가 누군지 알 수 없어 KB금융 회추위 안에서만 심사가 이뤄지는 깜깜이 외부 인사 검증이라는 우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KB금융 회장 승계 절차와 관련해 공정한 기회를 강조했다. 그는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승계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고 노력하고 있으나 최근 점검한 결과 조금 더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발견돼 개선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KB금융 회추위는 이 원장의 '개선 의견' 전달이 있고 나서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개선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보름이 지난 뒤 윤 회장이 4연임 의지를 접고 명예로운 퇴진으로 마음을 돌렸다.

차기 회장 인선 절차는 외부 후보자에 기회를 더 열어주는 쪽으로 개선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회추위는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개정해 △충분한 검증 기간 확보 △평가 방식 개선 △내외부 후보 간 공정한 기회 제공이란 세 가지 핵심 방안을 수립했다.

후보자 선정 기간을 19일에서 30일로 연장했고, 숏리스트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또 2차 숏리스트에 오른 후보자 3인에 대해선 인터뷰 기회가 두 번 주어지고, 외부 후보자에겐 내부 후보자보다 인터뷰 시간을 더 길게 제공한다.

이렇듯 회장 승계 절차에 대한 당국의 명확한 입장 발표와 외부 후보자를 배려하는 선임 절차 개편으로 KB금융 차기 회장으로 외부 후보자가 낙점될 가능성은 예년보다 높은 상황이다. 공개되지 않은 외부 후보자 2인에 이목이 더욱 쏠리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외부 후보자에 관료 출신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취임한 금융지주 회장 중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회추위 관계자는 "내외부 후보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 회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충분한 후보자들"이라며 "내외부 후보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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