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리더는]잘 갖춰진 CEO 선임 절차…외풍 차단 효과는 덤승계 프로그램 기반, 내·외부 후보군 상시 관리…시스템 정교화로 정밀 평가
고설봉 기자공개 2023-07-26 08:11:56
[편집자주]
KB금융그룹 회장을 뽑는 공식 절차가 시작됐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CEO 선임 절차가 ‘모범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KB금융이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여전한 가운데 안팎의 기대와 관심이 큰 만큼 부담감도 크다. 더벨은 KB금융의 CEO 선임 과정을 추적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안정화 전략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 차기 회장(CEO)을 선임하는 절차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불필요한 하마평 등이 나오지 않고 관치 논란을 빚을 만한 후보군의 난립도 없이 잘 관리되고 있다. 회장 선임 절차 초반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안팎의 잡음을 잠재우고 외풍을 차단하면서 주도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금융지주사 회장(CEO) 선임 절차는 매번 숱한 잡음을 만들어내기 일쑤였다.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롱리스트 선발 단계에서부터 하마평이 무수히 생산되면서 내부 경쟁이 치열했다. 또 소유과 경영이 분리된 금융지주의 특성상 정치권과 경제관료 출신 등 후보자가 난립하며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진행된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감독원 등의 공공성 강화 전략과 맞물려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은 그 과정이 험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 당국 수장은 물론 주요 당국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외압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BNK금융그룹 등 회장 선임 절차에선 숱한 논란들이 빚어졌다. 정치인과 관료, 전현직 임원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하마평이 돌았다. 서로간 자신이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주장을 펼치며 회장 선임 절차는 혼탁해졌었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진행된 주요 금융지주사 선임 과정에서 의미심장한 말들을 쏟아냈었다. 이 원장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는 공개적인 말이 회자되면서 각 금융지주사 이사회도 술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금융 당국발 비판은 CEO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각 금융지주사 이사회 운영과 사외이사 선임 절차 등에 대한 비판도 그 수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각 금융지주사 이사회도 회추위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당국과 조직 내부, 정치권 및 정부 등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사회가 주도권을 가지고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후보군은 난립했다. 내부에선 전현직 임원들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서로 자신을 유력 후보자로 띄웠다. 경제계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도 후보군에 들기 위해 전임자를 자처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 KB금융그룹 회장 선임 절차는 다르다. 내부 경쟁이 혼탁하지 않고 관치 논란을 빚을 만한 외부 후보군의 난립도 없다. KB금융 이사회가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CEO 승계 시스템을 잘 정비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과 당국 등에선 KB금융 이사회가 오랫동안 상시적으로 회장 후보군을 발굴하고 육성해왔던 만큼 외부 후보군 등의 난립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후보군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롱리스트를 선정하는 만큼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는 과정에 다른 후보자가 끼어들 틈이 없다.
KB금융 회추위는 안정적인 경영승계절차 이행을 위해 롱리스트를 상시 관리하고 있다. 내부 후보자군은 그룹의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한다. 외부 후보자군은 서치펌으로부터 전문가를 추천 받아 심의를 통해 매 반기별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번에도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롱리스트를 선정했다. KB금융 회추위는 지난 5월 9일 내·외부 후보 각 10명씩 총 20명의 후보군을 압축했다. 올해 말 있을 회장 선발을 위해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롱리스트를 확정한 것이다.
더불어 내부 후보군 관리도 잘 이뤄져왔다는 평가다. 회추위는 경쟁력 있는 회장 후보자군 양성을 위해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 경영진들에게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게 함과 동시에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대내외적으로 리더십과 실적 등을 비교할 수 있게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 승계 절차에 걸쳐 오랫동안 다방면으로 후보자 검증을 진행한만큼 내부 후보간 과당경쟁 하면서 잡음을 일으킬 만한 요소를 사전에 차단했다.
주요 경영진 서로가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현업에서 성과와 리더십을 증명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경영성과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내부 후보군이 탄탄하게 짜여져 있어 외풍을 차단하는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평가다.
가장 중요한 것은 KB금융 회추위의 상시 운영이다.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KB금융 회추위는 일회성이 아닌 상시 경영승계 프로세스를 운영한다.
이에 따라 주요 경영진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그 순간도 어떤 면에선 차기 회장 승계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단기간 특정 후보의 단편적 모습만을 보고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한 결과가 만들질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KB금융 회추위는 모범적 지배구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난해 경쟁사들이여러 외풍과 구설에 휘말렸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확실히 조기에 후보자를 확정하고 일정을 공개하면서 외풍을 차단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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