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시스템통합(SI) 빅3]3사 CFO, 곳간지기 넘어 전략적 의사 결정권자 활약⑤[CFO]지주·컨트롤타워·핵심계열사 출신, 재무뿐 아니라 전사 차원 경영판단 주체
원충희 기자공개 2023-08-21 07:30:1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14:2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LG, SK 등 한국 대표 재벌그룹들은 모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중용하는 사풍을 갖고 있다. 삼성SDS, LGCNS, SK㈜C&C 등 국내 3대 시스템통합(SI) 계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3사 CFO들의 면면을 보면 단순한 금고지기에 그치지 않는다.그룹 지주회사나 주요 계열사, 컨트롤타워 등 요직에서 커리어를 쌓고 재무 전문가로서 전사 차원의 전략적 결정을 할 수 있게 단련됐다. 특히 삼성과 LG의 경우 사내이사로서 기업 최고위 의사결정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있다.
◇삼성·LG, CFO 사내이사로 중용
삼성SDS는 안정태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사진)이 CFO로 통용된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재경팀 담당부장, 담당임원으로 일하다 2009년 SSI(미국 반도체 판매법인)을 거친 뒤 반도체 미주총괄 담당임원으로 승진했다. 2014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지원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17에 감사팀장을, 2020년 1월에 삼성SDS로 오면서 부사장에 올랐다.
삼성 전자계열사의 경영지원실은 경리, 재경 등 재무관련 업무뿐 아니라 감사, 대외협력, ESG 등 다양한 스태프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CFO는 곳간지기를 넘어 전사 차원의 전략적 판단력을 요하는 자리다. 때문에 CFO를 사내이사로 두는데 이는 삼성SDS도 마찬가지다.
안 부사장은 이사회 구성원인 사내이사로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인물이다. 통상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주주총회지만 1년에 한두 번 밖에 열리지 않는 특성상 이사회가 사실상 최고의결기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사회 멤버인 사내이사는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와 달리 회사 내 상근하는 임원이라 업무파악 수준과 전문성으로 이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자리다.
LGCNS의 CFO를 맡고 있는 박지환 전무(사진)는 LG그룹 공채로 입사해 2018년 말까지 ㈜LG 전자팀에서 근무했다.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격화한 2019년 그룹 광고지주회사인 지투알의 CFO로 임원 승진했으며 LG CNS의 CFO로 부임한 것은 2020년이다. 이때는 ㈜LG가 보유한 LG CNS 지분 중 약 35%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한 직후다.
박 전무는 LG그룹이 전략적으로 CFO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LG-보스턴대 글로벌 CFO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LG그룹 역시 삼성처럼 재무 전문가를 중용하는 사풍을 갖고 있다. 주요 계열사 CFO들을 이사회 멤버로 선임하는데 LGCNS 역시 마찬가지다. 현신균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LGCNS에서 유일한 사내이사다.
◇SK, 지주사·수펙스 거친 전략통
SK㈜C&C의 경우 오탁근 전략기획부문장이 CFO를 맡고 있다. 전략기획부문 산하에 전략기획담당과 재무담당이 포진해 있다. 1969년생인 그는 2014년 그룹 지주사인 SK주식회사 사업관리2실장, 2015년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전략팀 임원을 지낸 뒤 2018년 SK㈜C&C 기획본부장으로 왔다. 여기서 2019년 BM혁신추진담당을 거쳐 2020년부터 전략기획부문장을 맡고 있다.
SK㈜C&C는 2015년 SK지주와 합병하면서 현재 그룹 지주사인 SK㈜의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존재한다. 별도의 사장과 CFO 및 임원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주사가 행하는 외부조달 및 투자활동과 별개로 기업 전략과 기획, 재무업무를 꾸리고 있다.
이들 3사 CFO의 특징은 모두 지주사나 컨트롤타워, 주력 계열사 등에 오래 근무한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에서 핵심은 단연 삼성전자다. 전자부문 계열사들의 CFO 자리도 대부분 삼성전자 출신들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SDS 또한 이 같은 삼성 CFO 커리어 패스를 따르고 있다.
오 부문장은 지주사와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수펙스를 거쳐 SK㈜C&C로 왔다. SK㈜C&C는 지주사와 한 몸으로 붙어 있는 데다 오너의 현재 그룹 지배력을 만든 기반인 회사다.
LG그룹의 경우 전략적으로 CFO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LG-보스턴대 글로벌 CFO 양성과정'을 운영하는데 박 전무는 이를 수료했다. 15개월 과정으로 이뤄지는 해당 코스는 각 계열사 재경부문에 근무하는 관리자급 핵심인재들 가운데 소수를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 김홍기 LG생활건강 부사장, 민병일 LX인터내셔널 전무 등이 이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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