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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점검]신한금융, '현직 회장 vs 은행장' 굳어진 경쟁 구도①자경위가 일찌감치 후보군 체급 결정…'육성·경쟁' 보단 안정적 승계에 초점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18 07:42:59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 회장 용퇴로 금융지주 CEO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건 금융 당국의 시선은 이제 차기 회장 선임으로 향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금융권에 안착시킨다는 목표로 모범관행 수집에 한창이다. 더벨은 각 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모범 사례와 개선점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승계 프로세스는 현직 회장과 은행장의 대결로 요약된다. 다른 계열사 CEO는 숏리스트에 포함되더라도 선임 가능성이 낮다. 지주 회장이 경영 성과를 입증하고 별다른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으면 무난히 연임이 가능하다. 세대 교체론이 불거질 경우엔 은행장에게 배턴을 넘기는 관행이 자리를 잡았다.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가 자회사 CEO를 선임할 때 주요 계열사 CEO들의 체급이 결정되면서 회장 승계 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경위에서 한차례 검증을 거친 은행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가 되는 구조는 그룹에 안정감을 준다. 다만 특정 인물의 독주에 반감을 가진 당국과 모범관행 TF에서 논의 중인 '육성·경쟁' 체제와는 차이가 있다.

◇지주 회장 롱리스트는 '자경위' 숏리스트는 '회추위' 몫

신한금융지주는 자경위와 회추위가 연계된 CEO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자경위가 신한은행장, 신한카드 대표, 신한투자증권 대표, 신한라이프 대표, 신한캐피탈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를 인선하면 이중 다수는 상시 관리되는 대표이사 회장 후보군에 포함된다. 자경위가 지주 회장 후보 롱리스트(Long list) 선정 권한을 갖는 셈이다.

회추위는 현직 회장을 포함하는 롱리스트를 평가해 3~5인으로 구성된 숏리스트(Short list)를 압축한다. 이들에 대한 면접과 평가를 거쳐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형식적으로 자경위의 자회사 CEO 인선 절차와 회장 승계 프로세스는 분리돼 있다. 그럼에도 자경위의 결정이 회장 승계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자경위가 주요 계열사 CEO를 인선할 때 그룹 사장단 인사들의 체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장 역량이 뛰어나고 그룹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인물에게 은행장 자리가 주어지고 은행장은 차기 회장 후보 1순위로 받아들여진다.

'신한 사태' 내홍이 수습되고 CEO 승계 프로그램이 갖춰진 뒤의 승계 과정을 보면 사실상 현직 회장과 은행장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2013년과 2019년에는 현직 회장이었던 한동우 전 회장과 조용병 전 회장이 연임했다.

2017년에는 한 전 회장의 용퇴로 은행장이었던 조 전 회장에게 회장직이 돌아갔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로 조 전 회장이 용퇴하면서 은행장을 맡고 있던 진옥동 회장이 회장을 선임됐다.

다른 계열사 대표는 좀처럼 회장 자리에 앉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신한카드 대표였던 위성호 전 행장과 강대석 전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대표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임영진 전 신한카드 대표는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나 숏리스트에 포함됐지만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한 전 회장은 은행장이 아닌 신한생명(현 신한라이프생명) CEO 출신이지만 신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은퇴 후 돌아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뤄진 '부회장제' 시간 두고 도입 검토

신한금융지주의 CEO 승계 프로그램은 전통적으로 은행 의존도가 높은 금융지주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평이다. 국내 금융권에선 그룹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의 아성에 다른 계열사가 도전하는 건 쉽지 않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카드, 신한라이프생명 등이 실적 측면에선 비중을 높였지만 회장 승계에 있어서는 은행과 위상차가 여전하다.

이는 모범관행 TF가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씨티그룹 승계 프로그램과 완전히 다른 결이다. 씨티그룹은 수년에 걸친 검증 과정에서 CEO 후보가 다양한 사업부문을 거치게 하고 이를 통해 객관적인 경쟁과 평가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여러 부문을 순환하게 해야 총괄 CEO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키울 수 있고 후보군 간 비교와 검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부회장직 신설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임기가 추가로 주어지면 복수의 부회장을 두는 방식으로 후계 구도를 명확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논의에 따라 부회장들에게 다양한 부문을 경험하게 하는 육성 및 승계 프로그램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조 전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승계 프로그램은 기존 틀을 유지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 전까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 회장은 취임 전 지주 권한 축소와 계열사 자율을 담보하겠다는 경영 철학을 밝힌 바 있으나 부회장제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금융지주가 은행의 옥상옥 형태로 만들어진 만큼 회장 승계 과정에서 현직 회장과 은행장이 경합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며 "은행장이 회장으로 직행하는 승계 프로그램은 안정감을 주긴 하겠지만 금융지주 CEO로 역량을 기르거나 취임 후 은행과 비은행 균형을 맞추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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