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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점검]'증권·보험' 없는 우리금융, 요원한 부회장제 도입②'은행장 중심' 회장 승계 절차…씨티그룹식 경쟁·검증 쉽지 않을듯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22 07:24:32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 회장 용퇴로 금융지주 CEO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건 금융 당국의 시선은 이제 차기 회장 선임으로 향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금융권에 안착시킨다는 목표로 모범관행 수집에 한창이다. 더벨은 각 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모범 사례와 개선점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8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후 도입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차기 지주 회장에게도 적용할 구상이라고 밝혔다. 은행 본부장급 임원들을 은행장 후보로 육성하기로 한 것처럼 지주 회장 후보군을 꾸리고 투명한 경쟁과 검증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증권,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비은행 존재감이 작은 탓에 계열사 CEO를 회장 후보군으로 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모범관행 TF가 염두에 둔 씨티그룹 모델을 도입하려면 부회장 제도 도입이 현실적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당분간 전현직 은행장과 외부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가 점쳐진다.

◇회장 승계 '은행장 vs 외부 인사' 구도…카드·캐피탈 대표는 '은행장 후보'

우리금융은 올해 초 신규 회장 선임 과정에서 2차 숏리스트를 4명으로 압축했다.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 신현석 전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이 경합을 벌인 끝에 임 회장이 낙점됐다. 그룹 안팎에선 지난 승계 과정을 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경합하는 '2파전'으로 평가한다.

이 전 행장을 제외한 계열사 CEO는 2차 숏리스트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회장 후보로 레이스를 펼칠 중량감 있는 현직 CEO를 후보로 낼 계열사가 우리은행 정도 밖에 없었던 영향이다.

2023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숏리스트. 왼쪽부터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 신현석 전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다른 계열사 대표들의 무대는 임 회장 취임 직후 이어진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이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그룹 역사상 최초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후보 4인을 선정했다. 후보 4인은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조병규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현 우리은행장)였다.

우리은행장 후보군 면면에서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은 우리은행의 뒤를 잇는 계열사지만 CEO가 회장 후보가 아닌 은행장 후보로 분류된다. 그룹 내에서 우리카드 대표와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는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국내영업부문장과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은행과 비은행 위상 차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험사와 증권사 부재가 꼽힌다. 타 금융지주의 경우 보험사 또는 증권사가 은행의 뒤를 잇는 핵심 계열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전현직 은행장 뿐만 아니라 증권사 대표, 보험사 대표도 회장 후보군으로 부상할 수 있는 구조다.

우리금융의 경우 보험사와 증권사가 없고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우리은행장과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엔 체급차가 크다. 이 때문에 현직 은행장과 외부 인사가 경합하는 구도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2023년 우리은행장 후보군. 왼쪽부터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승계 구도 재편 전제조건 '증권·보험' M&A

은행장 중심의 회장 승계 구도는 금감원 모범관행 TF에서 논의 중인 모범 사례와 차이가 있다. 모범관행 TF는 모범 사례로 씨티그룹을 꼽는다. 씨티그룹은 핵심 간부 EC(Excutive committee)멤버를 CEO 상시후보군으로 두고 숏리스트 선정 후에는 세계 지역별 CEO를 맡겨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씨티그룹 승계 프로그램은 후보들에게 다양한 보직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전업주의 성향이 강한 탓에 똑같은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 은행장은 은행 입행 후 CEO가 될 때까지 다른 계열사를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룹 CEO를 대상으로 순환 인사를 하기엔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간 격차가 크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회장 제도가 꼽힌다. 계열사 CEO를 지낸 인물이 임기를 마치고 지주 부회장 또는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겨 회장 후보로 육성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국내에선 KB금융지주가 부회장 제도를 승계 프로그램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부회장 제도를 필요에 따라 승계 과정에 활용한다.

우리금융이 부회장 제도를 도입해 회장 승계 구도를 개편하려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합병(M&A)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증권사, 보험사 CEO를 지낸 인물 다수가 부회장 또는 부문장으로 영전해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은 전업주의 기조가 강해 계열사 CEO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비은행 계열사 CEO들도 승계 구도에 포함되려면 부회장 제도가 현실적인 대안이고 이를 위해선 증권, 보험과 같이 무게감 있는 계열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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