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점검]하나금융, 장수재임 회추위 '참호 구축 vs CEO 견제'②당국, 장기 재임 CEO·사외이사 경계, 업계는 '사외이사 독립성 보장' 항변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21 07:30:23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 회장 용퇴로 금융지주 CEO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건 금융 당국의 시선은 이제 차기 회장 선임으로 향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금융권에 안착시킨다는 목표로 모범관행 수집에 한창이다. 더벨은 각 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모범 사례와 개선점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사외이사 평균 재직 기간이 가장 길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전원을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두고 있다. 사외이사가 오래 재임한다는 건 현직 CEO와 CEO의 연임 여부를 정하는 회추위가 함께한 시간이 그만큼 길다는 뜻이다.장수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추위를 바라보는 금융 당국과 업계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금융당국은 재임 기간이 긴 CEO와 사외이사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반면 업계 지배구조 담당 임직원들은 사외이사 임기가 짧으면 오히려 경영진 견제 기능이 떨어진다며 항변한다.
◇회추위원 평균 재직 '4년 초과' 장기 재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 사외이사 8명의 평균 재직 기간(현 임기 포함)은 4.6년이다. 이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긴 기간이다. 신한금융은 4년, KB금융은 3년, 우리금융은 2.83년이다. 4대 금융지주 평균은 3.7년이다.
국내 금융권에선 사외이사 전원이 회추위에 소속되는 게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4대 금융지주를 놓고 봤을 때 하나금융 회추위 사외이사가 가장 오랜기간 재임한 셈이다.
회추위원 임기 장기화는 금융 당국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이어진 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서 특정 CEO의 장기 집권에 제동을 건 바 있다. CEO가 사외이사의 장기 근속이 가능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추위가 CEO의 연임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의심되는 만큼 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CEO 연임에 대한 금융 당국의 의구심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출발한다. 하나금융 사외이사및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외부에서 선임하는 인선자문단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외이사 선임 때마다 인선자문단을 꾸려 객관성을 담보하는 KB금융과 차이가 있다. 시중은행 금융지주 진입을 노리고 있는 DGB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평가를 외부 기관에 일임한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이 일부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길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모범관행 TF는 16일 오후 2차 회의를 열고 이사회 지원 조직과 사외이사 역량 강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다음달에는 CEO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가 예정돼 있다. 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선임 및 연임과 관련된 내용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외이사 재직 기간 짧으면 오히려 경영진 독주"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 재직 기간이 긴 하나금융 모델이 회추위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더 낫다는 반론도 있다. 사외이사가 CEO 대비 오랜 기간 재직해야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외이사의 재직 기간을 줄인다고 경영진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추위 구성원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인선자문단을 운영해 회장의 입김이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사외이사 평가를 외부에 맡겨 객관성을 갖추는 게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한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관계자는 "회추위가 참호를 구축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사외이사 재직 기간을 현재 수준보다 엄격히 제한하면 연임이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며 "임기가 짧고 연임도 어려운 사외이사가 CEO에게 쓴소리를 하거나 독주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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