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점검]우리금융, '회장 직속' 전략기획부 주도 인선 시스템①CEO·사외이사 선임에 직간접 개입…'회추위·사추위' 통합해 영향력 행사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22 07:12:59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 회장 용퇴로 금융지주 CEO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건 금융 당국의 시선은 이제 차기 회장 선임으로 향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금융권에 안착시킨다는 목표로 모범관행 수집에 한창이다. 더벨은 각 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모범 사례와 개선점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취임 후 '우리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다만 지주에서는 회장의 의중이 사외이사와 CEO 연임 및 신규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회장이 직속 조직인 전략기획부 산하에 이사회사무국을 두고 회장·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기능을 겸하고 있는 우리금융 임추위는 지주 회장의 영향력 밑에 있어 '셀프 연임'도 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사무국 '사외이사 후보 추천·CEO 승계 업무' 막강 권한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모범관행 TF는 오는 17일 2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사회 지원 조직 재편과 사외이사 역할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금감원은 이사회를 지원하는 이사회사무국을 CEO와 분리시켜 이사회 산하의 독립 조직으로 편제하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는 이사회사무국을 이사회 밑에 두고 있다. 지방금융인 DGB금융지주도 최근 이사회사무국을 경영진과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예외적으로 우리금융은 전략기획부 산하에 이사회사무국을 배치하고 있다.
임 회장 직속 조직인 전략기획부는 이사회사무국을 통해 CEO와 사외이사 선임 권한을 가진 임추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선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사회사무국은 임추위가 관리하는 사외이사 후보군 164명 중 110명을 추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후보군에서 67%에 해당하는 후보를 선정하는 데 전략기획부의 의중이 반영됐다.
이사회사무국 주도로 꾸린 후보군에서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전원 임추위에 소속된다. 임추위는 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고 신규 회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경영승계 규정에 따라 지주 최고경영자 승계업무 지원부서인 이사회사무국과 호흡을 맞춰 회장을 선임해야 한다.
회장에서 시작해 전략기획부, 이사회사무국, 임추위를 거쳐 다시 회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임 회장이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표방한 권한 분산 모델과는 거리가 있다. 그가 승계 절차에 공정성을 주문한다 해도 이사회가 CEO의 의중을 원천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CEO→임추위→사외이사→임추위→CEO', 남아 있는 '셀프 연임' 가능성
이와 같은 인선 절차는 이른바 '셀프 연임'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사외이사와 지주 회장을 모두 선임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지주 회장은 이사회사무국을 통해 임추위에 개입 가능하다. 사실상 CEO와 임추위가 원팀으로 이뤄져 있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사추위와 회추위가 나눠져 있고 두 소위원회는 CEO와도 분리돼 있다. 사추위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외이사 전원으로 회추위를 꾸려 CEO를 선임한다. 사추위와 회추위를 지원하는 이사회사무국은 지주 회장이 아닌 이사회 산하에 편제돼 있다. 지배구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각 주체를 분리하고 권한을 나눈 것이다.
우리금융이 CEO와 사외이사 장기 재직을 위해 참호를 구축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차단하려면 승계 절차 재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이 투명한 지배구조 정립을 공언한 만큼 추후 모범관행 TF 가이드라인에 맞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관계자는 "경영진과 이사회 지원조직의 철저한 분리는 지난달 1차 모범관행 TF 회의에서 당국이 강조한 대목"이라며 "이사회사무국이 CEO 산하로 편제돼 있으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해도 지배구조 형성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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