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18일 07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00년대 초반 신약이라는 꿈을 등에 업고 출현한 1세대 바이오 벤처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뭉칫돈을 벌어들였다. 그 사이 각종 규제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던 제약사들이 바이오 벤처의 흥행에 주목하며 같은 꿈을 꿨다.그렇게 신약개발은 바이오 벤처 그리고 제약사의 '한 부분'으로 취급되는 현재의 구조가 마련됐다. 20여년의 업력을 가진 바이오 벤처가 신약의 꿈에 더 가까이 가는 듯 하더니 최근엔 자금력을 앞세운 상위 제약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엎치락 뒤치락 하지만 신약은 우리 제약바이오 업계선 떼려야 뗄 수 없는 명실공히 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까지 나서 신약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어떡해서든 키워야 한다고 주문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포착된다. 바로 '신약' 단 하나만을 겨냥하며 덩치를 키우는 트렌드, 이름하여 초대형 바이오 벤처 '빅 바이오텍'의 탄생이다.
지난달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화두 '빅 바이오텍'이 뻗어나가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로 확보한 현금을 새로운 플랫폼 도입에 투자하는 등 신약개발 선순환을 안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향후 7~8년 동안 4조원의 현금흐름을 만들어 신약개발에만 전념한다는 발상이다. 현실화 된다면 국내 최대 '신약개발' 회사가 된다.
일동제약은 연간 1000억원대의 신약연구만 하는 유노비아라는 이름의 신설법인을 만들었다. 제약사 가운데 신약개발만 하는 대규모 연구법인은 처음이다. 대기업을 등에 업은 SK바이오팜 정도나 할 수 있던 일을 일동제약이 포문을 열었다.
서정진 회장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는 셀트리온도 궁극적으로 '빅 바이오텍'을 지향한다. 상장 3사를 통합하는 '합병 셀트리온'에서 신약개발부터 생산 및 판매까지 전 주기를 담당하는 밸류체인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생산과 직판은 이미 갖춰져 있는만큼 관건은 '신약연구'다. 서 회장은 합병 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인수합병(M&A) 및 자체개발 등 전방위적으로 신약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성공보단 실패의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공격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던 신약. 언제 접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무리하지 않고 하던 사업이 이제는 다 포기하고 뛰어들만한 미래동력으로 급부상했다. 한해 수천억원의 신약연구를 하는 단일법인이 탄생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 기술력과 노하우 측면에서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붙었다는 얘기다.
빅바이오텍의 출연이 당장 성공을 이끌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도전에는 박수를 보낼만 하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혹한기 K-바이오 시장에 관심을 환기해줄만한 이슈 메이커가 돼 주기도 한다.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라면 불신보다는 응원이 필요하다.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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