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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베트남 30주년 리뷰]낯선 시장을 안방으로 ‘현지화’ 매직①신한베트남은행, 정교한 전략 기반 외국계 은행 1위…ANZ 리테일 인수 뒤 폭풍 성장

고설봉 기자공개 2023-08-22 08:10:15

[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을 향한 K-금융의 도전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개척 성공모델로 꼽히는 신한베트남은행이 현지 진출 30주년을 맞았다. 사무소로 시작해 외국계 은행의 리테일부문을 인수해 현지화에 성공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가운데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 우리 금융사들의 글로벌 공략 표본으로 여겨지는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공 원동력은 무엇일까. 더벨은 신한베트남은행의 발자취를 조명하고 동시에 신한금융이 구상하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의 미래 비전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1일 1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의 핵심 전략은 ‘현지화’다. 과거에도 그랬도 앞으로도 현지화는 베트남 시장 개척의 핵심 전략이다. 우리 금융사들이 계속 베트남에 투자하고 외형을 확장하는 이유는 현지의 무궁한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베트남은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누구나 현지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금융사들이 여전히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및 주재원, 교민 등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러는 현지 은행에 지분을 투자해 재무적 수익을 얻는 선에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이상적으로 베트남에 뿌리를 내린 곳은 신한금융그룹이다. 베트남은 신한금융의 제 2의 안방이다. 앞으로 국내에서보다 베트남 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베트남 호치민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진행된 신한은행 베트남 진출 30주년 기념식에서 신한은행 정상혁 은행장(왼쪽 여섯 번째)과 베트남 중앙은행 PHAM TIEN DZUNG 부총재(왼쪽 다섯 번째), Vietcom은행 PHAM QUANG DZUNG 회장(왼쪽 네 번째)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신한은행)

◇시작은 미약했으나…폭풍 성장하는 신한베트남은행

신한베트남은행의 전신은 1993년 출범한 베트남 퍼스트 비나은행 합작회사다. 1992년 한국-베트남 수교 이듬해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먼저 기회의 땅에 깃발을 꽂았다. 합작사 지분은 베트남 현지 베트콤은행 50%, 제일은행 40%, 대우증권 10% 등으로 구성됐다.

2000년 조흥은행은 당시 제일은행이 보유하던 합작사 지분 40%를 인수했다. 이어 2001년 조흥은행은 대우증권 지분 10%를 인수하면서 50%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조흥비나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2006년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의 합병으로 조흥비나은행은 신한비나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때부터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베트남 시장에 대한 전략이 한층 정교해졌다. 또 전략적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감한 투자도 단행됐다.

2009년 신한은행은 별도로 지점을 내면서 베트남 시장에 한층 다가섰다. 2011년 신한은행 지점과 신한비나은행이 합병해 신한베트남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 때 신한금융은 현지 합작사와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신한금융은 신한베트남은행을 100% 완전 자회사로 소유하게 된다.

정교해진 경영전략 하의 대규모 투자는 곧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현지화에 대한 큰 틀의 전략이 설정됐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시장에 한층 더 파고들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시장 조사와 연구에 착수했다.

그 즈음 호주계 ANZ은행이 베트남 시장에서 리테일 사업을 철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한금융은 발빠르게 움직이며 ANZ은행 리테일부문 인수를 결정했다. 베트남 현지에서의 시장 조사와 감독 당국 등과 교감 등을 통해 강하게 인수를 밀어붙였다.

2017년 4월 21일 신한금융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ANZ BANK 베트남 리테일부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오른쪽)과 Dennis Hussey ANZ BANK 베트남 법인장(왼쪽)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호주계 은행이 발뺀 자리에 정교한 전략으로 현지화 승부수

신한금융은 2017년 ANZ 은행 리테일부문 인수에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전략을 내세운 이후 첫 결실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전략은 오가닉(organic) 성장에 집중됐었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방법을 바꿔 현지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금융사를 발굴해 M&A를 통해 한번에 자산과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현지화에 매진했다.

다만 기존에 ANZ은행이 추진하던 영업방식을 완전히 뒤바꾸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서양문화 기반의 ANZ은행은 당시 베트남 시장에서 고전했었다.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큰 상황에서 조직 관리 및 대고객 영업에서 추가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신한금융은 문화적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융화하려는 노력을 펼쳤다. 조직을 변화시키고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꿨다. 그 일환으로 현지 직원을 대거 채용하고 현지인 지점장 등 중간 관리자를 육성하면서 조직문화를 개선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현지화 시작이었다.

조직이 바뀌고 활력이 생기니 영업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현지인 직원들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에 나서면서 차츰 시장 지배력도 넓어졌다. 고객과 신뢰가 쌓이면서 점포수는 빠른 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의 전략은 성공했다. 2016년 9월말 기준 ANZ은행 리테일부문은 영업점 8개, 직원 289명 규모였다. 영업자산은 수신 5억4700만달러, 여신 1억6100만달러, 카드회원 9만5000여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2023년 6월말 현재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전역에 47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2217명으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현지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8% 이상이다. 법인장 등 최고 경영진을 제외한 중간 관리자 및 영업지점장 등 대부분이 현지인이다.

영업자산도 크게 불어났다. 2023년 6월말 현재 신한베트남은행은 수신 53억1300만달러, 여신 37억3400만달러, 카드회원 29만4809명을 보유 중이다. 수신은 약 9.7배, 여신 약 23.2배, 카드회원 약 3.1배 가량 불어났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가운데 총자산 및 순이익 규모 등에서 모두 압도적 1등을 차지하고 있다. 리테일부문 고객은 거의 100%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은행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현지 10위권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ANZ은행 리테일부문 인수에 참여했던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ANZ은행이 현지에서 더 성장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내 그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의 경영전략을 펼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사전 조사 및 분석 등에 기반해 시장을 공략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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