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2.4경 금융시장 움직이는 자산 6000조 금융사들[총론]①통계 이래 총금융자산 884배 증가…시장 규모 맞는 새 시스템 논의해야
고설봉 기자공개 2023-08-28 07:25:13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금융시장은 경제 성장과 함께 지난 50년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개인과 기업 모두 꾸준히 금융자산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 추적된 금융자산도 매년 최고 기록을 갱신하며 성장해왔다. 우리 국민과 기업이 국내외에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어느덧 2경4000조원에 육박한다.금융시장이 성장하면서 금융사들도 몸집을 불렸다. 2000년대 초반 금융지주사 출범을 계기로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은행 금융지주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금융사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63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시장에선 확대된 금융시장 규모에 걸맞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총자산 700조원 안팎의 대형 은행 기반 금융지주사 5곳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외 중소규모 은행과 비은행 금융지주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금융지주사 체제에 대한 고민도 크다. 시장에 더 많은 플레이어를 진입시켜 유효 경쟁을 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몇몇 금융지주사 합병을 전제로 자산 1000조원 이상 메가뱅크를 설립해 글로벌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체제 개편에는 동의하지만 방법론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50년간 총금융자산 884배 성장…체질도 강화된 한국 금융시장
한국 경제는 지난 5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이에 따라 개인과 기업, 정부 등이 보유한 자산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실물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금융자산 측면에서도 양적, 질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 총금융자산(개인·기업·정부·국외 등)은 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매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975년 27조원 수준이던 총금융자산은 2022년 9월말 현재 2경3862조원으로 약 884배 증가했다.
총금융자산을 명목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금융연관비율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75년 2.6% 였던 이 비율은 2000년 5.6%로 두배 이상 높아졌다. 이후 2010년대 들어서면서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며 2022년 9월 말 현재 11.0%로 높아졌다.
GNI는 국민소득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나온 경제지표다.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 생산 활동에 참가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다. 총금융자산 가운데 GNI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소득 증가가 총금융자산 증대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금융시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발생으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두번의 리스크를 이겨내면서 금융시장 전반이 이전보다 훨씬 활성화되고 체질도 강화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초반 총금융자산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총금융자산은 1975년부터 2000년까지 약 133배 증가해 3592조원을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0년대 이후만을 보더라도 2022년까지 한국의 총금융자산은 약 6.6배 증가했다.
질적으로도 금융산업의 단기외채 비율이 크게 하락하고 은행의 BIS비율도 크게 향상되는 등 금융산업의 건전성이 강화됐다. 실제 1996년 21.2%에 달하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022년 9월말 현재 4.1%로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들의 BIS비율은 평균 16% 안팎을 기록 중이다.
◇금융지주사 출범과 맞물린 시장 활성화…또 다른 성장동력 발굴 고민도
한국 금융시장의 성장은 실물경제 발전과 함께 개인과 기업, 정부 등 금융자산이 쌓이면서 당연스럽게 커졌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도 대형화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체질도 강화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금융시장 발전과 함께 금융사들도 변화를 꾀하며 동반성장했다.
실제 1975년 8조원 수준이던 국내 금융사들의 금융자산 합계(은행·증권·보험사 금융자산 총 합계)는 2022년 9월말 현재 6229조원으로 약 779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 총금융자산이 884배 증가한 것과 비교해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세부적으로 2000년 이후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 체제가 출범한 뒤 금융사들의 자산도 한층 더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1975년부터 2000년까지 약 112배 성장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약 7.0배 성장했다.
총금융자산 성장성과 비교해 볼 때 금융사들의 성장성은 2000년대 이후 더 가파른 양상을 보인다. 1975년부터 2000년까지 총금융자산이 약 133배 증가할 때 금융사 금융자산은 약 112배 증가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총금융자산이 약 6.6배 증가할 때 금융사 금융자산은 7.0배 불어났다.
이 같은 양상은 2000년 초반 금융지주사 출범 이후 금융시스템 안정화가 이어진 결과다. 금융지주사 체제를 기반으로 은행업이 확장하고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부문에 대한 일반 고객들의 접근이 한결 수월해지면서 금융사 금융자산이 불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자본시장 활성화 등의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증권과 보험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주식·채권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채권시장 규모는 1975년 104조원에서 2022년 9월말 현재 731조원으로 약 7배 가량 커졌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117조원에서 1767조원으로 약 15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최근 국내 금융시장 성장세가 과거 대비 둔화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금융시장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민 편의 증대 등을 위해 기존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 체제의 개선과 다양한 신규 플레이어 진입 등 대안을 제시했다.
근본적으로 기존의 금융산업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금융사들의 핵심 수익 기반인 국내 금융소비자 대상 이자이익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활성화 등 비은행 강화와 글로벌시장 진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새로운 형태의 금융사 출범도 거론된다. 기존의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 체제를 비은행 중심으로 바꾸거나, 지배구조 차원에서 비은행 출신 경영진들을 더 많이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은행업 진입장벽을 낮춰 은행산업에 더 다양한 형태 플레이어들을 유입해 경쟁을 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간 영역을 중심으로 현재 금융지주사 체제를 더 고도화 하거나 규제를 철폐해 경영 자율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더 다양한 영역에서 협업이 가능하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관리와 감독의 관점에서 금융산업을 보아왔다면 이제는 금융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해볼 필요가 있다”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되 이러한 안정성과 크게 관련이 없는 규제들은 과감하게 철폐하고 새로운 시도들은 적극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이사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실질적으로 은행과 비은행,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경계가 존재한다”며 “업역의 구분은 비효율성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산업의 추세가 업역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우리 금융산업도 자유로이 은행 소유에 대한 실질적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 주신 분들(가나다순)
△금융경제연구소 △보험연구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저축은행중앙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BNK경제연구원 △DGB경제연구소 △NH금융연구소 △KB경영연구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대차그룹 CEO 성과평가]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전동화·전장·비계열’ 다각화 통했다
- [새판 짜는 항공업계]다크호스 이스타항공, 항공업 판도 바꿀까
- [새판 짜는 항공업계]비상 날개짓 이스타항공, 더딘 경영정상화 속도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진에어, 한진칼 통합 LCC 주도권 ‘이상무’
- 체급 키우는 에어부산, 펀더멘털 약점 극복
- [새판 짜는 항공업계]슬롯 지키기도 버거운 이스타항공 '영업적자' 감수
- 티웨이항공, 장거리 딜레마...3분기 이례적 손실
- [CFO Change]기아, 내부 출신 김승준 상무 CFO 발탁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부회장 부활' 성과보상 특급열차 다시 달린다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혁신·파격·미래' 2018년 대규모 인사 데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