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는 지금]약해진 구심점, 어깨 무거운 송호준 사장②삼성SDI 출신 지난해 12월 입사, 이차전지 전략 전문가
김위수 기자공개 2023-08-29 07:23:20
[편집자주]
에코프로그룹에 오너공백이라는 악재가 발생했다. 그간 비슷한 일을 겪은 국내 기업들은 공백 기간동안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투자에 있어 위축된 모습을 보여왔다. 에코프로그룹은 총수부재를 딛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에코프로그룹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1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에 대한 실형 확정으로 에코프로그룹은 구심점이 약해진 상황이다. 오너 공백 상황에서 회사의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지주사 에코프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송호준 사장이다.◇입사 9개월 차 송호준 사장에 쏠린 눈
에코프로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시작한 것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뒤에도 이 전 회장은 경영자문 등을 통해, 혹은 대주주로서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펼쳐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는 오너 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 태스크포스(TF)나 위원회를 조직하지는 않았다. 대신 송 사장을 중심으로 에코프로 계열 전문경영인들이 합심해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송 사장이 에코프로 그룹을 이끌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송 사장이 에코프로에 입사한 시점은 지난해 12월이다. 그룹의 경영을 자유롭게 지휘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입지를 다지기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오너 공백 상태에서 출신이 다양한 임직원들을 강력하게 결집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에코프로 임원들만 살펴봐도 모두 다른 회사에서 영입된 경력직들이다. 다른 이차전지 대기업부터 물류사, 금융권, 증권사 등 출신이 다양하다.
에코프로 다른 계열사로 확장해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송 사장의 전 직장인 삼성SDI 출신 임직원들이 에코프로 및 에코프로 계열사에 다수 포진한 점은 자산이 될 수 있다.
◇삼성SDI 출신, 합리적이고 꼼꼼한 전략가
1965년생인 송 사장은 서울대학교 졸업 후 삼성물산을 거쳐 PwC컨설팅, 엑센츄어와 같은 글로벌 컨설팅업체에서 경력을 쌓았다. 삼성SDI 상무로 입사한 것은 2011년 12월이다. 지난해까지 삼성SDI에 적을 두고 있었으니 12년여를 삼성SDI에서 보낸 셈이다.
삼성SDI에서 보낸 대부분의 기간 동안 기획팀장을 지냈다. 기획팀장으로서 삼성SDI의 투자 및 전략과 같은 굵직한 방향성을 구축하는 업무를 도맡았다. 송 사장이 삼성SDI에 재직했던 12년간 배터리 비즈니스가 눈부시게 성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규모 투자와 합작공장(JV) 설립, 해외 진출 및 수주 확대와 같은 굵직한 이슈를 기획팀장으로서 겪었다. 이 기간 동안 시장 생태계의 생리를 체득하며 배터리 업계 전문가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삼성SDI와 에코프로의 양극재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 설립 당시에도 송 사장이 기획팀장으로서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이 과정에서 보인 능력을 이 전 회장이 높게 샀다고 전해진다. 송 사장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업무적 신뢰도가 상당하다고 알려졌는데 그 계기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 사장은 스마트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꼼꼼하고 분석적인 성향으로 배터리 산업에 대한 뛰어난 인사이트를 갖췄다고 알려졌다. 온화한 성정으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이는 편이라고 한다.
에코프로에서도 송 사장에 대해 "경영·기획 전문가로서 업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회사 전반에 대한 경영활동을 총괄하며 향후 에코프로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다른 만큼 이 전 회장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산업 대한 높은 이해를 갖추고 있어 에코프로의 현안을 관리하기에는 제격"이라면서도 "전문경영인인만큼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해 큰 그림을 보고 결단을 내리는 총수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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