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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바이오텍 생존전략]제넥신의 수천억 오픈이노베이션, 실체없는 '득'타법인 출자에 1800억, R&D 비용은 축소…재무부담 가중, 단순 주식투자 평가도

최은진 기자공개 2023-09-01 09:13:27

[편집자주]

바이오벤처는 2000년대 들어 출현했다. 1990년대 벤처 붐 이후 10년여가 흐른 시점이다. 업계는 이들을 1세대 바이오텍이라고 부른다. 벤처 선봉에 섰던 IT 붐은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옥석가리기가 이뤄졌다. 하지만 바이오벤처는 20여년째 아직도 벤처 이름표를 달고 '생존' 중이다. 이제 1세대 창업주들이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한다. 매각, 아이템 변경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전환점에 선 1세대 바이오텍의 전략과 방향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넥신은 벤처일까.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사업만 들여다보면 여전히 임상을 진행 중인 바이오 벤처일 뿐이지만 전략을 보면 바이오 투자의 주체인 나름 큰 손이기도 하다.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바이오텍 투자를 하고 있는 '중견 바이오텍'이라는 데 주목된다. 선택을 당하기 보다는 선택을 하는 제넥신 방식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눈에 띈다. 주력 파이프라인의 성공 유무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 역시 미래를 결정할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GX-E4 및 GX-H9 '주력', 임상 3상 진행 중…연내 성과 목표

제넥신은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현재 지속형 빈혈치료제 'GX-E4'와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GX-H9'을 내세운다. 기술이전 등을 통해 파트너사와 후기임상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들이다.

GX-E4의 경우엔 Shanghai ChemoWanbang Biopharma, KG-Bio 등에 기술이전을 했고 현재 중국 임상 1상과 함께 호주·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제넥신은 인도네시아 신약승인신청서(BLA)를 제출했고 연내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GX-H9은 'I-Mab'에 기술이전 한 건으로 현재 중국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현재 주력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내, 혹은 그보다 더 빠르게 결과가 BLA 승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 중"이라며 "최대한 상업화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20여년간 신약성과가 없다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최대한 상업화 일정을 당기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작년 닐 워머(Neil Warma) 대표를 영입했다. 그는 노바티스, 아이맵, 오펙사 테라퓨틱스 등 25년간 제약바이오 업계서 역량을 쌓은 인물이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상업화 계획은 이미 몇차례 실패를 하거나 연기되는 등 성과로 도출되지 못한만큼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제넥신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쳤다.


제넥신이 공시한 6월 말 기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타법인에 투자한 장부금액이 1800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펀드를 제외하고는 프로젠·ILKOGEN·코스온·KG-Bio·에스엘포젠·지아이이노베이션 등 23곳이다. 영업활동 현금 창출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단행한 투자 치고는 꽤 규모가 크다. 투자가 주 업이 아닌 바이오 벤처가 집행한 규모 치고는 꽤 상당하다는 평가다.

◇매년 수백억 손상 및 지분법손실, 일부 투자기업 회수 불능 가능성

이 같은 투자가 R&D 비용이 축소되는 과정에 진행됐다는 점은 눈여겨 볼 지점이다. 2011년부터 이뤄진 투자는 2020년 이후 늘었다. 전체 23건 투자 가운데 10건이 지난 2년여간 진행된 건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부터 400억원에 달하던 투자가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이 같은 투자가 긍정적인 효익을 내려면 신약이나 재무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일단 재무적으로는 부담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2021년 관계기업 자산손상으로만 274억원, 2022년 400억원이 인식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162억원의 손상이 반영됐다. 이 여파로 당기순손실이 같은기간 511억원, 451억원이 났고 올해 상반기에도 365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넥신은 후기임상에 힘을 쏟아야 하는 현재 여건을 감안해 투자 회수도 고민하는 분위기다. GX-E4 임상 3상 자금은 물론 제조·품질관리(CMC) 등에 활용할 재원이 필요하다. 지난달 합작사 아지노모도제넥신 지분 25%를 193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제넥신의 오픈이노베이션이 신약보다는 투자수익에 초점을 둔 투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투자에 기술적 수혜를 받은 것도 아니다. 한독과 함께 추진한 미국 바이오텍 레졸루트(Rezolute)의 투자는 계속된 한독의 자금수혈로 제넥신의 지분율이 축소되며 존재감이 옅어졌다. 레졸루트가 진행하는 고인슐린증 치료제 'RZ358'는 임상 3상 개시가 중단된 난제를 만났다. 2015년 21억원을 투자한 코스온은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할 수 있다.

작은 벤처기업이 감당하기엔 재무적 부담이 상당한 투자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보기에는 성과 역시 실체가 없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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