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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차기 리더는]전통이냐 혁신이냐 지배구조 개선이냐누가 돼도 납득할 검증된 후보군…회추위는 행복한 고민

고설봉 기자공개 2023-08-31 08:01:51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장 출신의 안정감 높은 후보. 비은행 출신의 재무·전략 전문가. 외부 출신 관록의 실력자.

K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누가 되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질 만한 인물들이 차기 회장(CEO) 선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에 섰다. 전통에 따라 은행장 출신 CEO가 배출될지, 비은행 출신 재무·전략 전문가로 혁신을 꾀할지, 외부 출신 금융 전문가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이란 명분을 강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KB금융지주 회추위는 지난 29일 차기 회장 후보 2차 숏리스트를 발표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 차원에서 오랫동안 육성하고 관리해온 후보들이 마지막 검증대 앞에 서 있다.

◇후끈 달아오른 내부경쟁…최초 비은행 출신이냐, 전통의 은행장이냐

양종희 부회장은 2차 숏리스트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후보로 꼽힌다. 그가 회장에 선출되는 것 자체가 혁신이다. 최종 후보로 선발될 경우 KB금융을 넘어 국내 은행 지주 전체를 통틀어 비은행 CEO 출신이 지주사 회장에 오르는 최초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양 부회장은 KB금융 내 비은행 자회사들의 사업 고도화를 이끈 재무·전략 전문가다. 그는 KB손해보험 경영 정상화를 주도하며 KB금융을 리딩금융으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LIG손보 인수와 화학적 결합, 순이익 증대 등 경영 정상화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KB손보(옛 LIG손보)가 KB금융 품에 안긴 건 2015년이다. 당시 KB금융은 임영록 회장 체제로 윤 회장이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 양 부회장이 지주 전략기획 상무였다. LIG손보를 인수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수 전략을 세우고 과정 전반을 챙기며 경영진을 보좌한 것이 양 부회장이다.

M&A 과정에서의 성과를 발판으로 양 부회장은 2016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KB손보 대표이사를 지냈다. 양 부회장은 KB손보 CEO를 3연임했는데 매년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KB손보의 성장으로 양 부회장은 경영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KB손보에서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라는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한 양 부회장은 곧바로 KB금융지주 부회장에 오른다. 부회장단 3인 가운데 가장 먼저 부회장 타이틀을 따내며 앞서 나갔다. KB금융지주는 2021년 1월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양 부회장은 윤종규 회장 지근거리에서 그룹 핵심 사업을 두루 거치며 3년째 회장 승계 과정을 밟아왔다.

KB손보는 올 상반기 순이익 5252억원을 달성했다.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이익 1위 자리에 오르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557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인수 1년 차인 2017년 순이익은 3330억원이었으나 불황 속 감소세를 보이며 2020년 164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반등에 성공, 지난해 순이익이 5000억원을 웃돌았다.

장기적으로 그룹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KB금융의 비전의 핵심은 비은행 경쟁력 강화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은행업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런 가운데 KB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 초석을 다진 양 부회장의 역할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허 부회장은 현 시점에서 안정감이 가장 높은 후보다. KB국민은행장 출신으로 은행업 전반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전략과 영업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설립 이래 최초 3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으로 스스로 역량과 리더십을 입증하기도 했다. KB금융 안팎의 입지도 탄탄해 현재 차기 회장 후보에서 선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부회장이 안정감 높은 후보로 평가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KB금융 핵심 자회사인 국민은행장 출신이란 점에서 내부 지지가 높다. 전통적으로 KB금융 회장은 모두 국민은행장 출신이 맡아왔다. 그룹 내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맏형이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국내 금융지주 전반에 퍼져있다. KB금융지주 출범 후 단 한번도 비 은행장 출신이 회장에 오른 전례는 없다.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경영 능력 측면에서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증명한 리더십과 경영 성과는 그가 회장에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다. 허 부회장은 국민은행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후 국민은행은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는 등 안정적인 수익 증가 및 수익성 배가를 이뤘다.

이를 기반으로 은행장 재직 시절 CEO 성과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국민은행의 성과측정은 계량평가와 비계량평가로 구분된다. 계량평가는 수익성, 건전성 및 고객기반확대, 내부통제 등의 재무적·비재무적 지표를 운영한다. 비계량평가는 경영과제 이행수준 등 정성적인 항목이다.

허 부회장 재직 시절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은행은 매년 고속 성장했다. 2017년말 311조2338억원이던 총자산(평잔)은 2018년말 340조7373억원으로 불어났고 2020년말에는 409조2176억원으로 최초 400조원을 돌파했다. 2021년말 438조7548억원으로 다시 불어나 4년만에 40.97% 늘었다.

2021년말 정기인사에서 KB지주 부회장에 오르며 후계구도의 중심에 섰다. 첫 임무는 개인고객부문과 WM·연금부문, SME부문 총괄이었다. 모두 기존 은행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 과제였다. 특히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국민은행의 영업반경과 고객군을 넓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들로 중요성도 높았다.

2022년말 정기인사에서 허 부회장은 또 다른 임무를 맡았다. 글로벌부문장 겸 보험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스트 윤종규’로서 종합 금융지주사를 이끌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을 검증받는 시험대였다. 동시에 은행업에 국한됐던 그의 경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최근 KB금융은 글로벌과 보험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허 부회장의 경영능력과 역량은 재조명받고 있다.

더불어 경영 안정성도 높다. 허 부회장은 원칙주의자로 강도 높은 윤리경영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중은행이 사모펀드 부실 판매 사태 등에 휘말릴 때 국민은행이 이를 피할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영업통'으로 꼽힌다. 그 이전까지 오랫동안 국민은행 전략을 주도한 ‘전략가’이기도 하다.

◇김병호 회장…관록과 역량 갖춘 준비된 ‘다크호스’

숏리스트 3인방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병호 회장이다. 그는 관록과 역량을 갖춘 금융 전문가로서 안정감 높은 후보로 평가된다. 특유의 전략가적 기질과 풍부한 현장 영업활동에서 쌓은 경험이 장점이다.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며 글로벌 감각을 갖춘 만큼 글로벌 확장이란 KB금융의 경영전략과도 잘 어울린다.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김 회장은 30여년간 은행업에 몸담은 경영 전문가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에서 경영 전문가로 성장하며 철저한 검증을 맞쳤다. 다방면에 걸쳐 능력을 인정받아 하나금융에서 승승장구했다. 하나은행은 물론 하나금융지주 내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5년 하나은행 뉴욕지점장을 거쳐 2006년 상무로 승진해 국외사업전반총괄을 역임했다.

2008년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를 재정비했다. 더불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CFO로서 해외투자자와 소통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2009년부터 3년간 하나은행 경영관리그룹총괄 부행장을 지내며 안살림을 책임지기도 했다.

2013년부터는 하나은행 영업부문의 큰 축인 기업영업그룹을 이끌며 수익 창출에 일조했다. 2014년 하나은행 마케팅그룹 총괄과 글로벌사업그룹 총괄 부행장을 역임했다. 2015년 은행장 직무대행을 거쳐 하나은행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5년 말부터 하나금융 부회장을 맡아 경영관리를 총괄했다.

금융권 내에서 김 전 부회장의 가장 큰 강점으로 여기는 건 글로벌 감각을 겸비한 경영 전문가란 점이다. 글로벌, 기업영업, 경영관리 등 업무를 모두 경험했다. 특히 하나은행 입행 전 미국 연방시카고은행(National Bank of Chicago)에서 근무하는 등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선진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을 떠난 뒤에는 세계은행그룹(WBG)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에서 고문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IFC는 글로벌 100개국에 네트워크를 보유한 민간부분 투·융자 지원을 담당하는 전문 기관이다.

지난해 4월부터는 베트남 HD은행 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HD은행은 베트남 민간은행으로 세전 영업이익 기준 5위인 중견은행이다. 베트남 49개 은행 중에서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유일한 외국인 회장이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해외은행 회장에 선임됐다.

KB금융 회추위가 지배구조 개선이란 명분을 앞세울 경우 김 회장이 최종 후보로 선발될 가능성도 있다. 오랜 기간 KB금융 회추위가 수 차례 검증을 마쳐왔던 외부 후보를 차기 회장으로 세운다는 것 자체가 현재 당국 주도로 펼쳐지는 은행 지주 지배구조 개선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전혀 새롭거나 외부에서 갑자기 등장한 후보가 아니다. 그는 2020년 9월 외부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KB금융 회장 최종 후보자군에 포함됐었다. 당시 윤 회장의 3연임이 추진되면서 김 회장은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다크호스로서 회추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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