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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보령의 中 전략…수출 효자 '겔포스'의 운명은 현지 제약사와 계약 깨고 직접 판매 선언…중국 지사 존재감 커질까

정새임 기자공개 2023-09-04 13:09:01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령은 수출보다 내수로 먹고 사는 제약사다. 내수 매출이 전체의 98%를 차지한다. '국민 위장약' 겔포스는 외연 확대가 필요한 보령에 효자같은 존재다. 중국에서 연매출 약 100억원,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은 수출액을 내고 있다.

올해 겔포스 수출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현지 제약사에 판매를 위탁했다면, 향후에는 보령 현지 법인이 직접 판매를 도맡는다.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보령의 중국 지사, 북경보령의약과기유한공사의 역할도 더욱 커지게 된다.

◇겔포스, 보령 중국몽 실현시킨 주역

겔포스가 중국에 진출한 건 약 20년 전인 1992년이다. 2000년대 들어 겔포스 수출이 궤도에 올랐다. 중국 현지 업체를 통해 겔포스를 공급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국내 의약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수출되는 국산약으로 꼽혔다.

창업주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이 중국 시장에 큰 의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 중국 곳곳을 둘러보며 사업성을 고민했다. 베이징에 북경보령의약과기유한공사라는 현지 사무소를 열었고 중국에 겔포스 현지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한 바 있다.

그간 겔포스의 수출 방식은 현지 파트너를 통한 간접 진출이었다. 현지 법인이 있어도 판매를 주도하진 않았다. 이 때문인지 겔포스 중국 판매로 보령제약이 얻는 수익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보령제약에 따르면 겔포스는 2004년 중국 시장에서 100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해 2014년 5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당시 보령제약이 거둔 수출 금액은 95억원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자연스레 파트너사 교체가 이뤄졌다. 기존 파트너사인 심천 미강원과 계약을 종료하고 중국 최대 국영 제약사로 꼽히는 시노팜과 손을 잡았다. 보령은 "시노팜은 2019년 기준 약 86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직속기업으로 6개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내 의약품 수입·유통·판매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노팜의 겔포스 판매 첫 해인 2022년 보령제약이 겔포스 수출로 91억원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시노팜의 초반 겔포스 판매는 비교적 순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직접판매 선언…중국 법인 역할 부각

문제는 올해부터다. 보령은 최근 시노팜과 겔포스 중국 독점판매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판매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해지된 계약은 지난 2021년 8월 체결된 건으로 당초 시노팜은 2022년부터 5년간 중국 32개 성 전역에서 1000억원 규모의 겔포스를 독점 판매하기로 했다.

계약은 2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해지 사유는 시노팜이 수입약품허가증 발급으로 보령에게 지급해야 할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노팜이 겔포스 판매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아 양사의 관계가 악화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올해 상반기 보령제약이 공시한 겔포스 수출액은 단 2억원이다. 올해 1분기 수출액이 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양사의 계약은 올해 초부터 삐그덕거린 것으로 추정된다.

보령이 시노팜과의 결별을 결정한 뒤 다른 현지 파트너사를 찾는 것이 아닌 직접 판매를 추진하기로 한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사실 보령은 약 7년 전에도 중국 직접 진출을 구상했었다. 현지 매출 대비 낮은 수익, 카나브 등 자사 제품의 추가 수출 등을 고려하면 직접 판매가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당시 회사는 현지 공장을 설립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결론적으로 보령의 중국 직접 진출은 실행되지 않았다. 정확한 사유를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직접 진출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세운 지 10년이 다 돼가는 북경보령의약과기유한공사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북경보령의약과기유한공사의 작년 매출액은 5억원에 그쳤다.

보령은 중국 법인의 역할을 키울 계획이다. 겔포스 판매를 위한 인력 확충과 유통사 선정 등 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보령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방안을 고심 중"이라며 "겔포스는 이미 20여년 간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만큼 (직접 판매가)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밑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의 수출 하락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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