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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가전 2세 경영 성적표]'오랜 부진' 쿠첸…이중희 사장, 선박·수처리로 대체이 사장, 그룹 지배구조 정점…쿠첸 6년째 내리막, 테크로스 계열 성장세 눈길

이상원 기자공개 2023-09-04 13:08:14

[편집자주]

국내 중견가전기업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창업주 세대가 눈부신 성장을 통해 지금의 가업을 일궜다면 다음 세대에게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임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이 대전환을 겪고 있는 데다 가전시장의 침체가 한창이다. 진정한 경영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에 시험대에 오른 2세 경영인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첸으로 유명한 부방그룹에 경영권 승계가 한창이다. 이동건 회장의 차남 이중희 사장으로 경영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 당초 장남 이대희 전 부회장과 형제 간에 계열 분리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전 부회장이 2년 반전 회사를 떠나면서 이 사장을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됐다. 현재 중간 지주사격인 부방의 이사회 멤버로서 그룹의 전략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그룹의 핵심이던 쿠첸의 실적이 오랜 기간 부진에 빠지면서 이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 회장이 그룹을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시켰다면 이 사장은 이를 토대로 재도약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선박과 수처리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체질을 전환하는 등 미래 먹거리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지배력 차남 이중희 사장에게 집중

부방의 전신은 1934년 설립된 부산방직공업이다. 이원갑 창업주의 주도로 섬유회사로 성장했지만 1976년 삼신공업사를 설립하며 가전사업에 진출했다. 당시만하더라도 LG전자에 전기 다리미, 전기 주전자 등 전열기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했다. 그러다 전기밥솥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2006년 쿠첸의 전신인 리홈쿠첸이 '리홈' 브랜드를 론칭했고 2009년에는 웅진그룹으로부터 웅진쿠첸을 인수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따라서 그룹 기준으로는 현재 3세 경영체제를 앞두고 있지만 현재 가전사업의 경우 이 회장에 이어 이 사장이 2대째 이어가게 됐다.

2015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 당시만 하더라도 부방그룹은 쿠첸과 유통 등의 부방 계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제조와 산업용 수처리 등을 담당하는 테크로스 계열로 이원화해 있었다. 이를 각각 이 전 부회장과 이 사장이 맡으며 형제 분할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굳혀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2020년 이 전 부회장이 그룹을 떠나면서 지배력은 오롯이 이 사장에게 집중됐다.

이 사장은 1974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MBA 과정을 거쳤다. 이후 그룹내 경영 컨설팅 회사인 제이원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역임했다. 이외에도 테크로스 대표이사, 테크로스워터애에너지와 테크로스환경서비스 사장을 지냈다.

현재 그룹의 지주사인 테크로스홀딩스 지분을 보통주 기준으로 39.74% 보유해 최대주주이자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다. 그룹내 유일한 상장사이자 중간 지주사격인 부방에서 그룹의 전략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부친인 이 회장이 1938년생으로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실질적인 그룹 경영은 이 사장이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첸의 부진 속 테크로스 계열 부각

이 사장이 그룹의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가운데 쿠첸이 장기간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때 주력 사업으로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실적 기여도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를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쿠첸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38% 줄어든 71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 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쿠첸의 매출액은 2017년 2373억원을 기록한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6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쿠첸의 실적 부진은 국내 판매감소 여파가 크다. 2017년에는 매출액이 2267억원으로 부방 계열 전체 매출 가운데 59.14%를 차지했지만 이후로 줄곧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1526억원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매출 비중도 45%에 그쳤다. 지난해 2025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대형할인마트 운영과 제품 유통을 담당하는 부방유통도 실적이 급감했다. 부방유통은 지난해말까지만 하더라도 매출액 984억원, 순이익 216억원으로 탄탄한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매출액 465억원에 순이익 약 9억원을 기록했다.

쿠첸이 만든 빈자리는 테크로스 계열이 채워가고 있다. 이 사장이 과거부터 직접 주도해온 사업인 만큼 선박과 수처리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테크로스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MS) 글로벌 시장 점유율 15%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869억원, 34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41.69%, 295.66% 성장하며 쿠첸의 실적을 크게 뛰어넘었다.

하수와 산업폐수 처리, 재사용 관련 사업의 경우 앞서 2019년 LG히타치워터솔루션(현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와 하이엔텍(현 테크로스환경서비스)를 인수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지난해말 양사의 합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4.77% 늘어난 561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189억원으로 46.05%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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