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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이란 동결자금’ 해제 맞물려 이중고 저원가수신 빠지며 조달력 저하…707억 횡령사고 뒷수습, 1분기 손실 반영

고설봉 기자공개 2023-09-01 08:05:29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이란 통결자금 해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저리로 묶여 있던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조달 경쟁력이 일부 저하됐다. 여기에 지난해 발생한 707억원 횡령사고 뒷수습이 또다른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은행 직원이 횡령한 자금은 이란 민간 기업이 우리은행에 맡긴 예탁금이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수조원대 이란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부담을 안고 있다. 요구불예금에 묶여 있던 저원가성수신 자금이 일시에 인출되면서 조달 경쟁력이 일부 저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고금리 영향으로 수신금리가 오르는 상황에 기존 저원가성수신 인출은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이란 제재자금의 규모와 예치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일반 요구불예금에 자금이 묶여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예금이다. 이에 따라 지급하는 이자는 0.1% 안팎으로 낮다. 주로 목적성 없이 일시적으로 보관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잠시 묶어두는 자금들이 요구불예금에 모인다.

그동안 우리은행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은 주로 원유 수입대금 등 무역 관련 자금이었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 등이 지불한 자금이 금융사에 동결돼 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이란 제재를 위해 계좌를 동결해 놓은 자금으로 컨셉 자체가 ‘이란에 이익을 주지말라’는 것인데 이자율이 높은 통장에 예치해 두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며 “무역대금 등은 통상 요구불예금에 예치한 뒤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우리은행은 수신금리 인상으로 조달력이 약화됐다. 올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조달합계는 360조1700억원 수준이다. 원화조달이 312조7920억원 가량이고 외화조달이 47조3770억원 정도다.

지난해 말 대비 조달합계는 약 2.6% 저도 감소했다. 원화조달에서 2.9% 가량 감소했고 외화조달은 0.1% 줄었다. 이란 자금 제재가 풀리면서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을 일부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조달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조달비용이 높아진 것은 더 문제다. 우리은행 순이자마진(NIM)은 올 6월 말 1.59%로 지난해 말 1.68% 대비 0.09% 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화예금이자율이 2.01%에서 2.68%로 0.67% 포인트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불거졌던 707억원 규모 횡령사고 뒷수습이 또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해당 횡령 자금은 이란 최대 민간기업 중 한 곳이 우리은행에 예탁한 자금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횡령 자금을 환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체 자금으로 이란 기업에 변제를 마쳤다.

우리은행은 2010년 진행된 이란 기업 엔텍합과의 옛 대우일레트로닉스 매각 협상에서 매각 주관사를 맡았다. 당시 우리은행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주채권은행으로서 매각을 전면에서 진두 지휘했다. 이에 따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엔텍합으로부터 계약금 578억원 등을 받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계약은 무산됐다. 이에 엔텍합이 채권단에 납인합 계약금 및 이자 36억원 등 총 614억원의 자금을 몰수했다. 이후 우리은행이 자금을 전담 관리해왔다. 엔텍합은 이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2019년 말 최종 승소해 우리 정부로부터 약 730억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다만 2019년 당시는 미국의 이란 제재가 최고조에 달할 때였다. 이란 정부는 물론 이란 소재 민간 기업 등에 유입되는 자금에 대해서도 통제가 이뤄졌다. 이에 한국 정부와 우리은행 등은 별도 인력을 구성해 해당 자금을 관리해왔다.

지난해 이란 제재 해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국 정부와 우리은행 등은 미국에 엔텍합 자금 반환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우리은행 계좌에 예치된 자금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해당 업무를 맡은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차장급 직원 A씨가 2012년부터 6년 동안 이 돈을 모두 빼돌렸다.

이에 우리은행은 자체 자금을 활용해 우선 엔텍합에 반환했다. 우리은행은 한국 정부가 이란 엔텍합(다야니 가문)에 줘야 하는 배상금 730억원 중 대부분을 대신 지급했다. 우리은행은 현재까지 약 614억원 가량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엔텍합에 반환했다.

우리은행은 A씨를 고소한 상태로 A씨는 현재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우리은행이 회수한 돈은 없다. 이에 우리은행은 우선 614억원 가량을 엔텍합에 먼저 지급하고 지난 1분기 말 재무제표를 수정해 손실로 처리할 예정이다. 환수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은행은 관련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이처럼 이란 제재 해제와 맞물려 다양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우리은행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조달환경이 열악해지고 수익성 악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이란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예대율 관리 등을 위해 또 다른 신규 조달을 나서야 하는데 비용 구조가 달라지면 수익에 즉각 영향을 준다"며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뜩이나 조달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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