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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닝 패스트&퓨처] '기술 갈증·신뢰'가 만든 드라마틱한 '3대 걸친' 우정①호암, TV 수직계열화 추진 과정서 '코닝' 맞손…고 이건희·이재용 회장 시기 협력 심화

김경태 기자공개 2023-09-06 13:01:10

[편집자주]

코닝은 1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에도 일찌감치 진출했다. 고 호암 이병철창업회장이 이끌던 삼성전자와 1973년 의기투합했다. 합작사를 세우며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해 생산 거점으로도 활용했다. 호암부터 고 이건희 회장, 이재용 회장까지 3대에 걸친 삼성과의 협력은 발전적으로 심화했다.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이한 코닝의 사업 현황과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4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코닝의 협력사(史)는 50년에 걸친 드라마다.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가전사업을 확대하면서 기술개발과 기술도입을 병행 추진했다. 일본 기업들과의 제휴가 두드러졌는데 브라운관에서는 미국 코닝과 손을 잡았다.

이 창업회장에 이어 삼성을 이끈 고 이건희 선대회장 시기에도 코닝과의 협력은 끈끈하게 유지됐다. 현재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는 협력 5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기술에 목말랐던 삼성, 개발도상국 기업의 가능성에 베팅한 코닝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결정이 됐다.

◇1973년 한국 합작사 설립, 고 이건희 선대회장 시기도 '끈끈'

삼성은 1969년 전자산업에 진출한 뒤 국내에서 완제품과 부품의 동시 생산을 추진했다. 호암은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힘쓰면서 외국 기업과 합작해 기술과 자본을 들여오는 전략을 구사했다. TV사업에서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하면서 대부분 일본 기업이 협력 대상이었다. 일본산요전기, 스미토모상사, NEC 등과 합작사를 만들었다.

그런데 TV 브라운관 유리를 생산하기 위해 만든 합작사는 예외였다. 미국 코닝과 손잡고 1973년 각각 지분 50%씩 출자해 삼성코닝을 설립했다. 재계에 따르면 당시 삼성이 브라운관 유리에서 기술도입을 염두에 뒀던 곳은 일본정밀유리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본정밀유리는 한국전기초자와 이미 합작 관계에 있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코닝의 손을 잡았고 결과적으로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 됐다.

삼성코닝은 설립 후 국내 TV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83년에는 컬러브라운관용 유리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 컬러브라운관유리는 초정밀 소재산업에다 투자비가 많이 들어 세계 7개국에서만 생산되고 있었다. 삼성코닝이 세계 8번째로 컬러브라운관 유리를 생산하게 됐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10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에 있는 코닝 본사를 방문해 제임스 호튼 명예회장과 양사 간 전략적 협력관계 증진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호암과 에모리 호튼 주니어 전 코닝 회장의 의기투합은 후대로 이어졌다. 이 선대회장 체제에서도 코닝과의 협력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이 선대회장은 2010년대에 제임스 호튼 명예회장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만나며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은 2011년 10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코닝시에 있는 코닝 본사에서 제임스 호튼 명예회장과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삼성과 코닝사의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2013년 5월 23일에는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이 선대회장과 제임스 호튼 미국 코닝 명예회장 일행을 만나 저녁 만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당시 부회장)도 배석했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삼성과 코닝이 합작사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됐는데 사업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 협력 분야도 신기술 개발과 기술 교류 등으로 확대됐다"며 "앞으로 서로 윈윈(Win-win)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흑백TV의 CRT용 유리에서 시작해 TFT-LCD용 정밀유리 등에서 코닝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세계 1위에 설 수 있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코닝은 협력를 디스플레이 소재를 넘어 디지털 정보 소재와 태양전지용 기판 유리 등 각종 첨단산업의 소재로 확대하고 있다.

◇사상 첫 한국 기자간담회 "JY" 연발…이재용 회장, "세상에 없는 기술 만들자"

웬델 윅스 코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 8월31일 서울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가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는 9월 1일 열린 코닝의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 행사와 맞물려 개최됐다.

재계에 따르면 기자간담회는 코닝 경영진들이 하는 행사인 만큼 대체로 코닝 측에서 준비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에서도 일부 조력해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는 전언이다.

웬델 윅스 회장은 질의응답에 앞선 환영사에서 이 회장(JY Lee)을 6차례나 언급할 정도로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는 "코닝의 선대 회장 가문인 호튼 가문과 삼성과의 우정에서 시작됐다"며 "이 유산을 이제 저의 오랜 벗이자 훌륭한 리더인 이 회장과 제가 함께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닝의 그간의 여정을 가능하게 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이 회장의 현명함과 전략적인 인사이트, 그리고 앞을 내다보는 리더십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과 웬델 윅스 회장 체제에서 삼성과 코닝의 협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코닝은 사업계획 발표를 통해 충청남도에 세계 최초로 차세대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완전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핵심 거점이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코닝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는 폴더블폰과 첨단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일 행사에 참석해 "코닝의 우정어린 협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며 "우리 삼성과 코닝,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2023년 9월 1일 열린 코닝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이 포옹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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